세바스토폴 해변 미사일 공격과 미-러 군사 갈등의 위험

강내희l승인2024.06.30l수정2024.07.0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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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내희  (전) 중앙대 교수

           (전) '문화연대' 공동대표

           (현) 문화/과학 발행인

           (현) 참세상 이사장

6월 23일 러시아의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해변에 우크라이나 측의 미사일 공격이 이루어져 2세 남자아이, 9세 여자아이를 포함한 4명이 목숨을 잃고 150명 이상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상자 82명—성인 55명, 어린이 27명—이 병원에 입원했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위험한 상태라고 한다. 크림반도는 역사적으로 러시아 영토였으나 1991년 소련 해체 시에 우크라이나에 귀속되었다가 2014년 2월의 마이단 정변을 계기로 주민 투표를 거쳐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편입해 실효 지배해오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공격을 군사적 목적과는 무관한, 민간인에 대한 불법적 테러 공격, 전쟁범죄 행위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는 모양새다. 러시아의 외무부 대변인 마리야 자하로바는 공격 날짜인 23일은 러시아 정교의 중요한 휴일이자 시민들이 즐기는 성 삼위일체 주일임을 지적하며 적대국 측의 고의성을 맹비난했다. 

눈여겨볼 점은 러시아가 이번 공격의 주범으로 미국을 꼽는다는 사실이다. 공격 소식이 전해진 뒤 미국국방부는 사안에 대해 말할 것이 없다며 자기들과는 무관한 일로 치부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공격 다음 날인 24일 러시아는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 린 트레이시를 외무부로 소환하여 외교 항의서(demarche)를 제시했다고 한다. 다음은 트레이시 대사를 소환한 일에 대해 러시아 외무부가 발표한 대언론 발표문의 일부다. 

“미국은 러시아를 두고 하이브리드 전쟁을 치르고 있고, 우크라이나에 세바스토폴 주민을 상대로 사용된, 클러스터 탄두가 장착된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포함한 최첨단 무기를 공급했는데, 이는 미국이 사실상 갈등 당사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사일] 조종과 비행 자료 입력은 미군 요원이 한 것이니 미국은 이번 잔학행위에 대해 키예프 정권과 똑같은 책임이 있다. 워싱턴의 이런 행위들, 러시아 내륙지역 표적에 대한 공격 허용을 포함하여 우크라이나 친-나치 당국이 ‘마지막 우크라이나인까지’ 적대행위를 계속하게 독려할 목적의 행위들은 처벌받지 않은 채로 방치되진 않을 것이다. 보복 조치가 반드시 뒤따른다.”

러시아 외무부는 대언론 입장문 외에 동일 사태와 관련한 문건을 하나 더 발표했다. 다음은 ‘세바스토폴 테러 공격에 대한 러시아 외무부 성명’의 주요 내용이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공격자들은 살상 능력을 더 키우려고 클러스터 탄두를 장착한 미국 에이태큼스 작전 미사일을 사용했다. 모든 비행 자료는 미국 정찰위성 인풋에 기초해 미군 요원이 입력했다. 글로벌 호크 미국 정찰 드론 한 대가 크림반도 근처에서 임무 수행 중이었다…미국이 이 흉악한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워싱턴과 그 위성국들은 키예프에 신-나치 체제를 만들어 키워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우크라이나 꼭두각시들을 키우고 지원해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게 하고, 국제적 테러 행위를 저지르고, 가장 끔찍한 비인간적 무기 유형의 하나인 클러스터탄까지 사용해 러시아 시민들을 죽이도록 부추긴다. 이런 범죄에 대한 대응이 반드시 뒤따를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의 입장은 유례없이 강경해 보인다. 두 문건이 모두 보복을 약속하고 있다. 이것은 러시아가 이제 노골적으로 미국을 적대시한다는 표시가 아닌가 싶다. 러 외무부의 강경 입장은 6월 5일에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국제경제포럼 기자회견에서 푸틴이 내놓은 발언의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당시 푸틴은 “만약 우리 영토를 공격하도록 누군가가 교전 지역에 무기를 공급해서 우리한테 문제를 일으켜도 좋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왜 러시아에 그런 일을 하는 나라들의 민감한 시설이 있는 세계 지역들에 동급의 무기를 공급할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말인가?” 하고 말한 바 있다.

푸틴의 이 발언과 러 외무부의 성명은 내용상 서로 공명한다. 푸틴도 외무부도 어느 나라든 장거리 미사일을 공급하여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를 타격하도록 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푸틴의 발언이 원론 차원이라면, 외무부 성명은 세바스토폴 해변 공격에 직접 가담한 것을 이유로 이제는 미국을 적시하여 상응하는 보복을 하겠다고 나선 점이 다르긴 하다.

이제 러시아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의 최근 반응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이 미국을 “가장 끔찍한 비인간적 무기인 클러스터탄”을 사용한 테러 공격의 주범인 것으로 공개적으로 말했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갈등이 진행된 2년 반 동안 러시아가 이처럼 강경한 어조로 미국을 규탄하고 나선 적은 없다. 드물게 강경한 태도를 드러낸 만큼 러시아가 이번 사태를 두고 그냥 지나갈 것 같지는 않다. 러시아는 어떤 조치를 할 것인가?

우선 러시아가 외교적 접근을 취해 이번 사건을 유엔안보리에 상정하여 미국의 테러 행위를 규탄하려 할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미국이 모르쇠로 일관하면 큰 효과를 얻을 공산은 높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미국의 전쟁범죄 행위를 기록으로 남기는 정도의 성과는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 러시아는 흑해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할지도 모른다. 러시아는 에이태큼스 미사일 공격이 일어날 시간에 미국의 정찰 드론이 크림반도 근처 즉 흑해에서 임무 수행 중이었음을 지적했었다. 그러나 흑해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하면 연안국들이 불만을 표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흑해에 대해서는 터키가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러시아로서는 터키의 불만을 살 행보를 꼭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러시아가 미국에 대한 응징으로 선택할 가장 유력한 방안은 푸틴의 6월 4일 발언에서 시사된 것처럼 미국의 적들에 강력한 무기를 공급하는 것일 공산이 크다. 푸틴의 발언이 나왔을 때 크렘린이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민병대, 미군이 영토 일부를 불법 점령하고 있는 시리아 등 ‘미국의 적들’에 무기를 공급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적도 있다. 사실 미국의 적들은 꽤나 많은 편이다. 서아시아에는 이라크 민병대, 시리아 외에 이란과 예멘이 더 있고, 한반도에는 북한이 있으며, 중남미에도 쿠바 등 몇몇 나라가 더 있다. 

미국의 적들이 서아시아와 동아시아, 중남미 등 세계 곳곳에 있는 것은 미국이 세계 최대의 군사 대국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은 전 세계에 800개 이상의 군사기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미국의 군사적 위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혹여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 군사적 갈등이 생겨 미국이 러시아를 공격한다고 가정하면 미국이 타격할 표적은 대부분 러시아의 광활한 영토 안에 있지마는, 만에 하나 러시아가 미국을 타격한다면 굳이 미국 본토를 타격하지 않고 세계에 늘려 있는 미군 기지를 쉽게 타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물론 두 강대국 사이에 직접적인 군사적인 갈등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고, 또 희망상으로도 직접 군사적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푸틴의 말대로 러시아는 미국의 적들에 자국의 무기를 대줄 선택을 할 공산은 크다. 미국에는 적대국들이 러시아 무기로 무장하면 큰 위협이 된다. 지금 당장 홍해에서는 예멘의 실효 지배 세력인 안사르 알라가 미국과 영국이 주축이 되어 진행하는 ‘번영수호작전’을 거의 무력화하고 있다. 안사르 알라는 4월 초까지 그들이 친이스라엘 혐의가 있다 본 선박 90척 정도를 공격해 그중 다수를 침몰시켰다. 심지어 미 해군은 부인하고 있으나 항공모함 아이젠하워호까지 공습받았다는 설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예멘이 러시아로부터 받은 첨단 무기로 공격을 강화하면 미군은 더 큰 위협 앞에 놓이게 된다.

상황까지 그렇게까지 가게 되면 미국과 러시아 간의 긴장은 더 심화하고, 세계는 더 위험해질 것이다. 세바스토폴 테러 공격의 여파는 그런 점에서 심각하기 이를 데 없다. 미국은 러시아 측이 강경한 태도를 드러내자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꼈는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시켜 25일에 러 측의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장관과 통화하게 했다고 전해진다. 이번 공격에 대한 자국의 책임을 최소화하고 사태를 무마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오스틴은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비서실장 미하일로 포돌리야크가 해변에서 살상당한 사람들을 24일에 ‘점령자’로 부르며 미사일 공격을 정당화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한 모양이다. 앞으로는 우크라이나 측이 무모한 발언을 하지 못하게 단속하겠다고 약속했으리라 추측된다. 그러나 러시아가 미국의 약속을 신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이 러시아에 약속을 어긴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미국과 나토는 소련의 해체 이후 동진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마는 러시아의 코앞인 우크라이나도 나토에 가입시키려 했고, 2014년 마이단 쿠데타 이후 대러시아 전쟁을 염두에 두고 우크라이나군대를 양성해왔다. 2022년 2월에 시작된 러시아의 침공을 놓고 미국과 서방은 ‘도발 받지 않은 전쟁’을 일으켰다고 맹비난했지만, 러시아는 물론이고 많은 나라 특히 글로벌 남부 국가들은 이제 그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번 전쟁이 일어난 뒤에 미국은 스스로 정한 레드라인도 계속 위반해 왔다. 클러스터탄, 미사일, 탱크, 전투기 등 확전 우려가 있는 무기는 공급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발표해놓고 약속을 계속 어기는 행태를 보여온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직접적 교전만큼은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번에 에이태큼스 미사일로 러시아 민간인을 살상하는 공격에 나섬으로써 그 약속마저 어겼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 러시아와의 군사적 갈등을 더욱 고조하고 있다. 바이든 정권의 속셈은 무엇일까? 러시아와 직접 전쟁을 벌이자는 것? 11월의 대선을 앞두고 지금처럼 긴장을 확대하는 선거에 유리하다고 계산하는 것? 어쨌거나 미국의 도발이 거의 끝까지 간 모양새다. 하지만 이제 러시아가 그런 미국의 태도를 좌시하지 않고 보복에 나서겠다고 하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의 적들에게 정말 자국 무기를 공급하면 어떻게 될까?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확대할 위험이 크다. 세계는 지금 두 강대국 간의 갈등 고조를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할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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