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기 국고채 또 푼다?!

▲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기획재정부가 3월 달 말 50년 만기 국고채 3,000억 원어치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1조1000억 원어치를 발행한 이후 두 번째다.

50년 만기 국고채를 발행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국가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에 자신감이 있을 때나 발행이 가능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014년 이후 만기 50년 이상 국고채를 발행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10개뿐이다.

정부는 올해 모두 1조원 어치의 50년물을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3,000억 원은 1차분의 성격이 짙다. 정부는 시장이 50년물을 무리 없이 소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50년물의 인기는 채권 시장금리를 보면 알 수 있다. 2월 20일 기준 국고채 50년물 금리는 2.205%로 30년물 2.210%보다 0.5bp(0.005%포인트) 낮다. 50년물 국고채가 30년물 국고채보다 더 비싸게 거래된다는 의미다.

통상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다. 기간이 길수록 금리 변동 우려가 크고 채권 발행자의 재정상황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50년물이 30년물보다 금리가 더 낮다. 사실상 금리역전 현상이다. 원인이 뭘까.

전문가들은 수요에서 답을 찾고 있다. 50년물을 찾는 보험사와 연기금이 많다는 사실이다. 보험사와 연기금은 장기로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 가입자는 30~40년 뒤에 보험금 혹은 연금을 수령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보험사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됐고, 보험금 지급여력 비율(RBC)이 강화됐다. 이를 맞추려면 과거보다 많은 장기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보험사와 연기금의 자산운용상 필요성에 제도 변화까지 겹쳐서 장기채 시장은 수요가 계속 우위에 있다. 정부는 지난해 50년물 1조 원어치만 발행하려 했다가 시장 요구가 많아 1,000억 원어치를 더 풀었다.

변수는 미국 금리 인상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금리 상승기가 되면 저금리 때 채권을 사들였던 채권 투자자들은 평가손실을 입을 수 있다. 또 50년 만기 국고채는 50년 뒤에 갚아야 하는 빚이다. 미래세대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점에서 발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예전 화법이다. 아직 장기물의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20년 이상 장기물 발행 비중은 전체 국고채의 30% 안팎에 불과해 가급적이면 시장 수요에 맞게 늘려 나가는 것도 검토하겠다”

빚은 빚이다. 토지보상금을 장기채로 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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