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교현 前 노동당 대표 서울 영등포 시민

꾸준히 늘어나는 자동차, 더욱 심각해지는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하 도로를 만들고 있다. 지하도로는 서부간선도로, 제물포로, 동부간선도로, 강남, 광화문 일대 등으로 확대되며 서울시 교통문제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서울시와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미 온갖 건물과 도로로 포화상태인 서울시에서 지하공간은 일종의 '신천지'로 보이는 모양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동네 매연 굴뚝을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건설 기술과 관련한 내용을 깊이 파악하기 어렵다. 이미 상당수의 제도는 건설사에게 유리한 상황이기도 하다. 언론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서울시와 건설사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발파에 따른 소음과 진동으로 반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는 오히려 발파 횟수를 늘려가며 속도를 내고 있다. 주민들은 너무나 불리한 싸움을 하고 있다.

얼마 전 홍콩을 다녀왔다. 고가의 명품숍들과 함께 골목 곳곳에 시장과 작은 상점들이 즐비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홍콩에는 한국 같은 대형마트가 없다고 한다. 자가용 이용률이 높지 않은 것이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홍콩은 70% 정도가 산악지형이고, 인구밀도가 높아 도로 폭이 매우 좁다. 게다가 자동차세는 차량 가격의 100%를 부과하고, 아파트 주차장이 매달 70~100만 원 정도를 내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대신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그 길을 따라 작은 상점들이 즐비한 것이다.

홍콩에서 관심이 생겨 '차 없는 도시'를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미 남미, 유럽 등 여러 도시에서 '차 없는 도시(Car Free City)’를 시도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한 마디로 도로에서 자동차를 추방하면 도시 생태계가 달라지는 것이다.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대량 구매를 유도하는 대형마트 보다, 집 근처에서 자주 들릴 수 있는 소상인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열악한 소상인들의 부채, 서비스 직종의 나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기업, 주택, 상가 등이 특정지역에 밀집하고 수요가 집중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자동차 이용이 불편해지면 그 만큼 시민들이 일상에서 이동하는 거리도 짧아진다. 가능하면 집 근처에서 일하고, 집 근처에서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노동, 주거, 소비의 소규모 공동체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오늘날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은 자동차이다. 자동차 이용률이 낮아지면 대기오염 문제는 상당히 개선될 것이다.

교통사고 비율도 낮출 수 있고, 교통체증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오늘날 영국 런던 도심의 차량들은 자전거나 말이 끄는 마차보다 느리게 간다고 한다. 한 조사에서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평생 중 106일을 주차공간을 찾는 데 쓴다고 한다. 미국 LA의 자동차 운전자들은 1년에 90시간 가량을 교통체증 때문에 멈춰 서서 보내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놀이공간이 확보된다. 길을 걷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주민들이 서로 만나는 시간도 늘어난다.

그리고, 도로를 더 늘려야 한다며 수 조원을 들여 지하 도로를 뚫지 않아도 되고, 우리 동네 주민들도 매연 굴뚝 문제로 골머리 썩지 않아도 된다. 특히 지금의 도심지 장대터널 공사는 누구도 해 보지 않은 공사이다. 예상치 못한 문제로 지금보다 예산이 더 들어가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 가능하다.

결국, 매연 굴뚝 문제는 시정운영 방향과 맞닿아 있다. 개발을 통해 단기적인 욕망을 충족시킬 것인지, 생태계를 바꿔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갈 것인지의 문제인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녹색도시, 걷는 도시를 만들고 싶다면 건설사와 손잡고 도로를 늘릴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손잡고 차량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차량을 줄이기 위해 예산을 쓰고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서울시에 매연 굴뚝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차 없는 동네' 운동을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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