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2014 문화행사’ 누굴 위한 축제였나

비정규직노동자 퇴직금과 맞바꾼 1억 원짜리 부실 종교행사 강창대l승인2015.04.17l수정2016.05.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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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만원짜리 무대시설에 1천200만원 사용
-축제 공연 참가자 따로, 출연료 입금 통장 따로
-절차 원칙 무시, 수상한 예산편성

2014년 12월 24일과 25일, 31일에는 ‘크리스마스이브 축하공연’과 ‘크리스마스 축하공연’, 그리고 ‘송년축하공연’이 신포동 문화의 거리에서 각각 열렸다. 행사는 ‘2014 문화행사’라는 타이틀로 인천 중구청으로부터 1억 원의 민간행사보조금을 받아 진행됐다. 공연 장소는 ‘제1회 크리스마스 문화축제’의 일환으로 가설된 약 20m 높이의 크리스마스트리 탑이었다. 

▲ 인천 중구 신포동 문화의 거리에 가설된 크리스마스트리 탑. '2014 문화행사' 공연 무대가 가설됐던 곳이다.

인천 중구청(청장 김홍섭, 이하 중구청)이 제공한 사진으로 확인한 무대는 가로와 세로 폭이 약 5~6m 정도의 크기였고, 경사면에 합판과 각목을 대 가설하고 붉은 천을 씌운 것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설무대에 들어간 비용은 하루에 300만원이었고, 행사가진 진행된 3일 동안 모두 900만원이 들었다. 이외에 음향과 조명, 발전차, 특수효과, 악기임대 등을 포함해 무대설비에만 하루 1천200만원이 들었다. 행사가 있었던 3일을 합치면 모두 3천600만원이다.

‘2014 문화행사 정산보고’에 첨부된 거래명세표의 내용은 언뜻 보기에도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가설무대는 한 번 설치하면 행사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무대시설을 임대하는 것처럼 매회 300만원이 들 이유가 없다. 또, 눈에 띄는 것은 200kw 발전차량이다. 관련 업계에 문의해 보니 이정도 규모의 발전차량은 종합운동장 규모의 무대나 대형스크린을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기껏해야 4~50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무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규모인 셈이다. 그래서 이 행사의 무대를 담당한 업체와 같은 업종의 전문업체에 명세표에 표시된 내용으로 문의해 보니 결과는 놀라웠다. (표1)

▲ <표1> 거래명세표 내용과 전문업체의 견적 비교

전화상으로 문의해서 낸 대략적인 견적이라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4배가 넘는 가격 차이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더구나 전문업체는 80만원을 들여 무대를 가설하면 다른 날 행사에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3일 동안의 가격을 합산하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거래명세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2014 문화행사’의 무대설비를 담당했던 업체와 어렵게 연락을 취했다. 


첫 통화에서, 비용이 너무 과다하게 지출된 점을 지적하자 해당 업체의 대표는 “제대로 알아보라”며 오히려 “시세보다 싸게 매긴 가격”이라고 반박했다. 거래명세표와 행사 사진을 비교해보니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하자 그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명세표에 표시된 품목과 비용을 불러달라고 했다. 그리고 좀 더 알아보고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업체 대표가 전화를 걸어왔다. 

“보니까, 우리가 조명을 하면서 길을 확실히 차단해달라고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조명장비 300만 원짜리 두 대가 파손이 됐어요. 그거 맞춰서 (비용을) 좀 업(up)시켰어요. 그리고 무대는 시안작업을 많이 했어요, 저희가. 원래 그렇게 갈 무대가 아니었고, 세트로 뒤를 다 가리려고 했었어요. 시안작업하고 제가 왔다, 갔다한 비용 넣어서 비용을 올렸어요. 또, 행사를 한 달 동안 한다고 해서 조명이랑 음향을 다른 데(행사) 안 잡았어요. 이런 비용이랑, 그때가 제일 바쁠 때라 일반견적보다는 조금 더 비싸게 먹힌 것 같아요. 피해보상에 대한 것도 좀 있고.”

“제가 사무실로 찾아뵈면 피해 부분 확인해 줄 수 있나요?”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다시, “아휴, 지금 우리가 제일 바쁠 때인 거 아시죠. 12월에 일하고 1월, 2월, 3월 놀았어요. 제가 지금 이것 때문에 신경 쓰고 그래야 돼요? 힘드네, 웬만큼 대꾸해줄라 그랬는데. 또, 6, 7, 8월 (비수기에) 월급 마련해야 하는데, 내가 이것 때문에 내 일 신경 못쓰고 그래야 되는 거예요? 모르겠어요. 마음대로 해요.”

‘2014 문화행사’의 무대설비를 담당했던 업체 대표는 시세보다 싼 가격이라고 큰 소리쳤지만, 정산보고서와 사진자료 등을 확인하고 질문하는 것이라고 밝히자 태도를 바꾸었다. 나름의 사정으로 비용을 올려 받았다고 설명했지만 의문만 증폭시켰다. 시안작업이나 현장을 답사하는 비용을 합산하더라도 시세보다 네다섯 배나 차이가 날 수는 없다. 또, 당초 행사기간을 1달로 알고 있어 장비를 ‘2014 문화행사’에 묶어둘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도 상식적이지 않다. 처음부터 3일짜리 행사로 예산신청이 됐었기 때문이다.

▲ '2014 문화행사'의 공연 모습

‘2014 문화행사 정산보고’에 이상한 부분은 이것만이 아니다. 

보고서에는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현대기독교음악) 가수를 비롯해 찬양단 또는 중창단, 브라스밴드, 성악가, 찬양율동 팀 등이 각각의 행사에 출연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리고 이들에게 출연료로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이 지급됐다.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출연료가 아닐 수 없다. CCM 분야 톱클래스로 손꼽히는 가수 S씨의 출연료와 비교해보면 출연료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생각을 더더욱 지울 수 없다.

마침, 지난겨울 서울에 있는 한 중견 교회에서 S씨가 두 차례에 걸쳐 솔로공연을 가졌던 일이 있었다. 공연에 지출된 내역을 해당 교회에 문의해 보니, 이 공연에 출연료로 지급된 비용은 모두 735만원이었다. 이 비용은 S씨와 드럼, 첼로, 플롯, 키보드 등을 맡은 세션연주자 등을 포함해 12명의 출연료와 연습비용까지 포함된 것이었다. 공연 시간은 하루 약 1시간 정도였으니 하루 1시간 공연에 약 317여만 원이 든 셈이다. 반면에 ‘2014 문화행사’에 참여한 출연진들의 공연은 약 10~15분정도였고, 출연진 가운데에는 지역 교회에서 활동하는 단체나 성직자들도 포함돼 있다. 심지어 이번 행사의 집행부에서 활동한 사람에게도 출연료가 지급됐다.

더욱 이상한 점은, 출연료 지급 내역이다. 일정 액수 이상의 수당이 지급될 경우, 원천징수 등의 이유로 본인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하는 것이 일반적인 회계 원칙이다. 그런데 여러 출연진이 받아야 할 출연료가 전도사라는 신분을 가진 몇몇 사람의 통장으로 입금됐다. 

이번 ‘2014 문화행사’는 작년 12월 무렵에 사업자신고가 된 ‘인천문화축제협회’(대표 하귀호 목사)와 인천 중구문화원이 공동으로 주관한 사업이다. 우선, 중구문화원에 예산집행 내역에 대한 의문점을 문의했다. 그러나 중구문화원은 작년 12월에 구청 측의 요구로 갑작스럽게 공동주관을 맡아 정해진 대로 예산을 집행했을 뿐 자세한 내막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변했다. 그래서 다음으로 인천문화축제협회의 관계자들과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이 담당하지 않아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뗄 뿐 뚜렷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결국, 이 행사의 예산 지원을 담당했던 부서인 중구청 문화예술과 과장인 최중용 씨와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최 씨 역시 답변을 회피했다. 

▲ '2014 문화행사' 정산보고서

출발부터 이상했던 예산편성

‘2014 문화행사’에 들어간 민간보조금 1억원은 작년 12월 19일 중구의회 본회의를 앞두고 긴급하게 편성된 예산이었다. 

중구청은 처음, ‘제1회 크리스마스 문화축제’라는 이름의 사업을 위해 민간보조금으로 2억원을 책정했었다. 이 행사는 신포동 문화의 거리와 중구청 일대에 점등시설을 설치하는 사업과 점등식 등 공연을 포함한 행사로 계획됐었다.

그러나 인천 중구의원 김규찬 씨의 주도로 예산을 전액 삭감시켰다. 삭감된 이유는 ▲예산사전의결의 원칙, ▲사업추진 전에 투자효과 등을 심사하도록 한 지방재정법, ▲보조사업의 시행계획을 검토한 후에 예산을 세워야 하는 보조금관리법 및 중구 보조금 조례, ▲3년 이상의 실적이 있는 민간축제에만 보조금을 지원하도록 한 중구 축제 조례 등을 위반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특정 종교의 행사에 혈세가 들여야 할 이유가 없었다.

예산이 삭감되자 중구청 집행부가 나서서 수정안 발의를 주도하고, 본회의 전날인 18일 야간에 의원들의 자택을 직접 찾아다니며 동의 서명을 받기까지 했다. 이때 수정 발의된 사업이 바로 ‘2014 문화행사’였고 민간보조금으로 1억 원이 책정됐다. ‘제1회 크리스마스 문화축제’는 처음,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로부터 지원되는 홍보비 1억 원과 중구청의 민간보조금 2억 원으로 계획된 사업이었으나. 두 개의 사업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그렇다면 법과 원칙을 무시하면서까지 사업을 무리하게 실행하려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인천문화축제협회 대표 하귀호 목사의 설명에 따르면 ‘제1회 크리스마스 문화축제’는 8억 원의 예산을 갖고 송도에서 진행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구청장 김홍섭 씨의 권유와 더불어, 중구 상권을 활성화해보자며 지역 교회의 목사들이 의기투합해 중구에서 축제를 열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2014 문화행사 결산보고’의 내용은 이 사업이 추진된 배경에 대해 의혹만 증폭시킨다. 

최근, 인천 중구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이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들과 맺은 부당한 고용계약이 문제가 됐었다. 공단은 채용공고를 내며 채용기간을 11개월로만 제한하고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었다. 채용기간이 12개월이 되지 못하게 해 「근로기준법」이 보장하고 있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당시, 공단의 경영기획실장 조봉환 씨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예산상의 어려움을 호소했었다. 하지만 ‘2014 문화행사’의 결과를 놓고 본다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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