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도시 재개발 사업의 문제점

▲ 류재선 • 도시재생연구소장 • (전)부천시 뉴타운·재개발 비상대책연합회 공동대표 • 부천시 재개발 비상대책위원회 고문

도시 재개발이 민·관·기업의 갈등 속에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핵심적인 이유는, 현행 도시 재개발이 서민들의 재산을 재벌건설사와 금융자본이 약탈하는 ‘약탈식개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자본에 의해 자행되는 부패와 비리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까지 모두 주민들에게 전가시키고 있어 주민들은 파산의 위험까지 안고 있어 주민들의 저항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사회가 투명하고 공정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로 즉각 해결해야할 적폐 중에 적폐인 것이다. 하지만 대자본(대기업 건설사)는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할 수 있는 재개발사업을 해결할 생각이 없다. 그들에겐 이 보다 좋은 먹이 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병폐가 지속되는 한 사회적 약자인 소규모 가옥주나 세입자들은 끊임없이 약탈당하는 구조 속에서 헤어날 수 없는 운명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현행 도시 재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나열하면 이렇다.

1. 행정과 대기업 건설사가 개발과 관련된 사업 전 영역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소유자인 주민들은 들러리로 전락한다.

2. 불법 비리로 얼룩진 부당한 재개발사업이 발생시킨 사회적 비용도 주민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3. 재산권을 가진 주민(조합원)들의 정당한 문제 제기와 저항에 대기업 건설사는 물리적 폭력수단(용영 깡패 동원)과 자본력을 앞세워 무력화 시킨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사를 대변해야 할 조합은 자본(건설사)의 앞잡이로 전락하여 건설사(자본)의 입장만 대변한다.

4. 현행 도정법 하에서 건설사는 언제든지 서면결의서를 조작하여 주민(조합원)의 의사(주민총회의결)를 왜곡할 수 있다.

5. 그 결과 사업의 모든 책임은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건설사는 이윤만 챙기는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이다.

6. 부동산시장에 위험신호가 계속되고 있어도, 과잉공급이 수년 째 계속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가 하루 빨리 시정되지 않으면, 부동산시장의 몰락과 더불어 임계점을 넘어버린 가계부채 문제가 대한민국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전국에서 뉴타운 재개발 구역 주민들은 이러한 자본의 횡포 속에 진행되고 있는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현장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수 십 년 째, 온 몸으로 저항하고 있다.

하지만, 며칠 전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발표한 ‘도시재생뉴딜’사업은 현재 이러한 뉴타운 재개발사업의 문제점을 외면하고, 뉴타운 재개발사업이 중단된 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만 발표함으로써,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내내 여당과 함께 도탄에 빠진 민생을 외면해온 공범이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뉴타운 재개발구역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후보자(정당)가 있다면,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지역 주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도시재생 뉴딜 공약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시재생 - 뉴딜’ 공약이 얼마나 심각한 기만에 가득차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도시재생 뉴딜’ 공약 문제점

문재인 후보는 이번 ‘도시재생 뉴딜’공약이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자화자찬 하였으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행 뉴타운 재개발사업에 대한 해결책이 전무한 가운데 뉴타운 재개발사업이 중단된 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어서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것이란 주장은 말잔치에 불과한 것이다.

현재 주택정책이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현 재개발 방식의 핵심적 문제, 즉 ‘힘없는 서민들의 재산을 약탈하여 재벌 건설사와 금융자본(은행)만 살찌우는 정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투명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재개발사업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분명한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의 ‘도시재생 뉴딜 공약은 이러한 내용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것’이어서 현행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지역의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현재의 도시 재개발을 도시재생사업으로 전면 전환하지 못하는 이유는 도시재생사업이 기존의 가로주택정비사업, 또는 재건축사업 등과 연계하여 진행할 수 밖에 없는 반쪽짜리 사업일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사업이라는 사실은 이미 전문가 집단 사이에서 확인된 상태였다.

소규모 가로주책정비사업이나, 재건축 사업 등은 여전히 조합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현행 뉴타운 재개발 사업의 축소판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건설자본의 비리와 부조리,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뜬금없이 사업이 해제된 구역의 도시재생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수 십 년 동안 쌓여온 우리사회 적폐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이 외에도 문재인 후보가 제시한 ‘도시재생-뉴딜’ 공약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 사업을 공공이 주도함으로써, 공공은 있는데, 주민이 없다.

- 협치(거버넌스)를 말하지만, 협치가 없다.

협치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협치는 공무원과 주민들의 의식이 전환될 수 있도록, 의식 이전에 씨스템(법과 제도)이 뒷받침 되어, 주민들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가능해질 때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일)을 실질적으로 기울이지 않고 협치를 말하는 것은 무능하거나 교활한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법과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행정(공공)이 주도권(권력)을 스스로 주민들에게 돌려줄 일은 만무한 일이기 때문이다.

현행 도시재개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현행 뉴타운 재개발사업의 문제뿐만 아니라,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은 우선,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문제의 본질만 똑바로 보아도 해결책은 어렵지 않게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행 뉴타운 재개발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현행 도시 재개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사실, 여러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문제이다. 하지만 우선 가옥주들이 재개발에 저항하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를 중심으로 해결책을 제시해 보면 이렇다.

1. 현행 조합개발방식을 폐기(도정법 폐지)한다.

대통령령으로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재개발 행위를 중지한다. 그리고 가옥주들의 대지와 주택을 시가에 준하여 보상하고 매입한 후, 도시재개발사업의 주체가 정부와 건설사가 되도록 입법하여 개발방식을 전면 개편한다.

이는 사실상 도시 재개발을 계획하고 주도하는 정부와 기업이 사업의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개발해야 마땅하고, 무분별한 개발행위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도시 재개발 계획을 공익적 관점에서 입안하고, 기업은 부동산 시장에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다 하도록 하여, 사업결과에 따른 적정이윤과 책임도 함께 지도록 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주민을 위한 주거정책이라 이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동안 주민들을 명목상 사업의 주체로 앞세워 놓고 책임만 지게하며, 실질적인 사업의 주도권은 건설자본이 행세하며 이윤만 빼가던 약탈식 개발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2. 조합개발방식을 유지한 확정지분제 방식

그동안 도시 재개발사업은 ‘토지와 건물을 매입할 재정이 부족하다’ 는 이유로 주민들을 형식상 사업의 주체로 만들어왔다. 그 결과 도시 재개발사업은 실질적으로 행정과 자본이 주도하고 있었음에도 ‘민간이 주체인 민간사업’ 이라는 허울을 씌워 왔던 것이다.

그리고, 사업의 결과에 대한 책임도 주민들에게 전가시켜 왔던 것이다. 그러나 굳이 재정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조합방식을 유지하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면, 주민들의 토지와 건물을 정당하게 평가하여 시가에 준하는 지분을 확정(확정지분제방식)해 주고, 사업의 주도권을 기업이 행사하고, 사업의 결과에 대해서도 기업이 책임지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각 절차마다 일일이 주민들의 동의를 구할 필요도 없고(따라서 불필요한 비용도 발생하지 않게 된다), 추가사업비로 건설사와 주민이 갈등을 겪을 이유도 없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분양이 잘되고 부동산 가격이 치솟을 때는 확정지분제로 계약을 하다가, 분양이 안 되고 부동산가격이 하락할 시기에는 도급제 방식으로 계약을 하여 주민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사악한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니 부동산위기의 시대에도 건설사가 무분별한 개발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주민들이 강력하게 저항하는 몇 가지 원인만 합리적으로 조정해도 뉴타운 재개발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건설자본과 금융자본이 정치권력과 행정권력을 동업자로 만들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비롯한 각종 재개발 관련 법령에서 악법조항을 만들고, 불법 부당한 방법까지 동원해 가며 사업을 진행해 왔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우리사회의 적폐들은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갈 의지와 철학이 분명한 대권후보와 정당을 만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 관련기사

자치단체 조례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조의3(정비구역등 해제) 제④항 관련

http://www.an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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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선  eamd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