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모 국민연금 하나로 정책제안자

불과 몇 년만에 또 바뀐 공무원연금

지난 5월 2일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여야가 전격 합의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향후 70년간 333조 원의 재정 절감 효과가 있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오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하였으며, 이와 더불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사회적 기구>를 구성해 9월 정기국회에서 ‘국민연금 인상안’을 처리하는 것도 합의했다.

공무원연금은 사실상 사학연금 및 군인연금과 연동되기 때문에 조만간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역시 공무원연금에 준하여 제도개편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을 통해 접한 내용을 살펴보면 지급률이 1.9%에서 1.7%로 하향 조정되었고 보험료는 현행 14%에서 18%로 인상되며 지급연령도 국민연금과 같은 65세로 단계적으로 높인다고 한다.
기여금 납부기한도 현재 33년에서 36년으로 높인다고 한다.

‘지급율’이란 1년 근무마다 연금이 얼마씩 늘어나는가를 뜻하는 용어이다.
만약 재직기간 평균급여가 300만원이라면 300만원의 1.7%인 5만1천 원씩 연금산정액이 더해져 30년 근무시 153만원이 예상 연금액이 되는 것이다.  

전면적으로 연금제도를 혁신하는 것을 ‘구조개혁’이라하며 시스템은 그대로 놔두고 보험료와 소득대체율 등을 조절하는 걸 ‘모수(母數)개혁’이라 한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역시 보험료율은 올리고 지급률은 내리는 모수개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미 공무원연금은 과거 여러 차례 개편이 되어왔다.
현 공무원연금 제도 역시 불과 5년 전인 2010년도부터 적용(보험료 14%, 지급율 1.9%)되었는데 또다시 대대적인 수술이 가해진 것이다.

급속한 노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 저출산과 저성장의 환경에서 또다시 몇 년 후 충당부채가 몇천조 원이라느니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느니 하며 한바탕 논란이 될 것은 사실 충분히 예상되는 바이다.

▲ 공무원연금 '현행-개혁안' 비교

공무원연금, 산업화시대 ‘충성계급’에 대한 유인책

세계적으로 각 국별로 공적연금이 존재하지만 그 시작은 대부분이 공무원연금이었다.
왜냐하면 국가의 통치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자신이 수족처럼 부리는 집단에 대해 확실한 충성을 이끌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운동의 성장과 사회복지의 확대 과정에서 연금제도는 전체 국민으로 확산되었고, 보편적인 노후보장제도로 자리매김해있다.
그 과정에서 다수의 선진국들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완전 또는 부분통합하였으며, 별개로 운영한다 하더라도 보험료율이나 지급률 등 핵심적인 규정은 차별이 없도록 최대한 조정하는 것이 추세이다.

우리나라 공무원연금제도는 1960년 법이 제정되며 시행됐다. 
국민연금이 1988년이니 무려 28년이나 빠르다.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에게 있어 공무원의 충성은 더더욱 중요했고 박정권은 공무원연금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그래서 박정희 정권은 공무원연금의 혜택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개편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
취약한 정권의 정통성에도 불구하고 국가주도 산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공무원에 대한 ‘당근’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었다. 

이렇듯 공무원연금제도는 선별복지, 그것도 상대적 빈곤층을 ‘선별’하여 제공하는 복지도 아니라 국가통치체제를 위해 자기 사람을 챙기기 위해 다수 국민을 소외시킨 선별적 복지이기에  경제규모와 국민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복지가 보편화될수록 존재가치가 퇴색되는 태생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과거에 비해 2014년과 15년에 걸친 공무원연금 개혁은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논란이 컸다.
이해당사자인 공무원 교사집단의 투쟁력도, 대중동원력도 매우 높았다. 
민주노총이 4.24 총파업의 핵심 과제로 <공무원연금 사수>를 내세울 정도였고 파업권이 없는 공무원 교사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투쟁에 참여했다.

그러나 사실 국민 여론은 어떠했는가?
세계최악의 노인빈곤과 노인자살률을 기록하는 한국의 현실. 그리고 공적연금 규모자체도 적지만(GDP 대비 2.1%) 그 적은 공적연금마저 60세 이상 인구대비 5.3%에 불과한 공무원 등 특수직역연금 가입자가 47%를 독식하는 구조에서 <공무원연금 사수>에 대한 여론은 결코 우호적이기 힘들었다.

새누리당은 이런 여론을 바탕으로 <공무원연금의 개혁자>라는 이미지를 적극 구축했고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4.29 재보궐선거 승리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끼쳤으리라 예상된다.
 
어찌됐건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는 공무원 노동자의 투쟁은 정당하고, 이를 통해 권리의 수준은 보편적으로 확산되도록 해야겠으나 차별적 공적연금 제도가 온존하는 한국의 구조는 지배계층의 손쉬운 ‘갈라치기’를 가능케 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공무원연금 폐지, 국민연금 하나로가 대안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인가? 바로 <국민연금 하나로> 즉 공적연금제도 일원화이다.
가입자 2,200만명에 가까운 국민연금이 가입자 106만명 공무원, 17만명 군인, 31만명 사학연금을 통합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통합과 함께 고용보험 가입도 진행해야 한다.

사실 공적연금 강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연금>이다.
그러나 이번 글에서는 일단 사회보험 기반 연금제도인 국민연금으로의 일원화 사안만을 다루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공적연금이 국민연금으로 일원화되는 것이 왜 중요하며 당면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연금의 통합은 국민의 보편적 노후보장과 사회연대를 실현하기에 꼭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단순 소득비례인 공무원연금과 달리 <가입자 평균소득>이 지급액의 50%를 차지한다.
참고로 국민연금 최고소득자는 최저소득자보다 15.7배 보험료를 더낸다. 그러나 막상 연금수급액은 최소값과 최대값(동일기간 기준) 차이는 2.69배에 불과하다, 즉 소득재분배 효과가 매우 크다. 

2014년 공무원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은 447만원이지만 국민연금은 198만원이다. 
소득수준이 높고 안정적으로 연금을 납부할 수 있는 150만명이 국민연금에 추가로 편입된다면 ‘국민연급 가입자 평균소득’은 상승하고 저소득층의 노후안정성은 물론 국민 전체의 연금액수가 높아지는 효과가 창출된다.
더불어 고용보험의 재정구조도 향상되어 전반적인 혜택을 늘릴 수 있다.

둘째, 현행 월 408만원 수준인 국민연금 납부 소득상한액을 현실화해야한다.

월 408만원을 버는 사람이나 1억원을 버는 사람이나 36만 7천원이라는 같은 연금액을 납부한다.
제도의 맹점으로 고소득자 소득이 일괄 408만원으로 계산되다보니 연금산정에 중요한 지표인 ‘가입자 평균소득’이 198만원에 불과한 ‘왜곡’이 나타난다. 참고로 직종과 상관없이 모두 가입하며, 소득상한이 월 7,810만원인 건강보험의 경우 1500만 직장가입자 평균 월소득은 328만원에 이른다.
건강보험과 동일한 수준으로 올리거나 최소한 현재 공무원연금 소득상한수준으로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셋째, 공적연금 수령 상한액(최고연금제)의 설정이다.

과거 공무원 등 특수직역연금 퇴직자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료를 내고 퇴직 직전 '보수월액'의 76%라는 높은 급여를 보장받았다. 그렇기에 상당수가 월 300~400만원이 넘는 연금을 누리고 있다. 이는 현재 공적연금 적자의 주원인이자 노후빈곤인 한국사회에서 심각한 박탈감을 초래하는 원인이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국민연금의 소득상한선을 대폭 올린다면 비록 <가입자평균소득>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연금지출이 예상된다.
그렇기에 <원화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나 <전체근로자 중위소득> 등 합당한 기준에 의거해 공적연금을 포괄하는 연금 수령 상한액을 설정해야하며, 특별법 제정을 통해 현재 연금생활자까지 적용해야한다.

참고로 고용보험의 경우 소득상한이 없어 소득에 비례해 납부한다. 그러나 고용보험의 대표적 현금 급여인 실업급여, 산전산후급여지원, 육아휴직급여 등은 지급상한이 100~135만원 수준이며, 건강보험 역시 ‘능력에 따라 납부’하고 ‘필요한 만큼 지원’받는다. 
 
넷째, 국가의 지급의무 승계와 국고보조이다

2000년대초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에 대해서는 ‘국가의 지급보증 의무’가 규정에 명시되었다.
공무원 군인같은 정부가 직접 고용한 사람도 아닌 사학연금까지 국가의 지급보증 의무가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이러한 규정이 없다.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연금이니만큼 규정이 있고 없고를 떠나 국가가 책임질 수 밖에 없는 연금이지만 이러한 차별적 규정으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와 신뢰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연금통합의 과정에서 특수직역연금에 명시된 국가의 지급의무를 국민연금이 승계해야한다.

국민연금 하나로는 건실한 재정의 국민연금이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부실재정’ 연금인 공무원 군인 연금 등을 인수하는 모습이 된다. 
당장은 국민연금이 수백조원의 적립금과 흑자구조로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연금통합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적인 연금지출액에 대해서는 국가가 <국고보조금>을 통해 지원하는것이 합당하다. 과거 특수직역연금 가입자로 국민연금에 통합된 이들이 납부하는 보험료와 특수직역연금 가입자가 수령하는 연금액 지출간의 차액에 대해 국고보조를 의무화하는 것을 명시해야한다.

국민연금 통합시 공무원 연금액 변화는?

앞에서 얘기했듯 ‘국민연금 하나로’는 국민연금 제도가 가진 특성, 가입자평균소득이 연금액에 상당히 영향을 미치므로 모든 국민연금 가입자의 연금수령액 상승이라는 효과가 있다.
특히나 소득이 낮을수록 그 효과는 크다.

그렇다면 개편된 공무원연금 제도와 비교하여 공무원이 국민연금에 가입할 경우 연금수령액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산출을 해보았다.

아래 표는 생애평균소득을 각각 200만원, 300만원, 400만원으로 가정하고
2028년 기준 40%인 소득대체율로 산출한 국민연금수령 예상액이다.
가입자평균소득은 통합 및 소득상한선 상승 효과를 감안해 250만원으로 설정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이고 보험료가 소득의 9%이다. 그러나 공무원의 경우 18%의 보험료율에 맞게 40년 납입기준 80% 소득대체율로 산출했다.
그러나 40년 납입한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므로 30년 납입, 소득대체율 60%를 기준으로 작성했다. 

▲ 2028년의 연금수령 예상액

개편된 공무원연금제도에 따라 생애평균소득이 200만원인 공무원이 30년간 근무하면 102만원, 300만원 소득자는 153만원, 400만원의 경우 204만원의 연금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이 국민연금으로 가입할 경우 연금액은 각각 135만원, 165만원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400만원 소득자의 경우에는 195만원으로 다소 감소한다.

국민연금 통합2(50%)는 공무원연금 개편안 합의에 따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다는 논의가 진행됨에 따라 산출해보았다.
현재 보험료율로 소득대체율이 50%로 상승시 국민연금에 가입한 공무원의 연금수령액은 더욱 크게 늘어나며, 소득수준이 낮은 하위직 공무원일수록 효과는 월등히 크다.

지금까지 설명한것은 연금통합과 함께 공무원 등은 더 많은 보험료를 내니 해당 보험료만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더 보장해주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식 외에도 9%의 보험료에 대해선 국민연금으로 일원화하고 이를 초과하는 공무원 등의 보험료는 현재의 직역연금공단에서 부가적으로 운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즉, 공무원은 국민연금을 받고 '초과분 보험료'에 대해선 특수직역연금공단에서 '부가적'으로 연금을 받는것이다. 이 역시 기존의 국민연금가입자 모두에게 이익이면서 공무원 등 특수직역가입자도 부가적인 추가연금을 받으니 손해볼 게 없는 <국민연금 하나로>의 실현 방안이다.

국민연금 하나로, 함께살자 대한민국의 실현

2009년부터 우리나라는 <공적연금 연계제도>를 시행중이다.
공무원을 하다 일반 직장(국민연금)으로, 사립학교 직원(사학연금)을 하다 공무원으로, 군 장교로 근무(군인연금)하다 사기업에 취직하는 등 이직에 따라 서로 다른 연금을 가입하는 경우를 대비하는 제도이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편으로 바뀌었지만 지금까지 공무원 등 그간 특수직역연금은 20년 가입을 채워야 연금수령이 가능했다. 하지만 <공적연금 연계제도>에 따라 해당 기간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서로 다른 연금제도의 가입기간을 합산하여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즉, 현행 제도로도 당장 공무원 등 특수직역연금제도를 폐지하고 국민연금으로 일원화하더라도 과거 특수직역연금 가입기간은 승계되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이제 발상을 전환해야한다. 
‘공무원연금 사수론’도 ‘국민연금 불신론’도 뛰어넘어 제대로된 공적연금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때가 왔다.

공적연금은 평등해야하고, 기본적인 노후생활보장을 위해 전체 금액 자체도 늘어야함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공무원연금 폐지>와 <국민연금하나로>에서 시작할 수 있다.
더불어 공무원연금 존속의 반대급부로 부당하게 차별받아온 권리를 회복해야한다.
국민연금하나로의 과정을 통해 공무원 교사의 노동기본권과 정치참여의 권리 등을 적극적으로 획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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