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역대 정권에서도 인사청문회 때마다 위장전입 의혹은 줄줄이 이어져 왔다. 가장 많았던 것이 이명박 정부였다. 20명이 넘었다. 특히 부동산 투기 목적의 위장 전입 의혹까지 제기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위장전입'은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가 처음 시작될 당시만 해도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문제였다.

김대중 정부는 장상, 장대환 총리후보자 등이 위장전입으로 낙마했다. 각각 부동산 투기와 강남 8학군 진입이 목적이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3명의 인사가 위장전입 의혹으로 사퇴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대통령 자신이 후보시절 모두 5차례의 위장전입을 시인했다.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이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니어서 문제가 안 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후 한승수, 정운찬 국무총리, 최시중 방통위원장 등 역대 가장 많은 20명이 넘는 인사들이 인사청문회 전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졌다.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의혹에 "땅을 사랑할 뿐 투기는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위장전입이 고위직으로 가는 필수조건"이라고 꼬집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정홍원 후보자가 위장전입 사실로 드러났지만 총리직에 올랐고, 유일호 경제부총리 등 위장전입을 시인한 후보자 5명이 청문회를 통과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새 정부 첫 조각 인사들이 빠짐없이 '위장 전입' 문제에 걸려 문재인정부의 인사가 시작부터 자가당착적인 상황에 빠지자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기준을 찾아보겠다"며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말한 5가지 인사 원칙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려면 아주 세밀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갖고 있어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 해당 원칙을 후퇴시키자는 목적이 아니다"며 새 원칙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공직 배제 5대 원칙'이란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 전입 △논문 표절을 뜻한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고위 공직자로서 자격이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국정기획자문위는 합리적 개선안이 도출되면 법과 제도로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정책검증은 공개로 하는 방안도 연구 중인 모양이다. 국정기획자문위는 청문회 제도 자체에 대한 발전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선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0년 이전과 이후의 위장전입으로 구분하자는 방안과 교육용과 투기용을 구분하자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공직을 맡을 사람으로서의 위장전입은 가볍지 않은 흠결이다. 그렇다고 예외 없이 공직 수행의 치명적인 결격 사유로 봐야 할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위장전입은 역대 인사청문회에서 항상 논란이 됐지만, 사안에 따라 성격이 다를 수 있다.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인지, 아니면 자녀 교육 등 다른 목적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구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위장전입이 아니더라도 공직 후보자의 경미한 도덕적 흠결이 개인적 능력과 역량을 고려할 여지도 없이, 공직 임명을 가로막을 정도의 중대한 사유인지는 냉정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청문회 제도 때문에 유능한 인재들이 공직을 회피한다면, 그 또한 국가적 손실일 수 있다. 국회 차원에서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검증 기준을 현실에 맞게 구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공직 후보자 개인의 신상이나 도덕성 문제는 사전에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친다고 한다. 물론 이 절차는 비공개로 이뤄진다.

이후 후보자의 업무수행 능력과 정책 역량에 대한 검증은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우리 청문회 제도와 운영 방식은 공직 후보자가 청문 절차를 통과하더라고 그 과정에서 입은 도덕적 상처가 향후 공직 수행에 부담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 이참에 청문회 제도 개선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한다.

가뜩이나 사회 고위층의 탈법 행위가 판을 치는 가운데, 진보정권마저 ‘위장 전입 정도는 장관직을 수행하는데 사소한 흠결에 불과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부동산 투기 목적도 아니고 자녀 교육을 위해 주소지를 잠시 옮긴 것이 그렇게 잘못한 일인가’라는 반박도 나온다. 위장전입과 이중국적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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