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심의회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인가

[진단, 풀뿌리-인천남구 편(2)]법원과 상급기관, 인천남구의 정보 비공개처분 부당하다 한 목소리 강창대l승인2015.05.06l수정2017.02.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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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정보공개심의회 의결은 법적 효력 없다”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법원 결정에 따랐다”

지난 4월 21일, 한 언론매체가 인천 남구청장 박우섭 씨와 ‘인천 남구의 2015년 상반기 현안’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는 동영상으로 녹화돼 유튜브(youtube.com)에 올랐다. 해당 동영상에는 <개미뉴스>가 관심을 갖고 취재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박우섭 씨가 언급한 대목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것은 인천 남구가 한 시민단체의 정보공개청구를 2년간 거부한 것에 관한 것이다.

위 인터뷰가 있기 전인 지난 4월 8일, 인천 남구(이하 남구)를 대상으로 행정 감시활동을 해 온 <NPO주민참여>(이하 주민참여)는 인천 남구청장을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의 취지는 남구가 주민참여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내린 비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것이다. 이 문제로 제기된 행정소송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소송은 ‘진보네트워크’(www.jinbo.net)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www.opengirok.or.kr)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위 인터뷰에서 기자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불거진 이유 등에 대해 물었고, 박우섭 씨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오죽하면 특정인이 정보공개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가 법원으로부터 판결을 받아서 ‘앞으로 2년 동안 그분한테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라고 하는 그러한 결정을 받아냈겠습니까?”
“그것은, 그분이 그동안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했던, 그런 일들이 저희 구청에서 봤을 적에는 뭐랄까,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것으로 해서 우리 구청 공무원들이 업무적인 시간을 빼앗기고 또 그거를, 요구에 응하면서 오는 그러한 어려움들이 너무 많아서 그분의 정보공개에 응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오히려 반한다.’ 이러한 판단을 저희가 했고.” 
“그걸 뭐 저희가 그렇게 판단했을 뿐만 아니라, 법원이 그렇게 인정을 해 주신 거죠. 그런 속사정이 있는 것이니까. 그냥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왜, 구청이 법으로 정해진 정보공개를 안 해줄까?’ 이렇게 뭐 비난할 수는 있는데, 저희 나름대로도 어떤 절차를 거쳐서, 우리의 판단만이 아니고 ‘법원의 결정’까지 받아서, 그것을 실행을 하고 있습니다.”

※ 관련 동영상 보기(해당 내용은 9분20초부터) ☞http://youtu.be/i3qzTXyVu9E

요약하자면, <NPO주민참여>(이하 주민참여)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인천 남구청(이하 남구)이 2년 동안 비공개하기로 한 처분이 자체적인 판단이었을 뿐만 아니라,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이러한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주민참여의 정보공개청구가 공공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과연 그의 말이 사실일까?

각하(却下)와 기각(棄却)에 대한 혼동, 실수였을까?

문제의 발단은 2013년 5월 29일에 열린 남구의 정보공개심의회(이하 심의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심의회는 주민참여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2년간 비공개하겠다고 의결했고, 남구는 주민참여에 그 결과를 통지했다. 

이후, 주민참여는 국민권익위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인천시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등 처분의 취소를 호소해 왔다. 그 결과, 모든 기관이 남구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남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 문제는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주민참여는 2013년 11월 1일 공익법무법인 ‘공감’의 지원을 받아 첫 번째 소를 제기했지만 7개월 뒤인 2014년 6월 26일에 법원은 ‘각하’로 판결했다. 이로 인해 주민참여는 소송비용을 물어야 했다. 인터뷰에서 박우섭 씨가 주장한 ‘법원의 판결’이란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박 씨가 주장하는 것과는 다르다. 소가 ‘각하’ 됐다고 해서 법원이 남구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만약, 판결이 ‘기각’이었다면 박 씨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남구 정보공개심의회의 의결에 대해 취소를 청구하는 소’ 자체가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즉, 심의회의 의결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만한 ‘행정처분’이 아니기 때문에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다.

비록 소가 각하돼 주민참여가 원하는 바를 얻지는 못했지만 판결문에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 내용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 정보공개심의회는 자문에 응하여 설치된 기구일 뿐,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 청구된 정보의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법적인 의무와 권한을 가진 주체는 공공기관의 장인 피고(남구청장)다. 
■ 원고(주민참여)의 정보공개는 '법률상 효과가 없는' 정보공개심의회의 의결(결정)을 이유로 비공개한 사실은 인정된다.

※ 판결문 보기 ☞ http://gaeminews.tistory.com/13

2013년 5월 29일 심의회개최 이후 주민참여의 정보공개 청구는 모두 비공개됐다. 비공개의 근거로 남구가 제시한 것은 심의회의 의결이다. 같은 해 11월 25일, 이 같은 처분에 대해 인천광역시행정심판위원회가 부당하다고 재결했지만 남구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2014년 1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남구에 시정을 권고했지만 남구는 이를 무시했다. 더구나 2014년 6월 26일 인천지방법원의 판결이 있은 이후에도 남구는 여전히 심의회 의결을 근거로 주민참여의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하고 있다. 

남구청의 한 직원에게 주민참여의 청구를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직원: “정보공개심의회에서 그렇게 결정됐어요, 2년간 비공개하기로.”
개미뉴스: “심의회 의결을 근거로 비공개할 수 있다는 법적인 근거는 뭔가요?”
직원: “...”
개미뉴스: “법적인 근거도 없이 그렇게 처분하고 있는 건가요?”
직원: “비공개 처분에 대해 법원도 인정한 것으로 아는데요.”
개미뉴스: “법원 판결문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직원: “...” 

취재과정에서 만난 남구청 직원들 중에는 이 소송의 결과를 기각으로 알고 있거나 주민참여가 패한 소송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남구의회의 의원조차도 이 소송의 결과에 대해 오인하고 있었다. 남구 총무과 기록물관리 팀장을 찾아가 법원과 인천행정심판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의 결과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물었다. 

개미뉴스: “남구가 당사자니까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 권익위의 결정을 문서로 통보 받았을 것 같은데요, 그 문서들이 보관돼 있나요?”
기록물관리 팀장: “네.”
개미뉴스: “그러면 모두 남구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도 잘 알고 계시겠네요?”
기록물관리 팀장: “...”
개미뉴스: “그런데도 계속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록물관리 팀장: “정보공개심의회의 의결에 따른 것입니다.”
개미뉴스: “법원은 심의회가 행정처분을 결정할 수 없을뿐더러 그 의결도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기록물관리 팀장: “정보공개심의회의 의결에 따랐다는 것 외에는 달리 답변할 내용이 없습니다.”
개미뉴스: “그럼, 남구에서는 정보공개심의회 의결이 법원이나 상급기관의 판단보다 위에 있다는 말씀인가요?”
기록물관리 팀장: “...” 

▲ 지난 3월 31일, 주민참여 대표 최동길 씨는 남구청 감사실 인권조사팀 관계자, 총무과 기록물관리 담당자와 만나 주민참여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2년 동안 비공개하기로 한 남구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이에 대한 조사와 해결을 당부했었다. 하지만 남구 측으로부터 이렇다 할 답변을 얻지는 못했다.

법률용어에 익숙하지 않아 각하와 기각에 대해서 혼동할 수는 있다. 하지만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을 오인하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이를 악용했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남구는 주민참여의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해 오면서 합당한 법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법원과 상급기관의 판단에 반하여 잘못된 처분을 시정하려는 의지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단지 자문기구일 뿐인 정보공개심의회가 인천 남구에서 만큼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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