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강원상품권 22만 원으로 일주일 동안 살아보기

노인일자리 급여를 강원상품권으로 사용해 보았다 이건수l승인2017.07.14l수정2017.07.15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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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화폐, 기로에 서다]
- 주목받던 지역화폐가 어쩌다가 천덕꾸러기 상품권으로 변했나?

 

광역자치단체 최초의 '지역화폐'로 주목을 받으면서 추진된 강원상품권이 준비과정의 시행착오와 실행과정의 잡음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강원도에서 강원상품권을 발행한 명분은 2015년 한 해에만도 5.5조나 빠져나가는 지역자금을 붙들기 위해서다. 그러나, 시범사업 등을 통해서 가능성과 한계를 현실에서 확인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강행한 강원화폐 사업은 여러 잡음을 노출했다.

은행권과의 통화시스템 구축 실패, 강원상품권 발행사업으로 변질, 기초자치단체와 강원경제단체들의 외면, 건설업체 및 노동자들의 반발, 30억 시범발행 약속을 깬 250억 추가 발행, 강원상품권 조례의 상위법 위반 논란, 2017년 하반기의 추가적인 확대 발행 등등......

무리한 추진과 별개로 현장에서는 실제 사용률이 미미하고, 사용상의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끊이지를 않고 있다. 심지어는 현금영수증 미발행, 불법 환전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청년, 노인 일자리의 임금으로 강원상품권을 지급하면서 강원화폐가 또 논란이 되고 있다.

사회적 경제와 관련하여 주목을 받던 지역화폐가 어쩌다가 강원상품권으로 바뀌고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는지, 강원상품권의 사용실태는 어떤지 기획시리즈로 연재한다.

 

* 시리즈 세번째는 노인 일자리 급여액인 22만 원에 해당하는 강원상품권을 실제로 사용해본 사례다. 영월의 하늘샘지역아동센터 김용희 센터장의 사용 후기를 요약, 분석한 글과 사용후기 원문을 싣는다. 

 

③ 강원상품권 22만 원으로 일주일 동안 살아보기
- 노인일자리 급여를 강원상품권으로 사용해 보았다.

▲ 노인 일자리사업에 참여해서 작업 중이신 어르신들

노인 일자리 급여로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을 글을 '영월신문'에 기고를 한 김용희 하늘샘지역아동센터장이 일주일 동안 강원상품권을 사용해 보았다. 상품권은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의 급여와 같은 액수인 22만 원이다.

일주일 동안 약 10만 원 정도 사용한 결과를 종합해 보면, 강원상품권 가맹점이 많지 않았고, 가맹점이기는 해도 가맹점인지조차 모르는 곳도 있었다. 강원상품권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곳은 더 많았다.

마트와 농협에서는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었으나, 어르신들이 자주 다니는 재래시장은 가맹점이 많지 않았고 병원, 약국은 영월지역 통틀어 가맹점이 1~2곳에 불과했다. 식당이나 커피숍, 전자제품점은 가맹점이 아니었다.

날짜별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7/5(수요일)
- 강원상품권 수령

7/6(목요일)
- 커피숍 : 강원상품권 가맹점 아님. 현금 결재.
- 재래시장 해산물 가게 : 강원상품권 모르지만, 받아 줌.
- 재래시장 야채 가게 : 강원상품권 모름. 현금 결재.
- A마트 : 불편 없이 강원상품권 사용.

7/7(금요일)
- 직장 인근 식당 : 강원상품권 알지만, 가맹점 아님. 카드 결재.
- B바게트 : 강원상품권 가맹점 아님. 카드와 현금 결재만 가능.
- 재래시장 신발가게 : 가맹점이지만, 온누리상품권만 취급. 현금 결재.

7/8(토요일)
- 영월역 앞 식당 : 상품권 취금 안 함.
- A마트 : 강원상품권 취급, 액면가 60% 이상 사용 위해 초과 소비.
- 농협마트 : 불편 없이 강원상품권 사용.
- S프라자(전자제품) : 강원상품권 가맹점 아님. 현금 결재.
- 농협마트 : 불편 없이 강원상품권 사용.
- B마트 : 불편 없이 강원상품권 사용.

7/10(월요일)
- 재래시장 잡화점 : 강원상품권 모름.

7/11(화요일)
- 병원, 치과, 약국 : 영월 전체에 가맹점 1~2곳
- 부식트럭, 교회 : 강원상품권 가맹점 아님.

 

<강원상품권 22만 원으로 살아보기>

                                              하늘샘지역아동센터장 김용희

7월 5일(수요일)

어르신들 급여로 강원상품권이 드디어 배달이 되었다. 센터 선생님 이야기로는 내가 차량 운행 중에 담당자가 다녀가셨다고 한다. 봉투는 밀봉되어 아무도 보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너무 늦게 배달이 되어 다음 날 오전에 어르신들에게 드리면서 11만 원을 현금으로 바꿔드리겠다고 제안을 하자 “그러면 정말 좋지!”라며 반색을 하신다. 강원상품권 22만 원, 어르신들의 한 달 급여와 같은 금액이다. 오른쪽 아래에 강원도 꽃인 철쭉 두 송이가 붉은 제 모양을 잃은 채 피어있다. 원래 취지를 잃어버린 강원상품권을 닮은 것 같아 안쓰럽다.

7월 6일(목요일)

강원상품권을 본격적으로 사용해보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선생님들과 마실 커피를 사려고 가까운 커피숍에 들렀다. 점심시간에 한해서 현금을 내면 1+1을 해주는 카페였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서 강원상품권이 되느냐고 하자 고개를 내저어 결국, 현금으로 결재를 했다.

퇴근길에 상설시장에 가서 꽁치 한 손 2,000원, 오징어 한 손 5,000원을 사고 강원상품권 1만 원 내밀자 이게 뭐냐고 물으셨다. 진짜 모르는 것 같아서 강원상품권이라고 하자 이런 거 모르는데. 이런 거 처음 보는데 자꾸 말하시며 지나가시는 분에게 다시 확인을 하신다. 아시는 분인 듯 “이런 거 봤어?” 하시며 흔들어보이자 “모르는데!” 하시며 지나가신다. 오늘 할머니들이 한 달 일한 월급으로 받은 것이고 군청에서 나온 것이라고 이야기해도 처음 받아보신다며 그래도 다른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으시고 3,000원을 거슬러주시며 얼음을 덮는 일에 열중을 하셨다. 아마도 이제 파장하실 준비를 하는 듯했다.

나오는 길에 작은 통배추와 무를 잔뜩 쌓아놓고 파는 곳이 있어서 걸음을 멈추었다. 듬성듬성 흙이 묻은 무우와 벌레를 먹어 구멍이 숭숭 뚫린 작은 배추는 맥없이 시들어가고 있었다. 원래 야채가 아니라 엑기스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였다. 배추 1,500원 2포기와 무우 1,500원 1개를 살 때 생선가게에서 거슬러받은 3,000원과 지갑에 현금을 보태서 계산을 하면서 강원 상품권 받느냐고 묻자, 이건 농사짓는 아는 분이 좀 팔아달라고 가져다놓은 것이어서 받을 수가 없다고 하신다.

내가 강원상품권을 꺼내보이며 본 적 있느냐고 묻자, 온누리상품권이 아니라 강원상품권이냐고 반문을 하셔서 그렇다고 하자, 그건 처음 보는데 하시면서 자꾸 미안하다고 하신다. 그냥 아는지 물어본 거니까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으시다고 상품권을 넣었다.

집에 들어가자 방학이어서 영농조합에 알바를 나가는 아들이 먼저 도착해 있다. 아들은 도시락 반찬으로 고기반찬을 먹고 싶다고 했다. 가지반찬만 먹고 하루종일 육체노동을 해야 하니 힘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자, 토마토와 오이를 포장하고 옮기는 일이란다.

토교에 있는 영농조합 주변에서는 식당은 커녕, 가게 하나도 없는 곳이다. 아침에 가지반찬을 해준 게 아무래도 못마땅한 눈치였다. 내가 저녁을 먹고 반찬될 만한 재료를 A마트에 가서 사가지고 오겠다고 하자, 아니라고 자신이 지금 다녀오겠다고 한다. 아무래도 엄마인 내가 고르는 식재료가 어떨지 말 안해도 다 안다는 표정이었다. 알았다고. 대신에 강원상품권을 가져가라고 15,000원을 꺼내주자 인상을 찌푸린다.

그래도 내가 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는지 나가더니 예상과 달리 금방 사가지고 돌아왔다. 입에는 빠삐코를 한 개 문 채였다. 너비아니 도시락용(1+1) 1만 원, 설레임 1개 1,000원과 빠삐코 1개 1,300원을 사고 2,700원을 거슬러왔다며 거스름돈을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내역을 보니 기분이 좋을 만도 했다. A마트에서는 전혀 내색없이 잘 거슬러주었다고 보고까지 한다.

7. 7(금요일)

방학이라 센터에 일하러오는 근로장학생들과 인근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먹고 결재를 하기 전에 물었다. “여긴 강원 상품권 되나요?” 주인이 웃으시면서 고개를 내저으시며 신문에 나온 기사를 봤는데 노인들한테 너무 심한 것 같다고 응원해주신다. 결국 카드로 결재를 했다.

지역아동센터 텃밭에 쓸 고추 지주가 필요해서 공수앗에 밭에 가면서 방학이라고 내려와 있는 조카를 위해 B바게트점에 들러 빵을 사고 강원상품권이 되냐고 묻자, 카드와 현금만 된다고 한다. 센터 어르신은 강원상품권을 가지고 상설시장에 가서 눈여겨봐 둔 신발을 고르고 강원상품권을 내밀었다고 한다. 원래 가맹이 되어 있다고 홍보된 곳이었지만 막상 계산할 때는 온누리상품권만 받는다고 해서 결국 현금을 주고 신발을 살 수 밖에 없었다고 속상해 하셨다.

2017. 7. 8(토요일)

새벽기도를 마치고 영월역 앞 식당에서 교회 식구들과 식사를 하고 결재를 하기 전에 강원상품권이 되느냐고 물어보았다. 카드와 현금 외에는 안 된다고 했다. 상품권 자체에 관심이 없어 보이셨다.

엊그제 배추와 무를 사놓기만 한 채 김치를 담그지 못했다. 집에서 가까운 A마트에 들러 김치 담글 때 쓸 부추를 골랐다. 900원이다. 강원상품권을 쓸 생각이었으므로 아무래도 더 써야할 것 같았다. 상품권 뒷면에도 ‘액면가액의 60%이상(1만 원권 80%) 이상 사용 시 잔액 환급’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국산콩나물과 찌개두부를 골랐다. 계산대에서 상품권을 내밀자 돈처럼 거슬러주신다. 아들의 말대로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저녁 때 알바를 다녀온 아들이 주말인데 뭘 좀 먹어야 되지 않느냐고 투덜거린다. 농협 마트에 가면 강원상품권이 되니까 거기 가서 장을 보자고 하자 흔쾌히 따라나선다. 도시락 반찬에 쓸 식재료를 주로 사고 강원상품권을 내밀자, 여기도 A마트처럼 묻지도 않고 결재를 해주신다. 혹시나 싶어 현금영수증도 끊어주느냐고 묻자, 번호를 입력하라고 하셨다.

주변에 있는 S프라자에 들러서 선풍기를 고르고 강원상품권 사용할 수 있느냐고 묻자, 가맹점이 아니라고 건조하게 말한다.

S프라자에서 나오자 아들이 주말인데 삼겹살을 먹으면 안 되느냐고 묻는다. 농협매장에서 주로 도시락 반찬에 쓸 어묵과 계란 외에는 사지 않은 것을 마음에 담고 있었던 것 같다.

돌아오는 길목에 있는 B마트에 들러 삼겹살 한 근을 산 후 강원강품권을 내밀자, 바로 결재를 해주신다. 집 앞에 있는 A마트처럼 비교적 큰 곳이었다. 전자제품 판매가게와 달리 큰 마트들은 어느 정도 홍보가 되어 이용하기 쉽도록 되어 있었다.

2017. 7. 10(월요일)

어제 비가 와서 들깨모종을 내러 밭에 갔더니, 조롱조롱 매달린 개복숭아가 눈에 띄었다. 지난해 신랑이 항암치료를 마친 후에 죽을 힘을 다해 가꿔놓은 것이다. 가까이 가서 봐도 벌레를 먹은 것이 없었다. 신랑이 개복숭아가 뭐라고 그렇게 신경 쓰고 겨울에도 얼어죽는다고 들들 볶아대며, 가림막을 해준 게 마음에 걸려서 10개 정도만 남기고 다 땄다.

효소를 담궈 시동생과 가재골형님과 나눠먹으면 좋을 것 같았다. 20㎞는 족히 되어보였다. 마땅한 통이 없어서 상설시장에 가서 통을 고른 다음 강원상품권이 되느냐고 묻자 안되는데 그건 어디서 하며 가입하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자세히 물으신다. 군청에서 홍보를 나오지 않았냐고 하자, 듣는 게 처음이라며 알았으면 가입했을 것이라고 하신다.

2017. 7. 11(화요일)

강원상품권을 지갑에 넣고 다닌 지 일주일째이다. 아직도 지갑에 10만 원 정도 남았다. 농협이나 비교적 큰 마트에서는 현금처럼 이용할 수가 있었던 반면에, 식당이나 신발가게, 커피숍, 생필품 잡화점, 노점상에서는 이용할 수가 없었다. 주로 어르신들이 자주 이용하시는 곳이다.

어르신들은 병원이나 치과, 약국도 자주 가시지만 영월 전체 지역에 가맹점이 1∼2곳 뿐이다. 금액을 맞추기 위해 나처럼 부초 한 줌 900원에 사고, 당장 필요하지 않은 콩나물과 두부를 얹어서 사야하는 과잉소비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차가 없으면 이용하기 어려운 곳들 뿐이다.

하루 3일, 한 달 총 10일을 일하셔서 손에 쥐는 22만 원, 우리 센터에 다니시는 어르신들은 그것을 주로 병원비와 교회 헌금, 두부, 참외 등을 사는데 사용하셨다. 대형마트에서는 이용이 비교적 쉽지만, 강원상품권을 사용하려고 택시를 타고 집에서 먼 대형마트까지 가고 싶어하지 않으신다. 모두 집 가까운 나들가게에서 사면 되는 것들이다. 병원과 교회는 강원상품권 가맹점이 아니다.

어르신들에게 한 달 급여 22만 원은 급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자식들에게 아쉬운 소리하지 않아도 되고, 스스로 땀흘려서 번 돈이니까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존엄성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금액이었다.

이제 그 안전판이 흔들린다. 22만 원 중 4만5천 원만 현금지급이다. 나머지 17만5천 원은 모두 강원상품권으로 지급된다. 이제 어르신들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벽에 부딪혔다. 어쩌면 지금부터라도 눈감고도 갈 수 있던 나들가게와 재래시장에 가는 길을 버리고, 잘 오지도 않은 택시를 기다려 대형마트로 가는 방법을 배워야할지도 모른다.

어르신들에게 평화로운 노년이란 늘 가던 길을 따라 나들가게에 가서 두부를 사고, 간혹 상설시장에서 신발을 사신고, 감기라도 걸리시면 가시던 병원에서 아들처럼 듬직한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고 약을 타는 것이다.

영월처럼 차도 잘 다니지 않는 깊은 골짜기에 사시는 어르신들에게는,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부식트럭에서 자신이 떳떳하게 번 돈으로 산 두부로 된장찌개를 끓여드시는 것이 익숙하고 편안하다.

지역화폐라는 강원상품권의 취지는 좋은 것 같다. 그러나, 아직 홍보가 되지 않아 강원상품권에 대해서 모르는 가게가 너무 많다. 특히 어르신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은 가맹 자체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쓸 곳도 만들어놓지 않은 채 상품권부터 쥐어주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다. 특히 영월지역은 폐광지역이자, 농산촌지역이라는 복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읍과 면 지역의 거리가 너무 떨어져있고, 면 지역은 가맹점은커녕 가게조차도 없는 곳이 많다. 이제 강원상품권 급여지급은 멈춰야 한다. 이번 달 한 번으로 족하다.

저녁에 아무도 없는 빈 방에 앉아서 티브이를 보고 있어도, 내일이면 일을 나갈 데가 있다고 생각하면 안심이 되어 잠도 잘 온다고 하신 어르신들이다. 어르신들에게 그런 저녁이 계속 되어도 좋지 아니한가? 나와 10년을 함께 일한 어르신들이 상품권을 든 채 황망히 센터를 나서는 모습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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