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애란 동네부엌 '정' 대표 참좋은두레생협 이사

'GMO와 식생활'에 대한 공부는 어렵다. 여전히 공부하는 중이고 배우는 중이라 여러 선생님들의 견해와 읽은 글들을 정리해 놓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한 번 정리해 보았다.

1. 한국은 GMO 세계1위 수입국 – 전 세계에서 제일 많이 먹는 나라인가?

GMO 농산물 세계 1위 수입국이라는데 우리 주변에 GMO 표시가 되어있는 식품은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우선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GMO 농작물은 콩, 옥수수, 감자, 면화, 사탕무, 알파파 6가지다. 거의 대부분이 가축의 사료이거나 식용유, 액상과당의 원료, 기호품의 첨가제로 사용된다.

국민들이 1년 소비하는 쌀의 무게와 고기의 무게가 거의 비슷해졌다. 물론 고기를 더 많이 먹는 나라도 있다. 문제는 사료의 자급률이다. 우리나라의 사료 자급률은 0%에 가깝다. 대부분의 축사에서는 보조 사료를 자급할지 모르지만, GMO 곡물로 만들어진 사료를 이용한다. 거의 대부분의 축산물이 GMO사료를 먹고 있지만 일단 고기에는 GMO 표시를 하지 않는다. 일부 달걀의 경우 GMO사료를 먹지 않은 닭이 생산하기도 하지만 1%도 되지 않는 양이다.

GMO를 먹는 존재는 닭, 돼지, 소, 오리 등 우리가 먹고 있는 축산물이다. 당면한 과제는 사료의 원료를 바꾸는 것이다. 국가가 북한, 중국, 몽골, 러시아 등 북아시아와의 교역을 통해 NON-GMO 사료 수급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2. 성분표시제와 원료기반표시제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빠지지 않고 사용되는 식용유와 전분당은 어떤가? 역시 GMO 표시 제외항목이다. 우리나라가 ‘성분표시제’이기 때문이다. GMO 식품을 취급하는 나라들은 크게 성분표시제와 원료기반표시제를 두고 있다. 원료기반표시제는 가공식품이라 할지라도 원료가 GMO라면 모두 표시해야 한다. 이 경우 ‘비의도성 혼입률’을 중요하게 살펴봐야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3%를 적용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5%이다. 각 나라마다 기준이 다른데 EU는 0.9%이다.

‘비의도성 혼입률’은 NON-GMO 농작물이라 해도 유통과정에서 섞여 들어오는 비율을 인정하는 정도인데 아예, 하나도 인정 하지 않고 GMO가 섞여있으면 무조건 표시하는 나라도 있다. GMO표시제에서 비의도성 혼입률 0%와 사용범위와 단계마다 모두 표시하는 것을 ‘완전표시제’라고 하기도 한다.

한국은 성분표시제이다. 성분표시제는 DNA성분 즉, 단백질성분이 남아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GMO는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것으로, DNA(단백질)의 변형이다. 그래서 가공이후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다면 검사를 해도 증명할 수 없으니 표시 자체가 의미 없다는 것이 식약청의 입장이다. 해서 가공이후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으면 표시제외대상이다.

여기에 식용유, 액상과당, 가공 첨가물들이 대부분 포함된다. GMO가 불안한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반쪽자리 표시제이고 검사시설, 인원, 비용에서 전혀 효율적이지 않은 이 방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성분표시제는 사료와 가공식품에서 자유롭게 원하는 만큼 마음껏 들여올 수 있으니 전혀 소용없는 규제인 것이다.

3. GMO 반대운동의 현안은 무엇인가?

미국의 몬산토는 전세계 GMO의 특허권 90%를 가지고 있다. 거대 기업이 미국의 힘을 이용한 식품산업이다. 옥수수와 콩으로 대표되는 GMO 1세대는 가축의 사료를 장악하고, 모든 가공식품과 기호식품의 원료를 장악하는 수단이다. 농민은 채종권과 경작권을 상실하고 거대식품산업에 종속되는 과정이고, 소비자 또한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바이엘사는 몬산토를 인수 합병했다. 몬산토가 제약회사와 손을 잡은 것이다. 이제 GMO는 기능성을 강화한 2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GMO를 재배하는 가난한 국가와 농민 그리고 소비자들은 고스란히 구조적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형편이다. GMO 반대운동은 자본의 탐욕에 맞서서 생태계를 지키는 커다란 주제이다. 이미 세계 곡물시장의 80%를 세계 5위의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 마당이니 이 싸움은 단시간에 끝을 볼 수 있는 싸움은 아니다.

현 시기 GMO 반대운동에서 내걸고 있는 요구는 크게 세 가지다. 원료기반표시제, GMO식품 학교급식 제외, GMO 상용화를 위한 개발 중단이다. 성분표시제를 원료기반표시제로 바꾸고, 학교급식에서 GMO식품을 제외시키고, 한국에서의 상용화를 위한 개발연구를 막아내는 것은 현실의 과제이며 이것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한다.

여기에서 GMO 식품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악마화 하는 것은 결코 유리하지도, 옳지도 않다. 식량자급율이 25%이고 사료자급율이 거의 0%인 현실을 무시하고 GMO를 악마화 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농민과 생산자가 부담 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의 몫이다. 먹이고 싶어도 먹일 수 없는 축산 농가는 NON-GMO표시가 허용되면 B급 생산자가 된다. 소규모로 가축복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농가도 GMO사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료의 문제는 국가가 북한, 중국, 몽골, 러시아 등 북아시아와의 교역을 통해 먼저 대안을 제시해야한다. 단계에 맞는 현실적은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GMO를 매일 먹는다. 하지만 고기나 식용유나 액상과당 때문에 기형아를 출산하거나, 우울증에 걸리거나, 불임이 되거나 또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다는 주장에 두려워하거나 흔들릴 필요는 없다.

고기를 덜먹고, 조리방식을 바꾸고, 가능한 적게 먹으며, 소농과 직거래하는 다양한 생산방식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 훨씬 의미 있는 일이다.

* 이 글은 노동당 인천시당 당보에도 게시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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