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강원상품권 앞으로 어떻게?

이건수l승인2017.07.19l수정2017.07.2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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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상품도 홍보웹자보 @강원상품권 홈페이지 캡쳐

[강원화폐, 기로에 서다]
- 주목받던 지역화폐가 어쩌다가 천덕꾸러기 상품권으로 변했나?

광역자치단체 최초의 '지역화폐'로 주목을 받으면서 추진된 강원상품권이 준비과정의 시행착오와 실행과정의 잡음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강원도에서 강원상품권을 발행한 명분은 2015년 한 해에만도 5.5조나 빠져나가는 지역자금을 붙들기 위해서다. 그러나, 시범사업 등을 통해서 가능성과 한계를 현실에서 확인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강행한 강원화폐 사업은 여러 잡음을 노출했다.

은행권과의 통화시스템 구축 실패, 강원상품권 발행사업으로 변질, 기초자치단체와 강원경제단체들의 외면, 건설업체 및 노동자들의 반발, 30억 시범발행 약속을 깬 250억 추가 발행, 강원상품권 조례의 상위법 위반 논란, 2017년 하반기의 추가적인 확대 발행 등등......

무리한 추진과 별개로 현장에서는 실제 사용률이 미미하고, 사용상의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끊이지를 않고 있다. 심지어는 현금영수증 미발행, 불법 환전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청년, 노인 일자리의 임금으로 강원상품권을 지급하면서 강원화폐가 또 논란이 되고 있다.

사회적 경제와 관련하여 주목을 받던 지역화폐가 어쩌다가 강원상품권으로 바뀌고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는지, 강원상품권의 사용실태는 어떤지 기획시리즈로 연재한다.

▲ 강원상품도 홍보웹자보 @강원상품권 홈페이지 캡쳐
▲ 강원상품도 홍보웹자보 @강원상품권 홈페이지 캡쳐

④ 강원상품권 앞으로 어떻게?

- 근본적인 모색이 필요한 때

2017년 새해 들어 사용되기 시작한 강원상품권이 이제 곧 있으면 8개월째로 접어든다. 그리고 지난 주, 강원도의회 의원들로 구성된 재정정책연구회가 강원상품권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강원화폐사업이 기로에 섰다.

강원도의회 재정정책연구회(이하 ‘연구회’)는 “최문순 강원도정은 지역자금 유출방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강원상품권을 발행했지만 오히려, 강원도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어 강원도의 독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연구회는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경제실험을 경제취약계층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최문순 강원도정은 강원상품권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 강원화폐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이미 누차에 걸쳐서 지적되거나,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그만큼 추진과정에 문제가 많았다.

우선 지역화폐가 무산된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화폐의 본질상 일정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지역화폐는 여러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화폐가 통용되려면 일정한 기반이 있어야 가능하다. 즉, 지역의 경제공동체가 이미 존재하고 있어서 공동체 내부의 자금유통이 활발하거나, 영국 브리스톨의 경우처럼 지자체가 지방세 납부를 할 수 있도록 초기에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강원도의 산업구조는 수도권 의존율이 50%를 넘고, 완제품의 대부분을 외지에서 만들어서 들여와야 하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나마 2차 산업의 비중은 11.5%에 불과하고, 3차 산업의 비중은 80%나 된다.(2007년 기준)

상품권으로 지방세 납부를 하는 것도 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관련 법상 불가능하며, 법을 정비하려면 국회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결국, 지역화폐는 취지는 좋으나 실제로 현실화되기는 대단히 어려운 실험인 셈이다. 세계적으로 성공사례가 드문 것이 그 방증이다.

새로운사회연구원의「강원지역통화 유통방안조사연구보고」에서도 경제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지역에 돈을 잡아둔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일단 시범사업을 우선 실시할 것을 권유한 바 있다.

120억 원의 통화 유통 시스템 구축비용, 지역화폐의 지방세 납부 관련 입법 미비, 시범사업을 할 경우의 소요시간 등을 감안하여 지역화폐는 결국 백지화되었다. 지역화폐를 둘러싼 연구보고를 감안하면 백지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후 변경 추진된 강원상품권 사업은 되돌아 보아야할 지점이 많다. 이 결정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준비과정이 소홀한 채 너무 서두른 것은 아닌지, 그리고 상품권사업 역시 시범사업 등을 통해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 철저히 대비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등 평가해야 할 지점이 많다.

지난 5월 강원도가 강원도의회에 제출한 상품권 사용실태를 보면 상품권이 과연 정착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게 만든다.

소비자들이 상품권을 소비한 곳을 보면, 2백만 원 이상 39곳 가운데 22곳이 농협 하나로마트 등 농협관계 업체였다. 상품권이 일부의 편중된 업체에서만 사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강원상품권 구매업체는 4월 13일 기준, 판매금액 5억303만5천 원 중 강원도청 노조가 6천 3백만 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강원양돈농협, 원주와 정선의 건설사 2곳이 그 뒤를 이었다. 5백만 원 이상 구매처 22곳 가운데 타지 소재업체는 6곳에 그쳤다. 외지 기업들이 강원도에서 자금을 쓰도록 하겠다는 애초의 계획과는 다른 결과다.

그에 비하면 상품권 환전을 위해 2%의 수수료를 농협에 내고, 상품권 장당 평균 인쇄비 100원 가량을 조폐공사에 납부해야 한다. 참고로 강원상품권 발행규모는 일반 판매용 280억 원, 비상경제일자리 지원용 750억 원이다. 강원상품권의 초기 사업비용은 130억 원 가량이다.

추진과정도 미흡했다. 우선 강원도민들의 강원상품권에 대한 인식이 대단히 낮다. 강원상품권을 처음 보거나, 상품교환권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차츰 늘어나고 있지만 가맹점 수의 절대 부족과 가맹점이 다양하지 못한 점도 초기 강원상품권 정착에 악영향을 끼쳤다. 농협으로 한정된 환전도 사업자들이 가맹점 등록을 꺼리게 만들었다. 결국 가맹점도, 소비자도 사용이 불편한 상황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과는 달리 강원도는 면밀한 평가와 대책을 세워 보완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올 하반기에는 확대정책을 썼다. 비상경제 일자리(어르신, 청년) 특별지원 대책에 6백억 원대 예산을 세워 이를 강원상품권으로 바꿔 지급하는 확대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이미 건설노동자들로부터 노임으로 상품권이 지급될 우려가 있다는 항의가 있었지만, 경제적 약자들에게 막무가내로 상품권을 떠넘기는 행태를 더 확대시킨 것이다.

강원도의회 재정정책연구회가 요구한 전면 재검토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일단 노인 일자리의 급여 지급 등 하반기의 상품권 확대정책만이라도 중단한 후 앞으로의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에도 대책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상품권 방식을 포기하고 시범사업을 통해서 지역화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거나 둘째, 상품권 방식을 고수하되, 가맹점 확대 등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최근 강원도가 가맹점 가입율을 높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가입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강원도로서는 현재까지 지적된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러나, 연구회가 "상품권으로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겠다는 사업 목표는 애초 실현 불가능한 목표였다"고 보고 있는 만큼, 강원상품권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강원도 상품권 홈페이지 http://gwgc.gwd.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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