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구청, 행정감시에 맞선 비선 조직 의혹

정보공개청구권 박탈은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일탈 강창대l승인2015.05.27l수정2018.01.0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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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행정감시로 인권침해 주장... 그러나 적법한 문제해결 방법 없었을까
-남구 주장 받아쓴 지역언론, 주민참여에 “무법자, 고질민원, 상습생떼” 등 표현
-주민 대표 기구인 구의회, 주민참여의 중재요청에도 무관심으로 일관


“구의원들을 만나서 중재 요청을 해 봐야겠어요.”

<NPO 주민참여>(이하 주민참여)의 대표 최동길 씨가 이런 결심을 한 것은 3월 초순 무렵이었다. 당시, ‘진보네트워크’(www.jinbo.net)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www.opengirok.or.kr)가 행정소송을 돕겠다고 했고, 상황은 다시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씨는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승소할 경우 2년 동안 박탈됐던 정보공개청구권을 되찾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자칫 비공개 처분을 통지했던 말단 공무원들이 소송으로 인한 피해를 떠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씨는 최후의 수단인 법정 다툼만은 피하고 싶었다.

행정 감시의 가혹한 대가

2015년 1월, 인천광역시 남구(이하 남구)에는 조직개편이 있었다. 그간 최씨의 정보공개청구에 대응하던 담당자들도 바뀌었다. 하지만 최씨의 청구에 대해 남구의 비공개 처분은 달라진 게 없었다. 최씨는 새로운 담당자에게도 비공개의 법적 근거를 묻는 지난한 작업을 해 나갔다. 물론, 법적인 근거를 제시해 주는 직원은 없었다. 다만 남구 정보공개심의회의 결정(2013년 5월 29일, 이하 심의회)에 따른 처분이란 답변만 고장 난 녹음기처럼 반복될 뿐이었다. 

작년에 있었던 인천지방법원의 처분(2014년 6월 26일)을 근거 삼아 최씨의 청구에 비공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직원도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법원의 처분을 ‘기각’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판결문을 직접 확인한 사람은 없었다. 법원의 처분이 기각이 아니라 ‘각하’였고, 판결문 역시 남구에 불리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려주자 그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노력 끝에 남구의 몇몇 직원들이 심의회 결정(사실상 자문)이 법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없을뿐더러, 자신들이 최씨에게 내린 비공개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심의회의 결정을 깨고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이는 없었다. 상급기관의 재결이나 법원의 처분 앞에서도 남구는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 남은 방법은 공무원 개개인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

「국가공무원법」은 제7장의 ‘복무’에 관한 규정에서 공무원이 성실, 친절과 공정, 청렴 등의 의무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헌법」 제7조 제1항에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는 공무원이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된다.

“공무원도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따라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 않나요? 실무관님도 비공개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한다면 저와 같은 시민이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해주세요.”

이 말을 들은 한 직원은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아무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그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이제 두어 달만 참으면 2년이 다 채워지니까, 그때부터 청구하는 건에 대해서는 제가 소신껏 처분하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안 될까요?”

최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그의 답변은 부당한 처분을 잠자코 받아들이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남구 공무원들로 하여금 법과 원칙을 묵살하게 하고 양심까지 얼어붙게 한 것일까.

▲ 정보공개심의회는 자문기구일 뿐이다. 따라서 이들의 자문을 '의결'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남구는 2015년 5월 29일부터 최씨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처리하겠다고 해 귀추가 주목된다. (자료제공: NPO 주민참여)

취재과정에서 만난 또 다른 직원 역시, 주민참여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그는 그간의 조치가 법적 근거도 없을뿐더러 부당하다는 주민참여의 주장을 부인하지 않았다. 또, 지방행정에 주민이 참여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남구청 조직 내의 분위기를 거스를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말하자면, 주민참여의 정보공개청구권 박탈은 실무관이나 몇몇 담당자의 재량을 넘어선 것이었다. 

문제는 남구의 처분이 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남구는 심의회의 자문을 근거로 들고 있지만, 이는 법적 효력을 지닌 행정적 처분이 아니다. 더구나 심의회의 구성조차도 객관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남구는 주민참여가 행정 감시를 빌미로 공무원의 인권을 침해하고 권리를 남용했기 때문이라고 처분의 이유를 주장하지만, 이 또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 

결국, 청구권 박탈은 주민참여의 행정 감시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남구의 처분은 남구가 조직적으로 주민참여에게 행한 린치(lynch)인 것이다.

행정 감시라는 공익활동의 대가는 가혹했다. 최씨가 시민으로서의 고유한 권리를 박탈당한 2년은 그 자체로 형벌이었다. 남구는 자신들을 성가시게 하는 최씨를 ‘특정 민원인’ 또는 ‘특별 민원인’으로 구분하며 차별적으로 대하기까지 했다. 또, 남구는 최씨에게 ‘악성 민원인’이라는 굴레를 씌워 자신들의 과오에 대한 책임마저 전가하려고 했다.

위법행위도 ‘일관성’이 필요한가

최씨가 중재를 위해 가장 먼저 찾아간 사람은 남구의회 의장 장승덕 씨였다. 그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 차례 더 면담이 이루어졌지만 성과는 없었다. 최씨는 남구의원 모두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몇몇 의원과 면담이 성사됐다. 의원들은 최씨의 하소연을 듣는 내내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사태해결을 위해 나서는 이는 없었다.

최씨는 노동당 인천시당 남구당협 관계자와 함께 남구의회를 찾아 중재를 요청했다. 하지만 남구의원들은 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나마 관심을 보였던 구의원은 유중형 씨였다. 그는 면담 중에 기발한 제안을 하나 내놓았는데, 자신의 업무추진비 지출내역에 대해 최씨가 정보공개를 청구하라는 것이었다. 자신이 그 청구에 공개하겠다고 응하면 2년 동안 비공개하기로 한 처분도 유야무야되지 않겠냐고 했다. 그리고 유씨는 그 자리에서 남구의회 사무국 직원을 호출했다.

유중형 의원: “오늘 이분(최씨)이 저에게 업무추진비 지출내역을 정보공개해달라고 청구할 거예요. 저는 다 공개할 거니까, 청구가 접수되면 모두 공개해주세요.”
사무국 직원: “네.” 

최씨가 남구 민원실에서 정보공개청구 신청서를 받아 막 나설 무렵, 최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구의원 유중형 씨였다. 유씨는 주민참여 일행이 의회를 나서자마자 의회사무국 직원 두 명이 의원실로 들이닥쳤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다짜고짜 최씨의 정보공개청구에 응하겠다는 유씨를 만류했다. 유씨가 그 이유를 묻자 그들은, ‘일관성’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구의원 유중형 씨는 이 문제를 갖고 남구청장 박우섭 씨와의 면담을 가졌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지방의회의 사무국은 지방행정기관으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갖는다고 보는 게 통념이다. 그럼에도 의회사무국조차 주민참여의 정보공개청구를 막았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남구의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남구의회조차도 남구의 독단적 처분을 묵인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법 근거도 없는 권리박탈, 누가 주도했나

4월 초순 무렵, 최씨는 정년퇴임을 앞 둔 책임자급의 남구 공무원 A씨를 만났다. 그 무렵 최씨가 낸 정보공개청구가 비공개로 결정됐고, 이에 대해 법률적 근거를 묻는 민원을 냈지만 기계적인 답변만 반복되고 있었다. 최씨는 직접 면담을 시도했고, A씨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최씨를 맞았다.

최씨는 남구의 공공기관을 찾을 때면 국민권익위원회나 인천광역시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문, 그리고 인천지방법원의 판결문 등을 펼쳐 보이며 남구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장황설을 늘어놓는 게 일이 되었다. A씨는 최씨의 설명을 듣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걸 이해 못하는 게 아니에요, 다 알아 들었고. 우리도 조직이고, 내부 지침이 있어요. 민원처리를 할 때 (내부지침을 통해)지휘를 받아요. 물론, 해당 관련 부서에서 받죠.”

이 얘기는 최씨와 주민참여의 민원에 대응하는 비공식적인 ‘컨트롤타워’(지휘체계)가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른바 주민참여를 대응하는 ‘비선(秘線)’의 존재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정보공개는 청구내용에 따라 관련된 부서가 맡아 처리한다. 예를 들어, 구청장의 업무추진비에 대한 정보공개는 총무를 담당한 부서가, 구청장의 관용차 운행에 관한 정보는 재산회계를 담당한 부서가 맡는다. 정보공개를 처리하는 부서는 자체적으로 청구 내용을 검토해 공개 여부 등을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A씨의 말에 따르면, 남구의 각 부서와 실무자들에게 주민참여의 민원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A씨: “공개 못할 이유, 하나도 없죠. 하지만 우리도 지휘를 받아야 돼요. 구두 지시도 지시고, (구두)지침도 지침이에요. 그게 법적 판단에 가서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받은 지침, 지시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주민참여: “위법한 처분이라는 걸 알고도 비공개하는 것은 다르지 않나요? 우리가 왜 (남구를 상대로)소송을 해야 하지요? 저희에게 사과하고, 4월 1일부터 공개하면 공익소송도 멈추겠다며 남구청장에게 면담도 요청했어요. 지금이 (소송을 피할 수 있는)골든타임이라 생각해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A씨: “우리도 답답해요. 잘못한 거 알아도 할 수 없어요, 입장이. 부당한 지시든, 이걸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윗사람 지시라도 안 들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거 아니에요, 알아요. 조직이 운영되는 데에는 보이지 않게 애로사항들이... 때로는 법령 보다 (비공식적 지시나 지침이)우리 실무선에 더 괴로울 때가 있어요. 시쳇말로 나하나 던져서 고쳐진다면... 오히려 최 선생님이 부럽기도 해요, 소신껏 사는 게.”

행정기관이 부당하게 누군가의 권리를 박탈한다는 것은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함을 천명한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법과 원칙이 무너진 자리에는 권력자의 전횡과 부패만이 곰팡이처럼 피어나게 된다.

“특정인 등 관련 정보공개청구는 의결사항에 따라 비공개통지 하시고 또한 불편사항은 민원방 녹취 등 방법으로 지속 운영됨을... (시행 총무과)”

위에서 언급된 ‘비공식 컨트롤타워’의 존재는 몇몇 문건을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2013년 5월 29일, 정보공개심의회가 개최되고 남구 총무과는 「2013년 제1차 정보공개심의회 개최 결과 알림」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남구의 모든 직원이 회람하도록 했다. 문서에는 최씨와 주민참여로 추정되는 “특정인 등”의 정보공개청구는 의결에 따라 “비공개통지”하라고 지시돼 있다. 

▲ 2013년 5월 31일, 전 직원 회람용으로 작성된 인천 남구청 내부 문서. 문서에는 “특정인 등(주민참여) 관련 정보공개청구는 의결사항에 따라 비공개통지 하시고 또한, 불편사항은 민원방 녹취 등 방법으로 지속 운영됨을"이라는 내용이 공지돼 있다. (자료제공: NPO 주민참여)

더욱 놀라운 점은 “불편사항은 민원방 녹취 등 방법으로 지속 운영됨을...”이라는 부분이다. 이것은 주민참여에 대해 비공개 처분 이외에 또 다른 조치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민원방’과 ‘녹취’의 구체적인 의미는 남구가 인천광역시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한 「행정심판 답변서 및 입증자료」(2013년 8월 22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행정심판 답변서 및 입증자료」에는 ‘민원방’이라는 게시판에서 발췌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첨부돼 있다. 민원방에 게시된 것들은 ▲방문일시 ▲장소 ▲대화자 ▲민원내용 ▲특이사항 등의 항목으로 정리된 보고서 형식의 기록들이다. 여기에는 ‘특별 민원인’(최씨와 주민참여 회원으로 추정)에 대해 각 부서에서 관찰된 바가 소상하게 적혀 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보자면, 민원방은 남구의 인트라넷에 존재하는 전자게시판으로 추정된다.

민원방의 기록물들은 남구가 주민참여 때문에 입은 직원들의 피해사례를 입증하기 위해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한 것이다. 하지만 편집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식의 자료이기 때문에  ‘직원 피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서는 한계가 있다. 

▲ '민원방'에 게시된 기록. 남구가 3월22일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대해 주민참여가 이의를 제기하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최초 녹음시 왜 녹음하냐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게시자가 특이사항에 적은 것으로 보아 사전에 알리지 않고 녹취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자료는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특정한 민원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해 기록하고 이를 공유하는 등, 인권침해가 일어나는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민원방에는 최씨가 남구에 낸 민원 내용과 관계자들이 나눈 대화내용까지 세세하게 기록돼 있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민원인의 대화가 본인도 모르게 녹취되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최씨에 대한 남구의 조직적인 사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행정심판 답변서 및 입증자료」에 첨부된 '민원방' 기록물에는 주민참여의 회원 서모 씨와 지역 주민 김모 씨가 사적으로 나눈 대화까지 기록돼 있었다.

사찰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이 외에도 또 있다. 2011년, 주민참여는 남구 부구청장의 관용차 부정사용과 공문서허위작성 의혹을 발견하고 관련 정보에 대한 공개청구를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구 공무원 B씨가 “다방에서 얘기하자”며 느닷없이 최씨를 찾아왔다. 그는 최씨의 정보공개청구와 관련된 부서의 팀장이었다. 이때 B씨는 최씨의 모교 동문회를 언급하면서 자신이 10년 선배라고 밝혔다고 했다. 이에 최씨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는 민원 때문에 남구를 드나들면서 제 신상에 대해 밝힌 적이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저의 모교를 남구 공무원이 알고 있었을까요? 솔직히, 누군가 내 신상을 조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심리적으로 위축되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몹시 불안했습니다.”

2012년 3월 22일, 남구는 「민원이란 이름의 끝없는 횡포, 남구는 이미 업무마비상태」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당시 몇몇 언론사가 보도자료의 내용으로 기사를 냈고, 다시 그 기사들은 「행정심판 답변서 및 입증자료」에 첨부돼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됐다. 당시 한 기사는 남구가 “피해 사례를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며 “법률자문을 거쳐 조만간 이 남성(최씨)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 관련기사 보기 ☞ 남구공무원 '민원 지속제기 남성 법적대응' 나선 이유

‘민원방’이 마련된 시점은 남구가 위 보도자료를 배포한 시점인 것으로 추정된다. 기사에 언급된 것처럼, 남구는 최씨에게 법적 시비를 걸 만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민원방을 마련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수집은 대부분 최씨 몰래 이루어졌다. 게다가 최씨를 회유하려 했던 몇몇 공무원을 통해 그의 신상이 은밀히 조사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심각한 위법행위가 아닐 수 없다. 

행정감시를 향한 공무원 노조의 칼끝

위 보도자료가 배포되고, 지역의 한 언론은 2012년 3월 23일에 “남구청 직원들이 고질민원 해결을 위해 뭉쳤다”는 요지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심지어 이 보도에는 “1년 이상 방대한 양의 자료 요청과 인신비하발언을 당했던 한 여직원이 정신적 충격으로 유산까지 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덧붙여 기사에는 남구 직원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대책마련에 나선다”고 언급했다.
※ 관련기사 보기 ☞ 남구, 이미 업무마비 상태 

남구의 보도자료에 근거해 지역언론들은 주민참여와 최씨를 ‘고질민원’, ‘무법자’라고 하거나 이들의 행정 감시를 ‘상습 생떼’라고 몰아세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남구는 이에 대해 합법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만약 주민참여의 행정 감시활동이 공무원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 맞다면, 남구는 이에 대해 응당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남구는 이듬해인 2013년 5월 29일, 심의회의 자문을 근거로 정보공개청구권을 박탈했다. 

남구의 주장과는 달리, 주민참여의 행정 감시활동은 공익적이었다. 주민참여의 행정 감시 성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대언론활동의 공식적인 수단인 보도자료를 통해 민원인을 비방하는 주장을 퍼뜨렸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편, 공무원으로서의 본분과 내부의 지침 사이에서 갈등하는 말단 공무원들을 지켜보는 것은 최씨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2012년 10월에 남구 ‘공무원노동조합’(이하 노조)의 설립을 누구보다도 최씨는 반가워했다. 당시, 노조의 창립총회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된 C씨는 남구에 “인권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통하여 인간다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겠다”는 결의를 다졌었다. 최씨는 노조가 결성된 만큼, 원칙에서 벗어난 부당한 지시에 맞서 남구 공무원 스스로 잘못된 조직문화를 바로잡아갈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최씨의 기대와는 달리, 이들의 칼끝은 오히려 행정 감시활동을 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조위원장 C씨는 주민참여의 행정 감시로 인해 인천시의 감사를 받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러니 노조 역시 주민참여의 행정 감시가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노조는 주민참여가 정보공개심의회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심판을 제기하자 의견서를 통해 “일부 특정민원인이 민원담당 공무원들에게 행한 사실과 기타 증명 가능한 사실을 바탕으로 구청장은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의견서에는 ‘특정민원’을 처리하는 ‘전담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는 자칫 민원인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는 제안이다.

다시 시작된 주민참여에 대한 비방

올 초, 구의원들에게 요청한 중재가 별 성과가 없자 최씨는 지난 4월 3일(금)에 노조를 찾았다. 노조는 집행부가 교체돼 C씨는 위원장직에서 물러나 있었다. 최씨는 마지막 수단인 법정다툼은 피하고 싶다며 “진정 어린 공식적인 사과와 더불어 심의회의 비공개 결정을 거둔다면 소송 계획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노조에 전달했다. 하지만 노조는 여전히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주저했다. 현임 노조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유감의 뜻을 전했지만, 노조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뒤로 물러섰다.

그런데 최씨가 남구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최씨에 대한 비방도 다시 시작됐다. 이를 주도한 사람은 전임노조위원장 C씨다. 이에 대한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C씨와의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그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민원을 내거나 정보공개를 청구하라”며 인터뷰 제안을 거부했다.

최씨와 노조의 면담이 있은 후, C씨는 노동당 인천시당을 찾았다. 노동당 인천시당은 올 3월 5일에 남구에 대해 “정당한 행정감시를 억압하는 폭력적 행정을 즉시 중단하라”는 취지의 논평을 냈었다. C씨는 노동당 인천시당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최씨의 ‘고질민원’으로 “남구의 여직원이 유산했다”거나 “사소한 문제를 트집 잡아 민원을 제기해 정상적인 업무를 마비시켰다”는 등, 3년 전 남구가 낸 보도자료와 동일한 내용으로 최씨를 비방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최씨의 소송을 돕고 있는 ‘진보네트워크’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관계자에게까지 이런 얘기가 흘러들어갔다. 이는 누군가 최씨의 행정소송을 흔들려고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행정감시 무력화를 위한 조직적, 집단적 시도

지금까지 살펴본 바, 주민참여와 최씨의 행정 감시를 무력화하기 위한 남구의 대응은 몇몇 공무원의 일탈로 볼 수 없다. 이는 매우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양상을 보였다. 남구 공무원 사이에서 그것은 일종의 카르텔(Kartell)이다. 남구의 한 공무원은 이를 “조직 내의 거스를 수 없는 분위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이들의 카르텔은 시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구의원의 지시조차도 쉽게 꺾을 수 있을 만큼 아주 강했다.

주민참여에 대한 남구의 대응이 조직적이고 집단적이라고 보는 이유는 우선, 남구가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의 공식적인 활동을 통해 주민참여 및 최씨에 대한 흑색선전을 벌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최씨에 대한 대응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민원방’이라는 인트라넷 게시판을 운영하며 최씨를 몰래 관찰하거나 녹취해 이를 공유한 점 등도 그렇다.

이외에도, 남구 공무원들이 작성한 「특정민원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 역시 남구 공무원들이 최씨에 대해 집단적으로 대응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 문건에는 「특정민원 정보공개요청 거부 동의 연명부」(이하 연명부)가 첨부돼 있는데, 연명부에 서명한 남구 공무원은 438명이다. 이 문건에는 연명부에 대해 “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 남구청 직원의 고충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돼 있다. 

주민참여의 행정 감시에 대한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무력화 시도를 지시한 이는 누구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남구청장 박우섭 씨가 지역의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4월 21일)를 다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인터뷰에서 박 씨는 주민참여와 최씨에 대한 정보 비공개 처분이 법원의 판결에 근거했다거나 법원이 인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 관련기사 보기 ☞ 정보공개심의회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인가

하지만 박 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남구청 직원을 비롯해, 남구의회 몇몇 의원도 주민참여가 정보공개청구권 박탈을 놓고 다툰 행정소송의 결과(2014년 6월 26일)에 대해 법원이 남구의 처분을 인정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 다수 있었다. 남구청장과 남구 공무원, 남구의원 등, 이들이 행정소송 결과를 오인한 것은 실수였을까? 그리고 과연, 이들의 오인은 우연의 일치였을까?

안전행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정보공개청구가 있을 경우 “정보공개 여부 및 이의신청 인용(認容)여부에 대한 처분권자는 공공기관의 장”이라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11조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이는 “청구된 정보의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법적인 의무와 권한을 가진 주체는 공공기관의 장”이라고 명시한 인천지방법원의 판결문(2014년 6월 26일)과도 일치한다. 따라서 2년 동안 시민의 권리를 박탈한 것에 대해 남구청장 박우섭 씨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한편, 모든 것이 부당한 지시에서 시작됐다면, 이에 따라 위법한 처분을 이행한 실무 공무원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한 질문에 안전행정부는 “상관의 지시가 불법이라는 것을 모르고 업무를 처리하였더라도 그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답변했다. 더구나 지시가 부당하다고 인지했다면 더욱 책임을 면키 어렵다. 「공무원행동강령」 제4조는는 부당한 지시가 있을 경우 사유를 그 상급자에게 소명하고 지시에 따르지 아니하거나, 행동강령책임관과 상담하도록 하고 있다. 

또, 안전행정부는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1)”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공무원의 집단행동은 금지돼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민원을 거부하기 위해 연명부를 만들거나 조직적으로 민원인을 감시하고 기록해 이를 공유한 행위 또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의 자존감, 공무원 스스로 지켜야

취재과정에서 인천 중구와 남구에 구청장 관용차의 ‘운행일지’와 ‘하이패스거래내역’을 정보공개청구한 일이 있었다. 두 기초자치단체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중구의 담담 실무관 신승우 씨는 해당 청구를 모두 ‘공개’ 처분했고, 자료를 열람하는 모든 과정이 하루 안에 이루어졌다. 열흘2)이라는 말미가 있음에도 정보공개를 신속하게 처리한 이유에 대해서 묻자, 신 씨는 “법에서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남구의 담당관은 정보공개 여부의 통지 기한인 열흘을 꽉 채워 처분결과를 통지했다. 하이패스거래내역은 ‘정보 부존재’였다. ‘정보 부존재’란 해당 기관에서 생성하지 않는 문서 즉, 없는 문서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하이패스거래 내역은 관용차를 운행하면서 발생하는 자료다. 따라서 ‘부존재’ 처분은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남구는 다른 관용차의 하이패스거래내역을 이미 공개하기도 했었다. 담당관에게 처분의 이유를 물었다.

“하이패스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고 신분증을 지참해 방문했지만 못 받았어요. 저보고 연락도 없이 방문했다며 펄쩍 뛰면서 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돌아와야 했어요.”

이 말은 ‘정보 부존재’의 책임을 하이패스 영업점에 전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공공기관답지 않은 옹색한 변명일 뿐이다. 

그나마 결정통지서에 ‘공개’로 처리된 관용차 운행일지도 남구는 홈페이지에 게시된 자료를 참고하라고 했다. 때때로 홈페이지에 공시된 정보라 하더라도 사실 확인을 위해 그 근거가 되는 원본서류를 정보공개청구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남구는 결국, 운행일지까지도 청구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회피한 셈이다.

정보공개 피청구 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공개를 회피하거나 꺼린다면 민원인 입장에서 이에 대해 이의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상급기관에 진정 또는 감사,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심지어 행정소송까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행정력이 낭비되는 원인을 ‘민원’에 돌릴 수는 없다. 공무원의 ‘안녕’을 위해 부당한 행정 처리를 덮고 갈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구는 ‘꼬리 물기 식의 민원’의 원인을 제공하고는 그 책임을 주민참여에 전가해 왔던 것이다. 남구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보공개청구에 이어진 진정과 감사청구로 남구 직원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남구의 민원처리에 문제가 많았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행정 감시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것 역시, 그 만큼 남구의 행정이 떳떳하지 못했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남구 공무원들은 심의회에 제출한 「특정민원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에 특정민원인 즉, 주민참여와 최씨가 “다량의 민원신청으로 개인적 업무 부담”을 주고 있고 자신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남구를 “부실덩어리 조직으로 폄하(폄훼)하고 있다”며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쯤에서 이 사태의 진실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남구 공무원들은 공무원으로서의 자부심과 명예를 세우기 위해 과연 무슨 노력을 했는지. 

2015년 5월 29일은 남구가 주민참여와 최씨의 정보공개청구권을 박탈한 지 2년째 되는 날이다. 앞으로 남구가 주민참여와 최씨의 행정 감시활동에 어떤 대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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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도5035 판결 등, 안전행정부의 답변서에서 재인용. 
2)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11조(정보공개여부의 결정) ① 공공기관은 제10조의 규정에 의하여 정보공개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청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공개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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