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산얼병원 닮은꼴, 녹지국제병원 추진논란

병원 설립주체, 의료사업 경험 없는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l승인2015.06.11l수정2015.06.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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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영리병원 1호로 추진되었던 산얼병원 설립이 '막장드라마' 같은 사기극이었음이 드러남에 따라 결국 무산되었다. 그러나 7개월 만에 영리병원 1호를 만들기 위한 또 다른 사기극이 준비되고 있다. 이번에는 녹지국제병원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4월 2일 보건복지부에 녹지국제병원 설립 승인 요청서를 제출했고, 보건복지부는 빠른 검토과정을 거쳐 승인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 제주도에 설립이 추진됐던 산얼병원. 줄기세포 시술 문제와 응급대응 체계 부실 등의 이유로 건립 신청 1년여 만에 2014년 9월 무산됐다.

2013년 말부터 '투자활성화'라는 이름 아래 의료민영화·영리화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박근혜 정부는 영리병원 1호 설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영리병원 1호 설립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법적 검토를 거쳐 별다른 하자가 없으면 승인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영리병원 1호 탄생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제주도에 새롭게 영리병원 1호 설립을 추진하는 주체는 똑같은 중국 자본이다. 산얼병원의 설립주체는 중국 천진하업그룹의 한국법인인 CSC였고,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주체는 중국 녹지그룹의 한국법인인 한국투자개발유한회사가 설립한 자회사 그린랜드헬스케어다. 

산얼병원의 경우 중국 모기업 대표가 사기대출 혐의로 구속되고 회사가 부도난 사실이 밝혀지는 등 모기업의 부실문제가 불승인 요인이 됐다. 이에 비해 녹지국제병원의 모그룹인 녹지그룹은 탄탄한 자본력을 가진 중국의 거대 부동산전문기업이므로 중국 모기업과 한국 현지법인의 부실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제주도와 보건복지부의 입장이다.

녹지국제병원 설립주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영리병원 설립주체의 성격과 운영체계다. 왜냐하면, 녹지국제병원은 7개월 전 불승인된 산얼병원과 하나도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산얼병원의 설립주체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피부미용, 항노화 관련 시술을 통해 막대한 돈벌이사업을 펼치려 한 부실기업이었다. 반면,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주체는 의료사업 경험과 노하우가 전혀 없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로서 미용·성형 등의 시술을 통해 막대한 돈벌이사업을 펼치려 하고 있다.

의료사업 경험과 노하우가 전혀 없는 부동산 전문기업이 성형·미용 관련 의료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의료전문업체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녹지국제병원 설립은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설립하기 위한 한국 모 성형외과의 우회투자'라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의혹을 받고 있는 해당 병원측은 지난 13일 해명자료를 통해 "2014년초 녹지그룹을 알게 됐고 수개월 동안 제주헬스케어타운 사업 협력을 위해 논의해 2014년 10월 합작계약을 체결했다"며 "하지만 제주도청 등 관련 기관들의 협의 결과 국내의료기관의 우회투자 의혹을 받을 수 있다는 염려를 사게 돼 합작계약은 실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병원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완벽하게 사그라지지는 않았다. 따라서 녹지국제병원 설립주체의 자본규모와 범법행위, 부실기업 여부만이 아니라 영리병원 설립과정과 이후 운영과정에서 자본투자와 이익배분의 흐름까지 면밀하게 검토하여 얽히고설킨 설립주체의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 

만약 보건복지부가 영리병원 설립주체의 성격과 운영체제를 규명하지 않고 형식적인 법적 요건만으로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하게 될 경우 국내자본의 우회투자 의혹과 부실운영 후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산얼병원과 녹지국제병원은 정부가 꾸준히 주장해온 외국 영리병원 허용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에서도 다를 바 없다. 산얼병원의 규모는 48병상이고 개설하는 진료과는 성형·피부·내과·가정의학과이다. 녹지국제병원은 산얼병원보다 1병상 적은 47병상이고 진료과는 똑같다. 불승인된 산얼병원과 새롭게 추진되는 녹지국제병원의 규모와 진료과가 놀랍게도 판박이인 것이다. 두 병원 모두 성형·피부과를 중심으로 고가의 돈벌이 진료를 하겠다는 것이다. 

▲ 사진제공: 보건의료노조

외국영리병원 허용 취지 찾아볼 수 없어

정부가 애초 외국영리병원을 허용하려 한 취지는 외국인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선진의료기술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50병상도 되지 않는 규모에다 돈벌이 진료과 중심으로 운영하는 외국영리병원은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과 선진의료기술 도입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외국 영리자본에 의료분야에서 무제한의 영리추구를 보장해주는 것 말고는 다른 취지를 찾아볼 수 없는 운영체계다. 

정부가 또 다른 외국영리병원 허용 취지로 내세운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의 없다. 녹지국제병원의 인력구성을 보면 의사 9명, 간호사 28명, 약사 1명, 의료기사 4명, 사무직원 92명 등 의료인력보다는 사무직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돈벌이 수익 창출을 위해 환자유치행위와 돈벌이 경영에 치중하기 위한 비상식적이고 기형적인 인력구성일 뿐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영리병원이 가져올 재앙적 수준의 폐해를 차치하고라도 제주도에서 추진되는 영리병원은 정부가 주장한 외국영리병원 허용 취지를 단 하나도 충족하지 못하는 지극히 초라하고 옹색한 모양새이다. 결국,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이니 선진의료기술 도입이니 일자리 창출이라는 것은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했고, 외국영리자본에 제한 없는 투자와 돈벌이 의료를 추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외국영리병원 허용의 실체적 목적이었음을 정부 스스로 고백하는 셈이다.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다.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됐다는 얘기다. 배는 바다로 출항해야지 산으로 가서는 안 된다. 병원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공익기관이 되어야지 영리자본의 돈벌이 투자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제주도에 영리병원 1호가 허용되면 제주도뿐 아니라 경제자유구역 등을 비롯한 우리나라 전역에 영리병원이 설립되는 건 시간문제다. 또 정부가 반드시 지키겠다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와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이 붕괴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영리병원이 한 번 허용되기 시작하면 돌이키기 어렵다.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서라면 굳이 외국영리병원을 허용하지 말고, 외국인 전용진료소를 설립하거나 우리나라 병원에 외국인 전문진료센터를 세우면 된다. 선진의료기술을 도입하는 것 또한 외국영리병원을 설립하지 않아도 외료기술협약을 체결한다든지 의료진 해외연수와 견학, 각종 학술대회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산얼병원과 녹지국제병원은 단지 7개월간의 시간차만 있을 뿐 완전 닮은꼴이다. 정부가 주장한 외국영리병원 허용 취지는 온데간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외국영리병원을 허용할 명분도 근거도 없어지고 남은 것은 외국영리자본의 잇속 챙기기에 정부가 보기 좋게 놀아나는 볼썽사나운 모습뿐이다. 그리고 국민 70% 이상이 반대하는데도 기어코 우리나라에 영리병원 1호를 만들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고집만 도드라지게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goo.gl/vHaQ3w)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  gaemi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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