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들을 위한 칼 맑스의 협동조합론

양준호l승인2017.11.13l수정2017.11.1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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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준호 /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인천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장

'노동운동', '노동자정당'을 곧잘 운운하는 '동지(여기서는 운동가, 정당가, 연구자 모두를 의미하여, 이들과 나는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회경제 체제를 지향하기에 '동지'로 불렀다)'들과 만나 얘기해보면,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경제조직은 '개량에 불과하다'며 이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또 그들은 '노동조합운동'에만 올인하는게 자신들의 맑스주의를 가장 잘 관철(?)하는 것이라며 협동조합운동에 매우 냉소적으로, 솔직히 좀 '꼰대'같이 대응하곤 한다.

사실 내 주위에는 이런 인식과 태도를 보이는 분들이 많이 있고, 이분들과는 '협동조합' 이외의 거의 모든 주제에 관해서는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고 있으며(소수이지만 노동공동체운동 및 협동조합운동에 긍정적인 분도 있다), 또 실은 이분들과 친하기도 친하다.

해서 '동지에 대한 사랑'으로 한 말씀만 드리고 싶다. 동지들이 '협동조합'에 대해 냉소적인 것은 지금 눈앞에서 협동조합을 하는 사람들의 이념적 입장이나 삶에 대한 자세가 '진보적'이지 않기 때문인가? 아니면 맑스주의적 관점과 협동조합은 정합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인가? 아마 둘 다로 인한 것이리라.

그러나, 전자의 이유는 맞다. 나 역시 이를 비판해왔다. 그러나, 후자는 아니다. 협동조합과 맑스주의는 정합적이다.

동지들이 그리도 신봉(?)하고 있는 칼 맑스의 이른바 '미래사회론'을 조금만 더 깊이 그리고 그 논의의 시간적 배경을 고려하여 들여다보자.

맑스는 그의 '미래사회'에 관한 논의에서 실은 이른바 '결사체' 또는 '연대체'로 불리는 지금의 '어소시에이션(Association)적' 조직, 즉 '협동조합적 조직'을 미래사회의 대안적 주체조직을 구상하는데 매우 중요한 키워드로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맑스가 먼 미래가 아닌 당시 그가 호흡하고 있던 시대의 대안으로 '협동조합적 사회'를 내놓았다는 점이다. 이는 그의 논의가 많은 사람(맑스를 비판하는 모든 사람들을 포함한다)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과도기적 구상을 경유하지 않는 '뜬 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실은 그의 구상이 매우 실천적이고 현실적이며 단계론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맑스는 그의 그 '탁월한' 눈으로 1860년대에서 1870년대에 걸쳐 생산협동조합을 기축으로 하는 '협동조합형 사회'가 서서히 구축되기 시작한 것을 '직접' 관찰하였고, 또 동시에 그 시대에는 꼬뮨국가론도 다듬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객관적 사실을 목격한 당시의 맑스는 '가까운 미래'에는 '협동조합적 조직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에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 국가'를 접합시킨 '과도기적인 사회-국가상'을 그의 현실적 대안으로, 또 그의 미래사회론의 핵심 대안개념으로 내놓았다는 점을 좀 더 바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해서, '동지' 여러분께 묻고 또 제안한다. 우리 한국 자본주의는 '과도기' 없이 바로 '이상'으로 갈아탈 수 있는 물질적 토대를 갖추었는가? '과도기적인 대안 구상' 없이 '최종적 대안'만을 내놓는 것은 전자에 대한 사전 이해, 학습, 운동적 실천 그리고 고민의 부족을 애써 감추려고 하는, 이른바 운동의 방식과 초점에 관한 '좌파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에 기인하는 것 아닌가?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나타나는 노동자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노동공동체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경제조직 모범사례의 '객관적 사실'들은 당시의 맑스에게 그러했듯이, 지금 우리 눈앞에 21세기판 '협동조합형 사회'가 도래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리고, 맑스가 그렇게 실천적으로 현실적으로 또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과는 달리, 왜 그리 운동의 공간을 '지역'으로 설정하지 않고, '국민국가' 차원에서만 전개하고 있나?

맑스를 그리 신봉하다면, 진정한 사회주의 그리고, 공산주의를 최종적인 이상으로 꿈꾼다면, 엥겔스가 극찬한 맑스의 '역사를 바라보는 눈'에 비친 당시의 객관적 사실과 그의 '전략적 구상'을 조금이라도 존중해주길 바란다. 아니, 따라하고 배우는 것이 그의 대한 도리이지 않겠는가.

'동지' 여러분, '냉소'와 '기득권'을 내려놓고 조금 더 '걸쭉하게' 그리고, 조금 더 '치열하게' 협동조합을 과도기적 대안으로 규정해보면 어떻겠는가.

오늘 이 맑스의 관찰과 고민 그리고 단계론적 전략에 '동지' 여러분들이 더 많이 공감해준다면, 협동조합을 '용역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그리고, '고용정책의 수단'으로 간주하여 공공의 자산을 축내고 변혁을 가로막는 천박하고, 반동적인 쭉정이들을 걷어 차버릴 수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우리의 미래사회의 '이상'은 보다 폭넓게 대중화되어 보다 빨리 도래될 수 있다.

'동지' 여러분들의 역사변혁을 향한 진지함과 그 치열함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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