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식 고려대학교(행정학과) 교수

포항 지진에 대한 신문기사는 대한민국 국민처럼 극단적이다. 포항 지진보다 250배 되는 지진이 발생해도 원전은 안전하다는 기사가 있는가하면, 진도가 0.7만 높아져도 원전은 버티지 못한다는 기사도 있다.

뭘 믿어야 할까? 나는 과거에 신문을 읽을 때 한겨레, 경향신문을 먼저 읽고 그 다음에 조선, 중앙, 동아를 읽었다. 사람은 먼저 듣는 견해에 의해 생각이 고정되고 나중에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안 먹힌다.

그래서, 약자의 견해를 대변하는 신문을 먼저 읽어야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거꾸로 조선, 중앙, 동아를 읽고 한겨레, 경향신문을 읽는다. 먼저 강자의 의견을 접하면 생각이 고정될 확률이 더 높지만 뒤에 노출되는 약자의 의견에 의해 수정된다면 그거야 말로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100%란 없지만 100%에 근접하는 견해를 갖고 싶은 열망 때문이다.

세상이 편리해져서 인터넷으로 모든 신문을 쓱 훑어 볼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다만, 나는 매번 신문을 읽으면서 절망한다. 어쩌면 똑 같은 사건을 두고 이렇게 상반된 견해를 쏟아낼 수 있을까? 사람의 편견과 선입견을 양념으로 삼아 독선과 억지의 말을 쏟아내는 언어의 향연을 보면, 우리가 과연 세상에 대해 얼마의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절망한다.

언젠가 어떤 신문과 인터뷰를 했는데, 기사가 일부 왜곡 되어 있었다. 항의를 했더니 그렇게 쓰지 않으면 독자의 항의가 빗발친다고 미안해한다. 나는 그때 기자의 탓, 신문사의 탓이라기보다는 ‘독자의 탓이고 결국, 국민 탓이구나’ 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국민이 과연 어떻게 정치인을 욕할 수 있을까? 이런 국민이 만들어내는 정치가 과연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그래도, 아주 희망이 끈을 놓지 않는 것은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에 비하면 우리 국민이 얼마나 성숙했는가에 놀라고, 그 시절 대한민국에 비하면 지금 대한민국이 얼마나 좋아졌는가에 안도한다.

다만, 국민의 눈에 보이는 곳은 많이 좋아졌지만, 국민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의 부패와 구조적 병폐는 한탄할 정도이다. 결국, 세상은 아주 조금씩, 정말 조금씩 좋아질 수 있을 뿐이다.

때로는 후퇴하기도 하니 그저 세월이 흐르면 좋아지겠지 안심해서도 안 된다. 내년 지방선거 때는 좀 더 성숙한 유권자로 좋은 정치를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좋은 정치란 리더와 국민의 공동생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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