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규 노동당 경남도당 정책위원장 진해드림요양병원 원장

이국종-김종대 사건과 관련해서, 의사 7천명이 이국종 교수를 지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의사들이 이국종 교수가 지금까지 호소해온 내용을 해결하는데 얼마나 관심이 있었는지 솔직히 의문스럽다.

이번 사안과는 별개로, 이국종 교수가 평소 계속 이야기해온 것은, 한국의 중증외상 치료시스템의 모순에 대한 것이었다. 매달 수억 원의 적자를 본다는 이유로 중증외상센터를 어느 병원도 하려하지 않고, 외상외과를 전공하려는 사람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국종 교수 등이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을 감수하고 밀려드는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현 상황에 대한 울분이었다.

진정으로 이국종 교수를 지지하고자 한다면, 이런 현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방법은 무엇인가? 중증외상센터는 공공병원에서 감당할 수밖에 없다. 민간병원에게 월 수억 원의 적자를 감당하라고 해본들 말을 듣지 않고, 수가를 좀 올려준다고 중증외상센터가 흑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는 결국 공공병원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 한국의 공공병원 비중은 민간의료의 천국인 미국과 비교하더라도 3분의 1 약간 넘는 수준이다.(2016년 기준 9.2%. 미국은 24.9%이며, 유럽이나 그 외 OECD 국가들은 대부분 60%를 넘는다)

중증외상 전문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중증외상의 특성상 개원이 거의 어려운 상태에서, 돈이 되기는커녕 병원으로부터 적자의 주범이라고 눈치만 봐야 하는 외상외과를 누가 전공하려고 하겠는가?

이 역시 공공적으로 양성할 수밖에 없다. 사관학교나 경찰대처럼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학비를 무료로 하는 대신 꼭 필요한 전공 위주로 전문의를 양성하고, 졸업 후 일정기간을 공공병원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이국종 교수를 지지한 의사들의 상당수는 공공병원 확충이나,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 시큰둥하거나 반대하고 있다. 물론, 안 그런 분들도 있겠지만 의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다.(실제로 보건복지부에서 공공의대 설립을 검토했는데, 의협 등 의사 사회는 이를 반대했던 것으로 안다).

이국종 교수가 호소하는 바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것에는 무관심하거나 반대하면서, 이국종 개인에 대해 지지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우리에게는 영웅이 아니라,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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