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1년 - 촛불혁명 진행 중, 대한민국 적폐 청산으로 새 술을 담기 위한 리셋 중

김흥순l승인2018.03.12l수정2018.03.1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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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소장이 담담한 목소리로 주문(主文·결론)을 읽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촛불혁명에 놀란 박은 3차례에 걸쳐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자연인 신분이 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고, 그로부터 열흘 뒤인 3월 31일 박 전 대통령은 뇌물 등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2017년 4월 17일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 그는 '대통령' 박근혜에서 '피고인' 박근혜로 신분이 바뀌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공소사실만 18개에 이른다.

법원은 2017년 10월 13일, 박 전 대통령이 롯데·SK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첫 재판 이후, 반년여 만에 법정에서 처음 입을 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제게서 마침표가 찍혔으면 한다"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다.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변호인단은 총사임했다.

중단된 재판은 42일 만에 재개됐다.

재판부는 직권으로 국선전담변호인 5명을 선정했다. 하지만, 재판은 피고인이 없는 '궐석재판'으로 진행됐다. 그는 결심공판에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국민의 간절한 희망과 꿈을 송두리째 앗아갔다"며 징역 30년, 벌금 1,185억 원을 구형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로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는 4월 6일 오후 2시 10분에 진행된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사법부의 1차적 판단은 곧 끝이 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은 혐의와 공천개입 의혹으로, 또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추가기소 된 사건에도 불출석하자, 법원은 직권으로 국선전담변호인을 선정했다. 이번 사건 역시 피고인이 없는 '궐석재판'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대한민국이 새로 리셋되기 시작한 순간이다.

1. 권력자 리콜 경험한 시민 세력 - 새 질서 위한 과도기 시작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 여론은 특권층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정치 영역에서 점차 민간, 사회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권력 최정점의 비리, 부정부패가 만천하에 공개됐고, 이를 단죄하는 모습을 본 국민이 사회 전반에 대한 바로잡기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리콜(recall·결함 보상)이다. 한 번 리콜을 경험한 시민들은, 이제 스스로 선출직 공무원을 ‘고용’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권위주의를 종식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권력층을 통제하고자 하는 사회적 움직임이 보인다.

2. 한국 사회 뒤흔드는 미투(# Me Too)는 ‘촛불 연장선’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미투(# Me Too)’ 열풍 또한 이런 기류의 연장선에 있다. 탄핵으로 박 전 대통령만 무너진 것이 아니다. 기존 기득권 질서, 규범, 규율 등의 모든 틀이 무너진 것이다. 대표적인 현상이 미투 운동이다.

미투 운동은, 큰 틀에서 기존의 남성이 가진 기득권에 대한 도전, 해체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특권층으로 인해 피해를 본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시선도 함께 커지면서, 시민들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3. 일부 질서 부재 따른 혼란 양상

기존 질서의 해체는, 곧 질서 부재를 의미한다. 단적인 예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찾을 수 있다. 나날이 수많은 청원이 쏟아지지만 개인 민원이나 단순한 분풀이, 심지어 허위 성추행 청원까지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억압됐던 목소리가 밑바닥부터 강하게 분출되면서, 다소 사회적 혼란과 갈등도 높아지는 측면도 있다. 정권 교체 이후, 여러 출구를 통해 억눌려 있던 민심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직접민주주의로 탄핵을 실천했지만, 정작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다양성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나와 다르면 혐오, 배척의 대상으로 보는 분위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 발전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큰 흐름을 보면, 1987년 항쟁 이후 몰아친 민주화의 물결이 지난 몇 년간 역행했다. 이제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런(탄핵) 과정을 거치면, 시민들의 정치 효능감이 상당히 높아진다.

지금은 국민이 정치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정치 시스템이 건강을 되찾는 기간이다. 새로운 사회의 바람직한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긍정 해석할 수 있다.

4. 적폐청산만으론 부족, 시스템 구축해야하는데 국회가 방해 세력으로 등장

탄핵 이후 무너진 국가 시스템을 하루빨리 재건해야, 한국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우는 ‘적폐청산’ 슬로건에 대해 “적폐청산은 촛불 광장에 쏟아져 나온 다양한 어젠다를 담는 포댓자루이지, 적폐청산 자체가 국정철학이 될 순 없다. 적폐청산을 내세워 대선을 치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계속해서 ‘촛불 혁명이 만든 정부’라는 가치를 떠안고 가겠다고 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제 제도화, 시스템화 해야 한다.

새 정부의 핵심적 가치, 미래지향적인 국정철학을 확립해 한국 사회에 떠도는 수많은 어젠다를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 적폐 수사, 과거 진상규명이 향후 사회 구조적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단순히 국정농단 주범들에 대한 단죄뿐만 아니라 사회 양극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촛불 혁명’이 명령한 것이다. 여당도 결국 집권세력인 만큼, 청와대와 행정부를 견제하며 초당적 협치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해서 시스템화, 제도화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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