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일 첫 번째 글을 게재하면서 밝혔듯이, 부천의 원종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인권침해와 부당해고 논란이 벌어졌고, 이글은 인권침해 발언의 피해 당사자인 조재화 사회복지사가 자신의 심경과 더불어 자신의 관점에서 사건의 전말에 대해 쓴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글의 의미와 취지가 손상되지 않는 선에서 약간의 교정교열이 있었음을 밝힌다. (편집자)
※ 첫 번째 글 보기☞ 원종종합사회복지관 사태에 부쳐①

▲ 부천원종종합복지관의 성차별·인권침해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인권침해 발언, 오해일 뿐이다?

복지관의 기자회견과 반박 보도자료에서 “임산부직원에게 수차례 사과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복지관의 공개적인 사과는 6월 18일에 단 한 번뿐이었다. 사과의 내용도 “농담이었고, 의도는 그렇지 않으나 사과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4월 18일 복지관 행사장에서 부장님으로부터 내가 직접 들었던 말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은주 선생님은 이 사건이 이런 식으로 무마되는 것을 불편해했던 것 같다. 결국, 안타깝게 나를 지켜보던 이은주 선생님이 사건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4월 27일, 복지관 직원 전체가 참가하는 복지국가 직원학습 시간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은주 선생님은 “동료의 아픔을  앞에 두고 복지국가 토론을 하는 게 마음이 아프다”라는 말을 했다. 그러자 간부 한 명이 “조재화 선생의 문제를 공론화하자는 것이냐”며 반문했다. 이은주 선생님은 사무실에 돌아와 나에게 “의사를 묻지 않고 이야기를 꺼내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은주 선생님이 고마웠다. 오히려, 침묵하는 직원들의 태도에 속상했다.

이 일이 있고, 복지관에는 몇몇 간부들의 이야기가 돌았다. 그들은 직원들을 불러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묻거나 이 문제가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사건에 대해서도 복지관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문제이고, 조재화가 과민반응을 하고 있다는 등의 얘기를 했다고 한다. 

나는 이 문제를 놓고 건강하게 토론하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과를 받고 싶었던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쉬쉬하며 문제를 슬쩍 덮으려는 것 같아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

그런데 어느새, 이은주 선생님은 이 사건에서 나보다 더 주요인물로 부각되어있었다. 그 당시 이은주 선생님은 ‘대장동 쑥개떡 사업’으로 무척 바빴다. 사무실에서 잠깐잠깐 얼굴만 볼 수 있었을 뿐,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시간조차 없었다. 어쩌다 틈이 나더라도 이은주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듣고 위로해주기 바빴고, 복지관 내의 분위기를 파악할 만한 틈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이은주 선생님이 타깃이 되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좀처럼 기회가 되지 않았다. 

5월 11일, 전체 직원회의가 있었다. 이때 관장님은 “농담으로라도 상처를 주는 말은 하지 말아야”한다는 취지의 말로 간단하게 회의를 끝냈다. 나는 문화센터로 돌아와서도 회의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해 침울했다. 이은주 선생님은 이런 나를 다독였다. 선생님은 나에게 국장님이 투병중이고, 그래서 관장님으로서는 그게 최선인 것 같다며 마음을 풀라고 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관장님으로부터 부장님이 암수술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이은주 선생님도 마음이 약해졌었다고 했다.

5월 18일에 이번 사태에 대해 부장님의 해명을 듣는 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흘 전인 5월 15일, 팀장님은 조재화의 입장에서 말해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이은주 선생님의 참석을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이은주 선생님은 시어머니 제사 때문에 이미 며칠 전에 휴가를 낸 상태였다. 팀장님은 휴가를 미루더라도 참석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이은주 선생님은 “당사자의 요청으로 해명자리를 만드는 것은 부장님이나 조재화 선생 모두에게 안 좋다”라며 항의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관장님이 이번 사건에 대해 마무리를 했으니 그걸로 끝내야 한다, 다시 상처를 악화시키는 이런 회의는 비상식적이라는 게 이은주 선생님의 주장이었다. 

나는 해명의 자리가 열린다면 그 자리에 참석해 행여 사실과 다른 주장이 나올 경우 이를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후 관장님으로부터 부장님이 참석하지 않는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래서 나 역시 그 자리에 나갈 필요성을 느껴지지 않았고, 그날 나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참석하지 않는다던 부장님이 회의에 참석했다. 의도치 않게 나와 이은주 선생님, 그리고 나에게 문제의 발언을 전한 모 간사도 참석하지 않은 채 부장님의 해명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날 오후, 부장님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이번 일로 괜한 직원들만 하나 둘 불려 다니는 상황이 발생한 것 같아 나는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던 차였다. 특히, 나에게 말을 전한 모 간사는 관장님에게 불려가 크게 야단을 들어야 했고, 간부들의 냉대에 괴로워 사표를 쓰겠다는 말까지 했었다. 더구나 대장동 마을 프로젝트로 바쁜 이은주 선생님은 자신이 조직의 타깃이 되고 있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고, 나는 이게 너무나 괴로웠다. 그래서 이번에 부장님을 만나면 어떤 내용으로든 이 사건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면담은 부장님의 자택에서 이루어졌다. 부장님은 나에게 사과를 했다. 그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문제의 발언은 농담 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직원들은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네가 문제를 제기해서 많이 놀랐고, 나와 너(조재화)의 관계에서는 문제가 될 상황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단, 네가 임신을 해서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이고, 이은주 선생이 없었다면 네가 문제를 제기했을지 모르겠다. 팀 내에서 나를 대상으로 사과방법을 운운하는 것을 듣고 너무 괴로워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조재화 선생이 기분 나빴다면 사과 한다. 하지만 번번이 이런 일로 문제를 삼게 된다면 우리 복지관은 농담도 하지 못할 정도로 삭막한 기관이 될 것이다.”

사과의 요지는 즉, 너의 오해로 비롯된 일이지만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온전한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힘들어하는 동료들을 생각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오후, 문화센터에 자리한 복지팀에 회의가 있었다. 나는 부장님의 해명을 위한 직원회의의 내용을 알려달라고 했고, 그 자리에서 5월 18일에 열린 회의의 내용과 내가 부장님의 자택에서 받은 사과의 내용이 공유됐다. 

복지관의 안녕을 위한 희생양 찾기

부장님의 해명을 위해 열린 직원회의(5월 18일)의 내용은 놀라웠다. 회의에서 나온 핵심적인 내용을 추리면 이렇다. 

“이번 사건은 모 간사가 불필요하게 말을 옮겼기 때문이고, 이에 조재화가 과민반응을 한 것이었으며, 이은주 선생이 조재화를 부추겨 선동해서 불거진 것이다.” 

복지팀 회의에 함께한 이은주 선생님 역시 화를 참지 못했다. 나는 사건을 하루 빨리 해결하고 싶어 부장님의 이상한 사과를 받아들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사건은 진실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었다. 더구나, 이 발언들이 모 간사와 나, 이은주 선생님이 없는 자리에서 나왔다는 점도 문제였다. 

나는 상황이 점점 더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흘러가는 게 무서웠다. 복지팀 회의 후에 이은주 선생님과 메신저로 이 사태에 대해 논의하고 부장님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것 등등, 마음 한쪽 구석에서는 괜한 후회가 슬며시 고개를 들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이 일로 모 간사와 이은주 선생님이 사건의 책임자로 몰리는 것을 잠자코 보고 있는 것도 괴로웠다. 그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복지관과 외부에서 공공연하게 이은주 선생님과 함께 일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돌 때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윽고, 지난 복지국가 직원학습 시간(4월 27일)에 이은주 선생님이 발언한 내용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회의가 6월에 열릴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동료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문제였나?

5월 18일 부장님의 해명을 위해 열린 직원회의가 이번 사건의 책임을 나와 이은주 선생님, 모 간사에게 돌리기 위한 것이었다면 6월 8일에 열린 회는 나와 이은주 선생님을 재판하고 정죄하는 회의였다. 이날 관장님은 이은주 선생님이 복지국가 직원학습 시간에 발언한 것을 두고 이런 말을 했다. 

“한사람의 인권을 지킨다는 미명 아래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이 인권의식도 없다는 규정을 한 것이고, 조직에 피해를 입혔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이은주 선생님과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말들이 두 시간 반 동안 쏟아졌다. 나는 모든 게 무너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죽는 날까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말들이지만 기억나는 내용을 옮겨본다. 

“임산부는 조직에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가해자다. 농담 이였는데 농담인줄 모르고 상처받은 건지 묻고 싶다. 조재화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어쩜 저렇게 독한지, 신뢰하기 힘들다. 이은주 선생과 조재화를 동료로 인정할 수 없다. 이은주 선생은 10년의 조직문화를 무너트렸다. 수술(부장님의)이 잘됐는데 만약 안 좋아지면 이번 사건 때문이고, 그때는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겠다. 직원들이 사과를 요구(부장에게)하는데 죽고 싶었다.”

끝도 모르고 쏟아지는 고통스러운 말들. 1초가 억겁의 시간으로 느껴질 만큼 견디기 힘들었다. 그 고통스런 시간이 지나자 관장님은 “더 이상 이번 사건을 언급하지 말라”며 회의를 마무리했다. 

나는 이때 비로소, 처음으로 이 문제를 공론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정든 일터를 떠나야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깨진 유리조각처럼 날아와 가슴에 박히던 그 숱한 말들, 그리고 그 말로 인해 입은 상처를 안고 온몸으로 곱지 않은 시선들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결국, 나는 복지관을 떠나겠다고 결심했다. 

이때도 나를 따뜻하게 잡아준 사람은 이은주 선생님이었다. 이은주 선생님은 “지금 그만둔다면 평생의 상처로 남게 된다”며 이번 사건을 공론화하고 복지관으로부터 공개적인 사과를 받자고 나를 설득했다. 무너진 자존감, 무엇보다도 임신했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된다는 게 아이에게 미안하고 괴로웠다. 그래서 6월 15일, 나는 이 사건을 공개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실었다. 
※ 페이스북 글 보기☞ “부족하지만 저의 입장을 정리해봤습니다.”

두 달 동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던 이 사건이 페이스북에 공개되자 100회가 넘게 공유될 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관장님은 나를 호출했고, 이 포스팅으로 인해 파워복지블로거 등 외부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6월 18일에 열린 직원회의에서는 지난 회의(6월 8일)에서 있었던 발언에 대해 당사자들의 사과도 있었다. 그러나 기존의 태도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않은 내용 그대로였다. 농담이었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상처받았다면 미안하다는 것. 모 팀장은 자신들이 그렇게까지 인권의식이 없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며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나는 페이스북에 공개글을 포스팅하며 몇 가지 요구사항을 적시하며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으로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했었다. 비록, 이번 사건에 대해 느끼는 바가 인권감수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조직의 생각도 많이 바뀔 거라 기대했고, 그래서 나는 이날 개별적인 사과를 받아들였다. 또, 나는 피해자의 모성권 회복을 위해 특별휴가도 요구했었다. 특별휴가는 당장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일주일 재택근무를 포함, 이주일의 휴가를 받아냈다. 

이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부터 시민대책위와 나는 ▲여성차별과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공개적인 입장을 표명할 것과 ▲피해자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대변하려 노력했던 이은주 선생님에 대한 일체의 불이익 행위(인신공격 중단, 인사상 불이익 금지)를 중단할 것, ▲성평등. 인권 교육(교육은 대책위가 요구하는 프로그램과 강사로 )과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등에 대해서 요구해왔다. 

복지관은 몇몇 요구에 대해 이행하겠다는 약속은 했으나 구체적인 계획이나 실천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6월 24일, 복지관은 문서를 통해 위 요구사항 등에 대한 입장을 나에게 전달했다. 그 내용은 △사과를 했으니 더 이상 기관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없다는 것과 이은주 선생님에 대해서는 △계약기간동안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 그리고 △성평등 인권교육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8월 17일) 복지관은 8월 18부터 19일까지 인권교육이 있을 예정이라고 통보해왔다. 하지만 교육 프로그램 및 강사 선정과 관련해 대책위와는 아무런 논의가 없었다.

그리고 6월 30일. 인은주 선생님은 계약만료를 통보받았다. 

이은주 선생님이 입사하고 한 달 후였을 것이다. 회식이 있었고, 관장님은 이은주 선생님에게 복지관에서 한 달을 보낸 소감을 물었다. 이때 이은주 선생님은 “수직적인 조직에서 경험이 없어 적응하는 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몇몇 간부들이 ‘수직적인 조직’이라는 말에 크게 당황하며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이 일로 관장님은 해당 간부들을 따로 불러 “그 정도의 발언을 왜 문제삼느냐”며 “혹시라도 이은주 선생을 ‘왕따’시킬 생각이냐”는 등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은주 선생님이 복지관에 입사하는 것을 두고도 간부들은 심하게 반발했었다. 관장님은 종종 이 일을 두고 자신의 선택이 탁월했다는 자부심을 내비치기도 했고, 기관에서 10년 동안 못했던 것을 이은주 선생이 해냈다며 간부들 앞에서 칭찬한 일도 있었다. 팀장님도 결재할 때마다 이은주 선생님이 담당한 사업에 관장님의 신뢰가 크다는 말을 자주하는 등, 팀 내에서도 이은주 선생님이 관장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은주 선생님이 재계약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같은 팀에서는 이은주 선생님이 복지관과 재계약을 안 하면 어떡하냐고 말하는 동료도 있었다. 이은주 선생님이 대장동 마을프로젝트에 어떤 자세로 헌신하고 있는지도 복지팀 모두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지 피해자 입장에 섰다는 이유 때문에 이은주 선생님은 기관의 타깃이 되었고 “같이 일 못하겠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도는 상황이 됐다.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몹시 괴로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6월 17일, 관장님이 ‘카톡’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조재화 선생은 함께 가야할 사람으로서 신뢰를 회복하고 다른 직원들과 함께 잘 지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이은주 선생님과는 내 모든 것이 무너져도 타협할 수 없다.”

어쩌면 관장님이 나를 위로하기 위해 보낸 메시지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모든 책임이 이은주 선생님에게 전가됐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웠다. 나는 주체할 수 없이 괴로웠고, 7월 2일에 이은주 선생님이 계약갱신이 되지 않은 것 때문에 무거운 심정을 담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일로 다시 나는 관장님의 호출을 받아야 했다. 관장님은 부당해고가 아니라 계약만료일 뿐이라고 강변했다. 나는 이은주 선생님의 계약만료를 왜 부당해고로 생각하는지 설명하려 했지만 관장님은 내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끝내 나는 견디기 힘든 지경까지 이르러 울음을 터뜨렸고 그만 보내달라며 관장님께 호소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50분 가까이 관장님의 분노와 훈계를 듣고 있어야 했다.

지금 돌이켜보아도, 이번 사건이 이렇게 커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과를 받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지금, 기관의 공개적인 사과가 중요한 이유를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복지관은 사과도 했고 깊이 반성했다고 하지만, 내 편에 서서 사태를 수습하려 했던 이은주 선생님을 왜 조직과 맞지 않는 사람,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또, 복지관이 내는 보도자료와 성명서로 인해 내가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은 왜 무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복지관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번 사건은 끝난 것일까. 정말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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