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 벌금 대신 노역장 택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노동자들과 일명 '희망버스' 시위를 함께 했던 문정현 신부가 벌금을 내지 않고 노역을 택했다.

문정현 신부는 지난 25일 제주 서귀포 관할 경찰서로 자진 출두했다. 지금은 제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문 신부는 그간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에 함께 해 왔고, 노동자들이 힘들 때 함께 해 왔고,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 등을 해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길 위의 신부'라고 부르고 있다.

문 신부는 지난 2011년 ‘희망버스’ 시위에 노동자들과 함께 한 것과 관련하여, 한진중공업에 무단 침입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2월 부산지방법원에서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았으나 “연대는 죄가 될 수 없다”며 벌금을 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지난달 28일부터 평택 쌍용차공장 앞에 천막을 치고 ‘쌍용차에게 해고자 전원복직 약속을 이행’을 요구하며 네 번째 단식에 들어간 이후, 그를 응원하고 기도하기 위해 노역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 쌍용자동차지부장이 단식을 하는 이유

▲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의 단식 농성장

▲ 지난 3월 15일 쌍용차 정문에서, 지난 13일 쌍용차에서 해고자 130명 가운데 16명을 대상자로 선정해 면접을 보러 오라고 개별 통보한 것과 관련하여, “회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면접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2015년 쌍용차 노사는,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를 전원 복직시키기로 합의했지만, 현재까지 130명 해고자 중 37명만 복직이 된 상태이다.

김득중 쌍용자동차지부장은 ‘쌍용차에게 해고자 전원복직 약속을 이행’을 요구하며, 지난달 28일부터 평택 쌍용차공장 앞 천막에서 28일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다음은, 김득중 지부장이 4번째 단식에 돌입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힌 글이다.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 4번째 단식에 돌입하며]

▲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사진제공 ; 노정신

저는 오늘부터 단식에 돌입합니다.

단식 투쟁을 하는 당사자인 만큼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압니다. 그래서 죄송하고 송구스럽습니다.

복잡하게 논의해도 현실은 언제나 단순하게 흘렀습니다. 회사를 믿고 기다리던 해고자들의 그 절박한 바람도 세월에 무너지고 시간에 쓰러지고 사람에 무시당하고 약속에 배반당했습니다.

믿을 구석이 좁아지니 선택의 폭도 확 줄었습니다. 정말이지 이번 만큼은 성실하게 대화하고, 기다리고, 견디고, 인내하면 합의된 약속이 이행 될 걸로 믿었습니다. 그래서 2015년 합의 이후 지난 2년간을 좌절하는 130명 동료들 다독이며 시간을 물어뜯는 심정으로 버텼습니다.

그러나 10년을 싸우고도 제가 미련했나 봅니다. 스물 아홉 동지를 가슴에 묻으면서도 제가 더 독해지지 않았나 봅니다. 더 이상 기만적인 사측의 약속 그 한 줄만 믿고 목 빠지게 복직을 바라는 동지들의 눈을 쳐다 볼 수도 없고 설득할 단 하나의 말과 단어도 제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오늘부터 곡기를 끊습니다. 내장을 비우겠습니다. 분노를 음식삼아 하루 하루를 태우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100일도 버틸 것 같습니다. 작금의 현실이 바뀌기만 한다면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해고자 전원 복직이 이뤄질 수만 있다면 치열하게 굶으며 마르고 또 마르겠습니다.

2009년 파업 이후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비내리는 거리에서, 눈내리는 비닐 천막에서, 15만 7천볼트 흐르는 철탑 꼭대기에서, 그리고 공장안 굴뚝에서 굶고 싸우고 투쟁 했습니까.

그러나 현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생활은 궁핍하게 추락했고 건강은 바스라진채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단 1시간이라도 빨리 공포로 물들어가는 이 지긋지긋한 시간을 중단 시켜 내야 합니다.

회사의 태도는 10년째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차가 나와 공장이 팽팽 돌아가도 경영진이 바뀌고, 사람이 교체 돼도, 해고자를 위한 문은 여전히 굳게 잠겨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의 잔인한 탄압의 상흔이 문신처럼 새겨진 채로 우리는 공장 밖 거리에 있습니다. 회사는 쌍용차 해고자를 적선하듯 보지 마시길 바랍니다. 당신들의 그 알량한 배려가 있어야만 우리가 공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공장 내부 직원들을 선동해 가며 해고자들에세 악마의 이미지를 덧씌우지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들어가야 할 마땅한 이유가 있습니다. 상하이 먹튀 자본에 기생해 회계조작을 일삼은 당신들의 잘못과 무고하게 공장 밖으로 3000명을 몰아낸 당신들의 몰염치와 공권력을 동원해 무참하게 부숴버린 우리 삶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참회 가운데 하나가 해고자 복직이란 사실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니 더 이상 동냥 그릇에 동전 던지듯 교섭하지 말 것과 진정성 있게 교섭에 나서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는 교섭과 투쟁을 병행 할 것입니다. 수많은 연대의 이름과 힘으로 막혀 있는 교섭의 빗장을 풀 것입니다. 단식은 지부장인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지만 가장 죄송한 방법임을 압니다. 그러나 이렇게 단식을 선택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 주시십시오. 힘든 하루를 보낼 것이 아니라 힘 나는 하루를 살아야만 더 빨리 이 상황이 마무리 될 것을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측의 결단을 촉구하며, 빠르게 문제 해결을 했으면 좋겠으나 조급하게 서둘지않고 강단 있게 밀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연대동지들의 도움과 지지, 사랑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5년 쌍용차 노사는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를 전원 복직시키기로 합의했지만, 현재까지 130명 해고자 가운데 37명만 복직이 이뤄졌다. 합의사항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복직된 노동자의 수는 매우 미미하다.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지난 13일 사측으로부터 130명 해고자 가운데 16명을 대상자로 선정해 면접을 보러 오라는 개별 통보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복직 면접을 보러 오라고 통보 받은 해고자 16명은 “동료들에게 상처주며 복직할 수는 없다”며, “회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면접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자동차는 2009년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가 경영권을 접어 2,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희망퇴직과 징계, 정리해고 등으로 공장에서 쫒겨 났다. 당시 쌍용차 노동자들은 76일간의 ‘옥쇄파업’으로 맞섰으나, 국가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무자비하게 무력진압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노력을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1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공장 밖으로 쫒겨난 노동자들은 대부분 재취업이 어려웠다. 그 과정에서 해고자와 가족 등 29명이 질병이나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노동자들을 상대로 16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놓았고 지금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아직까지 해고자 복직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고, 16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에 힘겨워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렇다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문정현 신부는 노역에 들어가기 전, 다음과 같은 편지글을 남겼다.

저는 오늘 희망버스 벌금 노역에 들어갑니다. 지난 2011년 한진 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맞서 크레인 농성 중이던 김진숙을 지원하고 함께 해야겠다는 마음에 저도 희망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벌금 80만원을 선고 받았습니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함께 지키자는 연대가 죄가 될 수 없기에 벌금을 내지 않고 버텨 왔습니다.

전직 두 대통령이 감옥에 가고 많은 사람들의 피눈물어린 외침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런데, 쌍용자동차 김득중 지부장은 네 번째 단식을 하며, 회사의 해고자 복직 약속을 지키라고 위태롭게 하루를 버티며 오늘 25일째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수난을 기억하는 부활을 앞둔 오늘. 쌍용자동차 김득중을 기억하며 기도하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입니다. 제주도 남쪽은 부쩍 따뜻해 벚꽃이 피고 있습니다. 걱정마시길.

2018년 3월 25일

문정현 신부

정권이 바뀌었지만 양심수가 줄기는커녕 늘어만 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문정현 신부의 노역장 일당은 10만 원으로, 8일간 제주교도소에 수감된다.

문정현 신부가 노역장을 택한 것에 대해, 노순택 작가가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자신의 심정을 적었다.(2018. 3. 16. 오후 1시 45분)

▲ 노순택 작가가 찍은 문정현 신부

12년 전과 3년 전,

그리고 몇 달 전.

문정현은 늘 길 위에 있었다.

그러나 어제부터 감옥에 있다.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12년 전 대추리 싸움 당시 한 청년이 늙은 그에게 입던 점퍼를 벗어주었다. 값나가지도 않는 그 점퍼를 노 사제는 아꼈다. 어디서건 즐겨 입었다.

시간이 흐르자 점퍼엔 여기저기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그걸 버리지 않았다. 바늘로 꿰매고 헝겊을 덧댄 그 점퍼는 색 바래고 흐물흐물해졌지만, 실은 아름다워졌다.

12년 전 눈 내리는 대추리에서 초록점퍼를 뒤집어 쓴 채 왼손에 담배를 쥐며 걷는 문정현과 3년 전 제주 강정마을에서 초록점퍼를 뒤집어쓰고 오른손에 담배를 쥔 문정현.

그는 더 늙고, 점퍼 또한 나이 들었지만, 실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늘 길 위였으니까. 가난한 이들의 길, 고통받는 이들이 서 있는 길, 바로 그 길 위.

몇 달 전 눈 내리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앞 천막에서 홀로 나무를 깎을 때도 그를 감싸 준 것은 낡은 초록점퍼였다.

온 생애를 다해 고통받는 이들의 편에 섰던 이 사람, 온 생애를 다해 가난한 이들의 초록점퍼가 되려고 했던 이 사람, 그가 지키려 했던 가치를 함께 보듬을 초록점퍼의 정치는 어디에 있는가. 초록점퍼 같은 언론은 어디 있는가. 종교는 또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

그가 스스로 감옥으로 걸어들어간 까닭은

굶고 있는 김득중을 함께 지키자는 거였다.

굴뚝 위의 박준호 홍기탁을 함께 지키자는 거였다.

조명탑 위의 김재주를 함께 지키자는 거였다.

늙은 사제 문정현, 당신을 바라봐 달라는 게 아니었다.

* 노순택 작가가 자신의 페이스 북에 올린 글(2018. 3. 16. 오후 1시 4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