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산 주교, "무거운 짐 진 자" 끝내 외면하나

인천성모병원 노조지부장, 천주교인천교구 주교와의 면담 촉구하며 단식 6일째 이근선l승인2015.08.29l수정2016.05.31 17:09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인천 가톨릭회관에 붙어있는 벽보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그러나 주교는 면담조차 거부하고 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은 11장 28절 말씀이다.

천주교 인천교구 가톨릭회관 벽에는 큰 글씨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라고 써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인천성모병원 원장 신부와 인천교구 주교 신부는 도움을 호소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와의 소통을 단절하고 있는 형국이다. 무거운 짐 진 자들을 받아 주기는 커녕, 이들이 짊어진 짐은 점점 더 무게를 더하고 있다.

“더 이상 발을 옮겨 디딜 곳도 없는 천 길 낭떠러지 앞에 서있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 말은 지난 8월 25일 무기한 단식농성의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인천성모병원지부 홍명옥 지부장이 한 첫 마디다. 천주교인천교구 주교와의 면담에 대한 절박한 심정이 담겨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인천성모병원 사태 해결을 위해 천주교인천교구의 최기산 주교와의 면담을 몇차례 요구했었다. 또, 지난 8월 19일에는 보건의료노조와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함께 인천교구의 국장 신부 네 명을 만나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고 사태해결을 위해 인천교구 주교를 반드시 만나게 해줄 것을 재차 요구했었다. 그러나 다음 날, 국장 신부들은 노조에 어두운 소식을 전해야 했다.

면담을 거부당하고 지난 8월 25일부터 인천성모병원 홍명옥 지부장은 천주교인천교구 가톨릭회관 앞에서 인천성모병원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제 단식 6일째를 맞으며 인천교구 주교의 면담을 간곡히 요구하고 있지만, 최기산 주교는 아직까지도 면담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노조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는 이는 천주교인천교구의 주교뿐만이 아니다. 인천성모병원의 이학노 몬시뇰 병원장 신부는 취임 초기부터 "성직자는 노사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단 한 차례도 노동조합과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과연 노사문제에 관여하지 않는 게 천주교 성직자의 관행일까? 하지만 천주교가 운영하는 여타 병원의 원장신부들은 노동조합과의 교섭은 물론, 필요할 경우 수시로 면담을 갖기도 한다. 따라서 노조의 면담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병원 경영의 총책임자로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이 상황은 노조나 홍명옥 지부장이 만든 일이 아니다.

이미 개미뉴스와 여러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올해 초 경찰수사를 통해 국제성모병원은 3천여 명의 가짜환자를 모집하는 등, 이로 인해 병원장을 비롯해 17명이 입건됐다. 이와 관련해 인천성모병원 관리자들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밝힌 홍명옥 노조지부장을 제보의 배후로 지목해 집단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실신하고 병원에 입원하는 일까지 발생했었다. 병원은 이를 주도, 묵인, 방조하며 사태를 폭력적인 양상으로 키워왔다.

이후 부당청구 의혹을 제보한 사람이 홍명옥 지부장이 아닌 다른 사람임을 병원측 스스로 밝혔다. 그런데 아직까지 단 한 마디의 사과조차 없었다고 한다.

천주교 신자들은 서로를 "형제님, 자매님" 이라 호칭한다. 그런데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자매님"이란 호칭은 그만두더라도 이렇게 인권탄압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노조가 비판하고 있는 병원의 돈벌이 경영에 대해서도 병원은 다른 병원들도 다 하는 통상적인 경영방식이고 돈벌이 경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사들의 양심고백을 보면 노조의 주장이 틀린 주장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아래 글은 인천성모병원 의사분들이 사내 전산망에 올린 내용이다.

"... 1년 6개월 전부터 많은 교수님들께서 경제 논리에 따른 수입구조로 인하여 의욕을 상실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으나 미약한 저로서는 서로를 위안하며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톨릭대학 부속 인천성모병원이 우리 모든 교직원의 병원이 아니라 한 사람의 논리에 집중되어 가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고 가톨릭대학이라는 이름에 침을 뱉은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볼 낯이 없게 되었습니다."

"... 수납과 외래에서 많은 교직원들께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선택진료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직원을 포함하여 예약 접수도 받지 않겠습니다. (중략) 선택진료를 하지 않고 예약 없이 선착순으로 한번 진료 시 60~75명의 환자를 진료하겠습니다..."

" ... 지금의 우리는 의견을 낼 분위기도 아니고 의견을 내어도 반영되지 않고 반영되지 않는 이유도 설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병원 경영은 수익을 목표로 우선 설정하는 것이 아니고 환자 분포와 상황을 우선 파악하고 거기에 맞추어 수익 설정을 해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  앞뒤가 바뀐 전략에 참으로 어이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러한 무리한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의료진은 무슨 짓을 해야 할까?  외래 한번 와도 될 환자를 두 번 오게 하고, 장기 처방 일 수를 제한하고, 고가장비를 더 많이 활용하고, 환자 상태가 아니라 빈 병실 상황에 맞추어 입,퇴원을 조율하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인천성모병원 의사의 양심선언 내용(사내 전상망에 올린 글)
▲ 인천성모병원 의사의 양심선언 내용(사내 전상망에 올린 글)

인천지역에서는 대책위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새정치민주연합의 장하나 의원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집회현장에 참석해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밝힌바 있다.

단식농성에 돌입하자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성모병원 사태 해결을 위한 인천지역 여성단체 성명서도 발표되었다. 또한 정의당 정진후 의원과 부대표 등이 방문했고, 노동당 인천시당 비대위원장 등이 방문하는 등 지지와 지원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 간부들이 인천교구가 있는 답동성당 정문 앞에서 인천성모병원 사태해결을 촉구하며 피케팅하는 모습

인천교구 주교가 면담을 응하지 않는다면 노조는 교황을 만나러 갈 계획이라고 한다. 조만간에 사태가 해결되지 않아 교황을 만나러 가는 일이 생긴다면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긴 사건은 신앙의 여부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는 이야기이다. 발을 씻겨 준다는 것은 당시 신발이 발달되지 않아 신체에서 가장 더러운 곳이 발이라고 인식했고, 그 발을 다른 사람이 씻겨 준다는 것은 상대를 매우 존중하고 사랑한다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물이 귀한 지역에서 그 의미는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예수는 그 귀한 물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었다. 예수는 이러한 행동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지위고하, 남녀노소, 빈부 등 모든 것을 뛰어넘어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겸손하게 베풀며 살라는 가르침은 아니었을까?

국제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과연 예수는, 그리고 교황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궁굼하다.

▲ 인천교구 가톨릭회관 앞 노조의 요구사항들
이근선  kingsj87829@hanmail.net
■ <개미뉴스>의 모든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개미뉴스>의 모든 기사는 「개미뉴스 편집가이드」를 따릅니다.
   ☞ 「개미뉴스 편집가이드」보기

이근선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협동조합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405-806) 인천광역시 남동구 경인로 611간석오피앙 1차 202호  |  대표전화 : 032-424-7112  |  팩스 : 032-429-6040
등록번호 : 인천 아 01227  |  등록일 : 2015년 03월 31일  |  발행인 :   |  청소년보호 책임자 :   |  편집인 : 이근선
깊게 보는 개미뉴스의 모든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저작자표시-비영리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2019 개미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