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본격적으로 노동운동 탄압의 길로 들어서려는가?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장 강제철거를 규탄한다! 허영구l승인2018.04.12l수정2018.04.1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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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구 / AWC한국위원회 대표,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평등노동자회 대표

오늘(4.11) 종로구청과 경찰은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농성 중이던,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공동투쟁 농성텐트를 폭력적으로 철거했다.

구청은 소위 ‘행정대집행’ 영장을 제시한 뒤 경찰과 합세해, 농성중인 노동자들을 제압했다. 말이 ‘행정’이지 ‘폭력강제’ 대집행이었다. 지난 4월 6일 경찰과 종로구청 용역 200여명을 동원해, 강제로 농성천막을 부순지 5일 만에 다시 폭력을 자행했다.

노동자들이 할 일이 없어서, 미세먼지와 소음이 뒤덮인 도심 중심지 차가운 길바닥에서 농성을 하는 게 아니다. <현대‧기아자동차 비정규직 공동투쟁단>의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15년이다, 노동부는 즉각 시정명령 하라!”, “불법파견 현행범 정몽구를 구속하라!...다스 소송비 대납, 일감몰아주기”라는 피켓 내용이 농성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농성중인 노동자들의 천막과 텐트를 강제 철거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당장 노동부장관으로 하여금 현대자동차 자본가에게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지시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15년 동안 불법파견을 자행해 온 현대차 정몽구를 현행범으로 즉각 체포 구속해야 한다. 그러나 공권력의 방향은 불법을 저지른 중범죄자가 아니라 애꿎은 노동자들을 향하고 있다.

헌법 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받는다는 것은, 대중이 모이는 ‘공간적 의미’를 포함한다. 특히, 노동자민중들이 권력과 자본을 향해 요구하기 위해서는 가장 근접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광장’을 필수로 한다.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린 촛불도 광화문 광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점점 노동자민중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축소시켜 왔다. 서울의 경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종묘공원 앞은 주요한 집회 장소였지만, 화단을 설치하고 나무를 심어 집회가 불가능하게 됐다. 박근혜 정권 당시 29명이 목숨을 잃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분향소 설치에 이은 대한문 단식 농성장은, 결국 인도 위 화단설치를 빌미로 강제 철거당했다.

광화문 네거리는, 광우병 소고기 투쟁 당시 이명박 정권의 ‘명박산성’과 2015년 민중총궐기 당시 박근혜 정권의 차벽으로 ‘주요도로’를 빌미로, 집회와 행진이 불허됐다. 청와대 100m 앞까지 집회와 행진이 허용된 것은, 네 달 동안 전개된 박근혜 퇴진 촛불항쟁의 결과였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었다면 1700만 명 모두 집시법이나 도로(일반)교통방해 등으로 처벌을 받을 대상이었다.

광장이 열리고, 그 광장에서 박근혜 독재정권을 끌어내린 덕분에 복권 당첨되듯 권력을 잡은 문재인 정부가 광장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원래 미대사관이 보인다는 이유(100m 거리 내라고 우김)로 광화문 정부청사 후문에서만 집회가 허용됐다. 그러나, 투쟁을 통해 정부청사 정문 앞 인도에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집회와 농성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곳에는 박근혜 정권 말기까지 여러 단체들이 집회와 농성을 하던 장소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정부청사 앞에 화분을 설치하면서 집회와 농성공간을 없앴다. 그러더니 이 달 들어 농성 중이던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천막과 텐트를 폭력적으로 부수고 말았다.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점점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세력 즉 자본주의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 대화와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선언한 민주노총 집행부는, 문재인 정부에게 물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본격적으로 노동운동 탄압의 길로 들어서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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