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12년 동안 해고자로 살아 온, 영남대의료원 간호사의 애환담은 편지글에 모두 눈물 글썽!

송 부지부장, “원직복직과 노동조합 정상화가 이루어지면, 동지들에게 풍악을 올리며 돼지 한 마리 잡아, 걸판지게 술 한잔 내겠다” 이근선l승인2018.04.27l수정2018.04.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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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은 4월 26일 12시 영남대의료원 로비에서 <12년의 투쟁! 12년의 외침! 해고자는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해고자 복직 등의 본격 투쟁을 선언했다.

결의대회에는 보건의료노조는 간부 및 대의원 250여명과 대구시민사회노동단체 회원 50여명 등 총 300여명이 참가해 영남대의료원 측에 ‘해고자 복직과 노조 정상화, 영남학원 민주화'를 촉구했다.

영남대의료원(의료원장 김태년, 병원장 윤성수) 사측은, 지난 2004년 주5일제 도입과 관련한 노사 합의와 단체협약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다가,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영남대의료원지부 간부 10명이 해고되고, 8명이 정직을 당하고, 조합원 800여명이 노동조합을 탈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해고자들은 지금까지 12년째 복직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이날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박근혜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영남학원과 영남대의료원이 내세운 노조파괴 전문가 심종두에 의해, 불법적인 노조탄압이 기획되고 실행되었다"고, 지적하며 "영남대의료원 해고자는 즉시 복직되어야 하며, 노조탈퇴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전 영남대의료원 지부장/해고자)의 투쟁발언에 이어, 송영숙 영남대의료원 부지부장이 해고자로서 12년 동안의 투쟁에 대한 솔직한 소회와 앞으로의 결의를 밝히는 손편지를 낭독하자, 장내가 자못 숙연해지고 참석자들은 슬픔과 분노로 흐느끼고 눈시울을 붉혔다.

아래 글은 참석자들에게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게했던, 송영숙 영남대병원 부지장의 편지글이다.

 

영남대의료원 측에 해고되어, 12년째 해고자 생활을 하고 있는

송영숙 부지부장의 '손편지' 내용

▲ 12년째 해고자 생활을 하고 있는 송영숙 부지부장

반갑습니다. 복직예정자 송영숙입니다.

먼 길을 돌아 우리 본조가 힘차게 영대투쟁을 위해 이렇게 함께 있으니, 그동안의 외로움이 큰 위로가 됩니다.

해고된 지 열두 번째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눈부시고 찬란한 봄의 경이로움과 심오한 생명력을 가슴 깊게 들이마시며, 스스로 위안을 삼을수록 허기진 아득함이 더욱 어지러운 봄입니다.

저는 응급실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하다, 선배의 꼬임에 넘어가 노조 전임을 16년째 하고, 해고 생활은 12년째입니다. 그 꼬임이 제 인생전반을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더 솔직히 말하면 개고생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는 입에 단내 나도록 뛰어다녔던 응급실이 힘들었지만, 이제 그곳이 그립고 환자들과 동료들과 부딪히며 간절히 일하고 싶은 것은, 제가 눈부신 오늘 같은 봄날에 첫 병원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재작년 갑자기 아빠가 생사를 넘나들며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아빠의 손을 잡고 “아빠 이대로 가시면 안되잖아요, 제가 다시 가운입고 병원생활 하는걸 보셔야 되잖아요, 아빠 미안해요, 다시 털고 일어나셔야 되요” 간절히 아빠의 회복을 빌면서, 아빠가 회복되면 불효했던 모든 것을 참회하고 잘해드려야겠다 다짐했지만, 두 달간 치료를 마치고 건강하게 퇴원하셔서 일상생활을 잘 하시게 되니, 다짐했던 착한 마음은 또 어디로 사라지고 자주 다툽니다.

저는 대단히 화려 했습니다. 눈 화장도 기본색깔이 5가지 이상으로 나비같이 했고, 향수도 듬뿍 뿌리고 다녔고, 옷도 개성 있게 입고 다녀 수간호사한테 자주 불려가곤 했습니다.

노조전임하고 현장 순회할 때 수많은 조합원들은, 저의 전임을 의심했고 다른 조합원들은 선배들처럼 구질구질하게 다니지 말고, 지금처럼 하고 다니라고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그 빛깔 곱던 제가, 노동조합 전임과 해고 생활을 오랫동안 하면서 점점 빛이 바래졌고, 저의 꿈도 흑백사진으로 변해 갔습니다.

사측이 2006년부터 심종두를 고용해 노조를 박살나기 시작할 때부터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우리노조는 삭발과 40일 단식, 농성, 총장실 점거, 병원장 집 앞 집회, 병원 내 천막농성, 집회, 중노위 앞 천막농성, 삼보일배, 박근혜 지역구 일인시위와 집회, 국회 앞 일인시위 그리고, 영남학원 재단의 실질적 주인인 박근혜를 조지기 위해, 서울에 지하방을 얻어 2년 동안 본격적으로 광주로 강릉으로 인천으로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을 돌며 그림자 투쟁을 전개했고, 박근혜 집 앞에서 매일 아침 일인시위를 했고, 종일 국회 앞과 서울역 일인시위와 당시 한나라당 앞 집회와 일인시위도 했습니다.

개망나니 칼춤을 추며, 노조박살에 혈안이 되었던 악랄한 사측의 탄압에 우린 해볼 만한 투쟁을 다하다 결국 박문진 지도위원이 박근혜 집 앞에서 57일동안 삼천배를 매일 했습니다.

삼천배를 한번만 해도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데 부처도, 박근혜도, 사측도, 현장도 돌아앉지 않았고 게다가, 삼천배 마친 다음날 대선에서 박근혜가 당선되면서 우린 참 많이 야속했고 도대체 신은 있는거냐고 반항하며, 매일 베갯잇을 적시며 속눈물이 마르지 않았습니다.

맛난 음식을 배불리 먹어도 허기지고, 이쁜 옷을 좋아하는 지도위원님도 저도 모처럼 맘에 드는 옷을 사도, 해고자가 이래도 되는가 죄책감이 들고, 현장에서 그 옷을 알아보고 애기하면 “아 이거 인터넷서 샀어요” 라고 둘러대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 부르는 홍길동처럼, 매사 당당하고 발랄했던 정직한 것들이 주눅이 들고, 새가슴이 되어가고 있는 저를 보면서 자주 놀라기도 합니다.

불법이민자 같은 기분의 일상들은 길을 걸어도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마음이고, 무엇을 해도 서성이고 우물쭈물하게 되고, 망설이게 되고 공허한 초조함 불안감은 자주 저를 압박하고, 잊혀지는게 두려웠습니다.

지도위원님은 저에게 상담심리를 자꾸 받으라하지만, 속이 새까맣게 타버린 것 같은 지도위원님이 제가 보기엔 더 필요한데 ‘형님먼저 아우먼저’하며 이때까지 견디고 있습니다.

저는 노래방도 가서 질러대기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지도위원님은 혼자 자주 해인사를 가시는걸 보면, 그 먹먹한 마음을 부처님께 풀어놓는 것 같습니다.

해고되기 전에는 꽤나 배낭을 메셨던 지도위원님도, 공식적인 일 없이는 12년 동안 여행다운 여행을 하지 못하고, 맨 날 말만 “송아, 우리 라오스 갈래”, “송아, 우리 남미 갈래” 하루에 몇 번씩 여행소설을 쓰십니다.

그래도 우리는, 든든한 본조 조직서 활동비도 지원받고 현장이라는 것도 있는데, 활동비도 제대로 못 받아 우유배달, 주차관리, 대리기사를 하면서 오직 민중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오랜 시간 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 활동가 동지들을 생각하고, 자신의 몸을 받치며 산화해 가신 선배열사들을 생각할 때면, 저의 이런 것들이 투정이고 철없는 생각이라 다독거리며, 자주 생각을 고쳐먹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이렇듯 저의 20대 청춘의 빛나는 날들이, 손해보고 억울하고 잃어버린 꿈이었다고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탄압 앞에서 굴하지 않고, 비겁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동지들과 치열하게 싸웠기 때문에, 제 삶의 정의로운 철학이 한 뼘씩 자랐고, 온기 있는 노동자로 다시 태어났다고 자부 합니다.

한 눈 팔지 않고 저를 투사로 만들어 주신 동지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원직복직과 노동조합 정상화가 이루어질 때, 여기 로비에서 동지들에게 풍악을 올리며 돼지 한 마리 잡아 걸판 지게 술 한잔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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