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아동병원의 실제 주인은 종근당

직원들은, 병원을 위해 마음 놓고 열심히 일하고 싶다

소화아동병원은 20여 년 전 제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대학병원 부럽지 않은 시설의 120병상의 신생아실과, 하루 외래환자 1000명을 진료하는 날이 한 달에 여러 차례 될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아동병원으로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로 있는 병원이었습니다.

월급이 많지는 않았지만, 아픈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는 보람으로 지금 이 순간 까지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평범한 직원입니다.

우리는 병원의 주인이 누구인지, 수입이 얼마인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일한만큼 받아가고, 소아과병원이라 성인병원 만큼 수입이 높지 않다는 병원 측의 말을 믿고, 지금까지 성실히 일해 왔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환자가 줄어들어 병원이 어렵다며 2000년, 2015년 두 차례 구조조정을 감행하여, 같이 동고동락 했던 동료들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아예 병원을 매각하여 축소 운영하겠다며, 오랫동안 병원을 위하여 헌신했던 직원들을 길거기로 내몰려 하고 있습니다.

종근당 이장한 회장은 1995년 소화아동병원을 인수하였습니다. 현재까지 상근감사, 비상근감사, 행정부원장, 행정부장 등 직책만 바꿔가며 지속적으로 종근당 출신 직원을 병원에 보내어 감시하고, 지배개입을 해왔으면서도 종근당과 소화아동병원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잘나가던 아동병원이 부도직전까지 놓이게 된 것은, 누구의 잘못입니까?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잘못을 저지른 경영진은 잘못이 없다며,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먹여 살려 준게 누구냐며 큰소리 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냥 놀고먹으며 임금을 받은 게 아닙니다. 열심히 일하고 정당한 댓가를 받은 것입니다. 정작 아무잘못이 없는 직원들이 그 잘못을 떠안고, 정들었던 일터를 떠나라고 합니다.

경영진은 변화된 의료환경과 시대에 발맞추지 못한 채, 방만함과 무능함으로 십수 년 전부터 경영악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우리 노동조합은 경영난의 주원인인 낙후된 시설과 진료과목 부족, 실력 있는 의료진 부재 등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하였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경영진은 외부요인만을 탓하다가 결국에는 병원을 매각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퇴직을 강요받으며, 오랫동안 헌신하며 일해 왔던 일터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으며, 밤잠을 설치고 있는데도 경영진은 1인 시위 중인 지부장에게 협박과 회유 욕설 등을 자행하며 방해하고, 이제는 1인 시위한 노동조합을 탓하며 임금까지 체불하고 있습니다.

임금은 정당한 노동의 댓가이며, 어떠한 이유로도 체불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우리 노동조합은 끝까지 단결하여 반드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우리 직원들은 병원을 위해 마음 놓고 열심히 일하고 싶습니다.

건물 매각만 하면 만사 OK라는 종근당 이장한 회장은, 책임감 있는 경영으로 소화아동병원을 정상적인 의료기관으로 만들길 바랍니다.

* 이 글은 5월 31일 12시 30분 보건의료산업노조 서울지역본부 소화아동병원지부가 종근당 본사 아케이드 앞에서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할 때, 소화아동병원의 한 직원이 발언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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