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1재정비촉진구역에 마지막으로 남은 가족들의 호소문>
 

저는 길음1재정비촉진구역 길음2동 1021-3(삼양로2길 23)에 2007년 3월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성북구를 사랑하는 도시농업전문가 진지원입니다.

새의 지저귀는 소리에 깨어 마당에 나가 나무와 꽃, 텃밭의 상추와 치커리, 고추, 오이, 가지 등 친환경으로 키우는 채소에 물을 주는 것이 저에게는 큰 기쁨이고, 자랑이었습니다.

작은 씨앗이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식물의 성장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텃밭은 저의 작은 연구실이었습니다. 여름엔 풀장을 만들어 딸들 친구들이 놀러와 웃음이 넘쳤고, 봄과 가을엔 텐트를 치고 별을 보며 캠프를 하였습니다.

겨울에 눈이 오면, 강아지들과 마당에서 발자국을 남기며 뛰어 놀았고, 눈사람을 만들어 녹지 말라고 기도를 했습니다. 집안 구석구석 우리 가족의 행복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소중한 집입니다.

마당에서 사계절을 직접 체험하며 친척, 친구, 이웃들과 고기를 구워먹으며 소소한 가든파티를 하는 것 또한 단독주택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정든 집을 강제로 빼앗기고 쫓겨나야 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습니다.

2018년 5월 23일 오후 3시. TV에서만 보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강제집행이 들이닥쳤습니다. 갑자기 집 앞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고 대형트럭, 사다리차, 경찰차, 소방차 등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저희들은 조합 측과 원만히 합의를 하려 하였고, 서울시에서 나오신 인권변호사도 중재를 위해 노력하였지만, 조합장은 오히려 변호사에게도 큰 소리를 치고 합의 의사가 없다고 하며, 무조건 법대로 집행하겠다고 하면서 계속 강제 집행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집에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 몸이 안 좋아져서 누워있는 아픈 딸이 있었기 때문에, 강제집행에 대해 버틸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생 면역억제제라는 약을 먹으면서 조심스럽게 잘 관리하면서 살아야 하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항상 소독하며,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딸의 방에 갑작스럽게 강제집행을 위한 사람들이 무모하게 들이닥친다는 생각을 하면, 등골이 오싹하고 피가 마르며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날 울부짖었습니다. 이 세상 어떤 엄마가 아픈 딸을 위험에 빠지게 지켜보겠냐며, 우리 딸을 위해서라도 나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 이런 집 8억 받고 순순히 나갈 사람 한명이라도 손들면 대문 열어주겠다고 했습니다.

아무도 없더군요. 동네 어르신 한 분이 이런 집은 30억을 받아도 아까운 집이라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며 기자들 부르라고 외치셨습니다.

다행히 그 날은 강제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지옥과도 같았던 그 날의 세 시간은 두려움 그 자체였으며, 그 날 이후 현재까지 언제 다시 강제집행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성북구청에서 동절기동안에는 강제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한 기간이 끝나가니, 이젠 3월이 오는 것이 두렵고 무섭습니다.

2014년 4월에는 재개발을 반대하던 일부 주민들에 의해 진행되던 조합설립인가 무효소송이 대법원에 가서야 문제가 발견되어, 원심의 판결이 파기 환송되면서 많은 주민들은 재개발사업이 무산되는 것으로 알았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재개발사업은 계속 진행이 되었고, 저희는 현금청산자로 떠밀려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게 되었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럽고, 도대체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길음역 8번 출구에서 집까지 2분, 현대백화점까지 5분, 사거리의 중심에 있는 한 달에 월세 120만원이 나오는 상가주택입니다. 이집은 우리의 희망이고 꿈이었습니다.

우리 부부가 세상에 없는 날이 온다고 해도 아픈 큰딸에게 병원비 걱정은 안하고 살 수 있게 물려줄 집이 있어서 항상 든든했었는데...... 너무 속상해서 눈물만 납니다. 서울시내 어느 동네도 이렇게 저평가된 지역은 없습니다. 현 시세의 50%도 안 되는 보상을 받고 나갈 수는 없습니다.

저희는 크게 가진 것 없이 이 집이 저희의 전 재산이었습니다. 이 집에서 아이들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노후설계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저희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이 집을 말도 안 되는 보상금으로 빼앗기며, 재산이 반 토막 나게 되는 상황입니다.

길음1재정비촉진구역의 이일준 조합장은 5번의 형식적인 사전협의체의 자리에서 돈 더 받고 싶으면 법적인 대응을 하라고 하며, 자기는 이런 일 많이 해서 다 이길 수 있다고 얘기를 했고. 그 자리에 참석했던 현금 청산자분들은 마치 조롱당하는 것 같아, 기분만 더 나쁘고 억울함은 배가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저는 법적으로 정정당당하게 내 집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행정법원에서 증액소송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저희 집은 공원부지로 조성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조합에서 사업 진행하는데, 약 3년 동안은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적어도 증액소송이 끝나는 날까지는 이집을 보존해야하니, 제발 그때까지 만이라도 강제집행이 나오지 않도록 도와주시기를 서울시, 성북구청 등 관련기관에 두 손 모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데, 무리하게 강제집행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하나, 현재 저희들은 법 앞에 약자 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조합을 상대하기도 어려울 뿐 만 아니라, 법을 이용하여 저희를 무섭게 압박하고 있는 조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익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토지강제수용은 국가 폭력입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한 가정의 행복과 인권을 무참히 짓밟고 할퀴는 민간사업자(롯데건설)를 배불리기 위해 공권력을 남용하지 마십시오.

박원순 시장님이 말씀시기를 “재개발 사업의 절차와 권한에 대해 관계법에서 정한 절차를 넘거나 위반하는 차원이 아니라, 합의 없는 강제철거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서울시의 도시개발 원칙을 확고히 하겠다” 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말씀 지켜지고 있습니까?!

저는 궁금합니다.

성북구청의 도시분쟁조정위원회 개최(2018. 10. 23) 이후 위원회에서는 합의를 위한 조정안을 제시해 주었지만, 재개발 조합의 거부로 위원회의 결정은 무의미해져 버렸습니다.

도대체, 조합의 거부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되어 버리는 도시분쟁조정위원회라는 것의 존재 의미가 무엇입니까?

성북구청에도 저희의 상황을 알리는 민원을 여러 번 넣기도 하고, 이승로 구청장님께 드리는 글을 써서 직소민원실에 제출하기도 했었지만, 구청장님은 길음1재개발구역은 100% 이주하였다고 생각하시고, 저희의 사정을 제대로 알고 계시지도 못한 것 같았습니다.

주민과 직접적인 소통을 통한 현장행정과 소외됨 없이 약자를 보듬는 ‘사람’ 중심

가치 실현을 하겠다는 현장파 이승로 구청장님의 눈과 귀를 막고 계시는 구청 직원 분들은 누구십니까?

주민과 소통, 주민이 존재하는 현장 중심의 행정을 펼치겠다고 항상 강조하시는 구청장님!~

모두가 떠나고, 모든 집들이 사라진 텅 빈 동네에 발파작업으로 쿵쿵 대포 터지는 소리와 진동 속에 두려움에 떨며 분함과 억울함에 울고 있는 이곳~

길음1재개발구역에 아직 사람 살고 있습니다. 한번만 현장에서 뵙기를 간청합니다.

2019년 2월 26일

길음1재정비촉진구역에 마지막 남은 거주자 남상혁, 진지원

▲ 강은실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강은실 입니다.

성북구는 주민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2012년 7월 19일『성북구 인권증진 조례』를 제정했고, 작년에는 성북구 인권위원회가 재개발 사업에서의 인권 보장을 위하여, 구청장에게 5개항에 걸쳐 권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참한 인권유린이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것은 단순히 구청장의 무능력으로만 볼 수가 없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여타의 법률의 이름으로 시행되어 온 각종의 재개발 사업이 실상은, 재벌의 배만 불리고 원주민들을 내쫓는 사업이라는 것은 이미 곳곳에서 입증된 바 있습니다.

토건재벌, 부패관료, 재개발조합의 하수인들이 재개발을 둘러 싼 온갖 이권에 개입해서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동안 국민의 인권은 처참히 짓밟히고, 소중한 삶의 기억이 있던 집은 부서졌으며, 우리는 그렇게 빈털터리로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어 고향에서 쫓겨났습니다.

재개발 사업의 추진과정이 토지 등의 소유자가 결성한 민간 조합과 시공사로 참여하는 건설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세입자, 빈곤층, 노인 등 다수 주민을 소외시키고 있습니다.

사업의 수익성을 위해 본래의 공익적 목적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근본적 문제뿐만 아니라 기존 주거지의 전면철거 후 아파트 신축 방식에 의한 주택재개발사업은 토지 등 소유자 및 주거세입자, 상가세입자 등의 주거 및 영업 안정성 침해, 주거비부담 상승 등의 측면에서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특히, 폭력을 동원한 강제퇴거 문제는 극단적 인권유린 문제로서 국제사회가 한국 사회에 개선을 권고하는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성북구 도시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조차도 거부하고, 수시로 강제철거 엄포를 놓고 있는 조합장 이일준과 처참한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음에도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역사에 학살자로 자신의 이름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공익을 위한 재산 수용은, 이름 그대로 공익을 위해서만 행해져야 합니다. 수용해야 할 것은 재벌이 소유한 비업무용 토지와 투기 목적의 다주택 소유 부동산입니다. 토건재벌의 이윤을 위해 서민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데 악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서울시민에게 자행되는 야만적인 인권유린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며, 끝까지 연대할 것입니다.

▲ 서울 성북구 인권위원회 결정 사항 주문(부분)

<주문>

성북구 인권위원회는 성북구 재개발 사업에서의 인권 보장을 위하여, 성북구청장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1. 인권친화적 도시개발 정책의 수립과 실행을 위하여

중장기적 도시정비사업을 재편 방안을 검토하고,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요건 강화 및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인권영향평가를 확대 도입할 것

2. 재개발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예방과 구제를 위하여

명도소송 후 유예기간 설정 및 사업인가 관련 규정 개정하고, 위법적 강제철거 예방을 위하여, 이주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서울시 ‘인권지킴이단’의 활동을 강화·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강제철거 피해자를 위한 구제조치를 도입하고, 세입자 보상방식 개선을 통한 세입자 보호 장치를 마련할 것

3. 재개발 사업에 대한 정보 공유 및 소통 강화를 위하여

재개발 사업 관련 정보 제공 및 주민 지원을 위한 주거복지 상담센터(가칭)를 설치하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규정되어 있는 재개발 지정구역 내 주택 거래 시, 정보제공 의무의실효성 확보를 위한 행정절차를 마련,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의 내용을 강화하고, 홍보 및 공개대상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며, 인터넷 접근 및 문해능력 취약자를 위한 새로운 정보제공방안을 마련할 것

4. 주민 간 갈등 예방 및 주민통합을 위한 개선방안 수립을 위하여

주민의사를 충실히 반영한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하고, 도시분쟁조정위원회의 실효성 확보를 통해 내실화 하고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하며, 정비구역별 사전협의체 운영 내실화 및 ‘갈등조정 코디네이터’를 적극 활용할 것

5. 재개발 사업에서의 인권보장을 위한 법률개정을 위하여

「민사집행법」, 「집행관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개정을 위한 공론론장을 만드는 등 인권정책 선도적 지자체로써 기초단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

6. 이행계획 제출

「성북구 인권증진 조례」 제27조 제2항은 위원회의 권고사항에 대한 이행계획을 권고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행계획을 마련하여 제출할 의무를 구청장에게 부여하고 있는 바, 구청장은 2018년 9월 7일까지 본 권고사항의 이행계획을 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내용으로 「서울특별시 성북구 인권증진 기본 조례」제16조 및 제26조의 규정에 따라, 주문과 같이 권고하기로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