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시대, 대한적십자사에 새로운 리더쉽이 필요하다"

보건의료노조 적십자본부지부, “인도주의 적십자 정신을 실천할 리더가 필요하다” 이근선l승인2020.07.28l수정2020.07.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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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대한적십자사본부지부가 오늘(28일) 오전 10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대한적십자사본부지부(본부지부장 정연숙, 이하 본부지부)는 오늘(28일) 오전 10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강현근 보건의료노조 적십자본부지부 사무국장의 사회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달 차기 대한적십자사 회장 선임을 앞두고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새로운 리더쉽을 주문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본부지부 역사상 최초로 진행한 기자회견이다.

▲ 발언하는 정연숙 보건의료노조 대한적십자본부지부장 @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에서 정연숙 본부지부장은 “현재 대한적십자사 29대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인도주의 적십자 정신을 실천할 리더를 고민하고 요구하고자 한다”며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정 본부지부장은 지난 정부에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을 정권의 보은 인사로 채웠던 점을 지적하며 “차기 리더는 적십자사의 이념과 사업내용의 이해를 바탕으로 소신 있게 인도주의를 실천할 분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발언하는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보건의료노조

그리고,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 인사말을 통해 대한적십자사 산하 전국 15개 혈액원과 6개의 적십자병원, 3개의 검사센터를 언급하며 “대한적십자사는 혈액 사업과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 어느 보건의료사업장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 위원장은 “(대한적십자사가) 막중한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저녁도, 주말도 없이 장시간 노동에 허덕이며 기약 없이 버티고 있다”며 “차기 회장은 코로나 19와 같은 재난 시기를 비롯해 항상 안정적으로 혈액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십자병원이 공공병원으로 제대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사람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국 적십자사 노동자들의 현장 발언이 이어졌다.

▲ 발언하는 강귀분 보건의료노조 대구혈액원지부장 @보건의료노조

먼저 강귀분 대구혈액원지부장은 “코로나 19 유행 이후 대구혈액원의 혈액 재고가 2일분 미만으로 감소했던 심각한 상황”을 설명하고, “코로나 19 상황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혈액 수급의 안정화를 위해 정부와 혈액관리본부의 유기적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헌혈을 권장하고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 지부장은 “국가혈액사업의 상시적 혈액보유량과 현장인력의 부족으로 노동자들은 업무 과중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노동자 건강권과 헌혈자 안전 위협으로 이어진다”면서 “평일 밤과 주말까지 장시간 노동에 지쳐가는 노동자의 고충에 귀 기울이고,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코로나 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인 노동자의 목소리도 나왔다.

▲ 발언하는 엄태운 보건의료노조 상주적십자병원지부장 @보건의료노조

엄태운 상주적십자병원지부장은 “교육도 미흡하고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했지만, “전담병원 지정 이후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며 급여 지급도 불확실할 것이란 소식에 일부 직원은 퇴사하고, 다수 직원들이 임금체불의 우려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엄 지부장은 “정부와 국회는 코로나 19 전담병원 해제 이후 손실보상금을 지원하겠다 약속했지만, 정작 보상 기준도 명확하지 않았으며 지급된 금액은 이전 정상경영에 했을 경우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면서 정부에 적절한 손실보상과 적십자병원 정상화 대책을 촉구했다.

기자회견문은, 나은주 인천혈액원 지부장과 김재욱 혈액관리본부지부장이 낭독했다.

▲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나은주 인천혈액원 지부장(우)과 김재욱 혈액관리본부지부장(좌) @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한적십자사 차기 회장의 요건으로 “▲위기 극복·실현 가능한 비전을 제시할 것, ▲혈액 수급 안정석 확보 및 혈액사업 공공성 강화, ▲장시간 노동 해소 및 인력 확보, ▲적십자병원의 공공성 확충” 등을 요구했으며, “대한적십자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예측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회장 혼자만의 지혜가 아닌 대한적십자사 구성원 모두와 함께 고민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 대한적십자본부지부 간부 및 조합원을 비롯해, 본부지부의 상위단체인 보건의료노조 간부 및 조합원 30여 명이 참가했다. 

보건의료노조 대한적십자사본부지부는 대한적십자사 산하 혈액원과 적십자병원 등 25개 기관의 조합원 2,200여명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오늘 밝힌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적십자사는 새로운 리더쉽으로 거듭나야 한다

- 대한적십자사 제 30대 회장 선임에 즈음하여 -

최근 전 세계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코로나 19 팬데믹은 우리가 익히 알던 세상을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 자연재해 및 사회적 재난이 증가하면서 사회안전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이다. 

전 세계 190개국이 가입하고 있는 적십자는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국제기구인 동시에 우리나라에서는 기타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계속되고 있는 심각한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 선임 될 대한적십자사의 차기 적십자 회장의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리더쉽 발휘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에 보건의료노조 적십자사본부지부는 다음과 같은 리더쉽을 갖춘 차기 회장을 선임해 줄것을 요구한다

첫째, 인도주의 실천과 더불어 위기 극복과 실현 가능한 비전을 제시하는 창조적이고 적극적 리더쉽을 갖춘 리더가 되어야 한다.

○ 지구는 현재 급격한 기후변화, 환경오염, 생태계 변화에 따라 재난의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전 세계는 지금의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익숙한 생활의 양태부터 완전히 변화시켰다.

○ 코로나 19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위기극복 의지와 미래에 대한 구체적이고 창조적인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내부 구성원들이 겪고 있는 절망감과 상실감을 회복시키고, 전 국민 모두가 인도주의 공동체로서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을 마련하여야 한다. 지금은 적십자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실현가능한 미래지향적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책임경영과 윤리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리더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 대한적십자사는 자연재해 및 사회적 재난의 현장에 앞장서서 민첩하게 대처하고, 사회안전망 마련을 통한 소외된 이웃을 성심껏 돌보는 일은 우리의 소명이자 숙명으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오늘 우리는 국민의 생명을 살리고 대한적십자사의 기본 이념을 성실히 수행할 새로운 리더쉽을 주문한다.

① 긴급재난 구호활동의 소명을 정확히 이해하고 지원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

② 보건의료분야의 혈액사업과 적십자병원사업의 의료공공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의료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③ 한반도 분단의 아픔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이산가족의 상봉사업을 정치적 문법에서 벗어나 남북협력과 교류사업을 과감하고 시급하게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④ 다문화 가정과 북한 이탈주민의 사회적 편견에 대한 인식전환과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⑤ 도덕성과 청렴함을 기본으로 하여 국민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며,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실직적인 정책으로 풀어낼 수 있는 노동존중의 가치관이 확고해야 한다.

둘째, 혈액 수급의 안정성 확보와 혈액사업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정부와 책임있게 사업을 추진할 리더가 되어야 한다.

○ 문재인 대통령은 4·19혁명 60주년을 맞아 ‘헌혈은 서로의 생명을 지키는 고귀한 사랑의 실천이며, 가장 적극적인 나눔’이라고 말하였다. 이는 정부가 혈액사업의 역사적 중요성과 공공성을 강조한 사례라 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 혈액사업의 현실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헌혈가능 인구의 감소와 코로나 19 상황이 겹치면서 상시적인 혈액보유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학교의 방학과 군부대 훈련 등의 시기에는 혈액이 필요한 응급실 환자에게 수혈할 혈액조차 부족하여 긴박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 1년 365일 불안정한 혈액수급 상황을 극복하고, 혈액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선결 과제가 필요하다. 혈액사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직접적인 관장과 혈액사업 일원화를 통한 헌혈자 관리부터 혈액검사 및 혈액제제, 의료기관의 공급까지 혈액을 안정되게 전달할 수 있는 구조와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 더불어 혈액 수급 안정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5월 14일 코로나 19 확산으로 혈액수급 비상 상황이 발생하여 정부에서 긴급재난문자로 전 국민에게 헌혈 참여를 호소하였다. 진행과정에서 대한적십자 혈액관리본부와 사전 소통의 부재로 인해 초기 혼란이 발생 하였으나, 실제 많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혈액수급 안정화에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제 코로나 19 장기화에 대비하고 혈액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공익광고 및 긴급재난문자 등을 활용한 헌혈홍보와 참여호소를 지속적으로 시행하여 헌혈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 인식개선과 참여의 확대가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 이처럼 혈액 수급 안정화와 혈액사업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노동조합과 대한적십자사, 그리고 정부가 함께 참여하여 혈액사업의 공공성을 논의할 수 있는 대화 테이블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한적십자사의 차기 리더는 노동조합, 정부와 함께 적극적으로 혈액사업의 공공성 강화를 추진할 수 있는 열린 자세와 책임감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셋째,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고, 충분한 인력 확보로 노동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노동존중 리더가 되어야 한다.

○ 부족한 혈액수급상황은 혈액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노동집약적 노동환경 속에서 국고지원금이 투입된 헌혈센터는 연간 350일 이상의 상시적 운영과, 10시부터 20시까지 의무적 운영시간을 이행해야 하는 게 노동현장의 현실이다.

○ ‘저녁이 없는 삶’, ‘주말이 없는 삶’이 지속되는 한, 가족과의 따뜻한 한 끼의 저녁식사는 먼 미래의 얘기가 되어버렸다. 적십자병원도 인력 부족으로 인한 높은 업무 강도와 장시간 노동의 현실은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적십자인으로서 인도주의적 사명감만으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 대한적십자사 신임 회장은 우선적으로 현장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정부와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고 업무 현장의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현장에 충분한 인력을 확충하여 장시간 노동으로 악화된 노동자의 건강권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한적십자사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신임 회장이 노동존중의 리더쉽을 발휘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넷째, 공공병원인 적십자병원의 공공성을 헤치는 경영논리는 이제 그만!! 공공병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대안을 만드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 지난 2월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 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상주적십자병원과 영주적십자병원이 코로나 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었다. 당시 대구·경북지역에 의료진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전국 적십자병원 직원의 상당수가 자발적으로 의료지원을 신청하였다.

○ 이처럼 대한적십자사 구성원 한명 한명의 헌신으로 적십자병원은 발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역의 공공병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음에도 적십자병원은 경영난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코로나 19 사태로 공공의료분야의 손길이 가장 필요했던 대구지역은 십년 전(2010.02) 공공병원의 한 축이었던 대구적십자병원이 수익성 악화라는 경영논리 앞에 처참히 무너져 내리며 폐업을 한 곳이기도 하다. 

그 결과 이번 코로나 19 상황에서 대구지역은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부족하여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심대한 타격을 안겼으며, 환자의 이송이 지연되어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 지금도 서울, 인천, 거창, 통영, 상주 적십자병원 직원들은 병원의 경영적자를 걱정하고 있다. 제 때 월급이 지급될 수 있을지? 혹여나 대구적십자병원의 전례를 밟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불안감을 안고 노동현장에서 환자를 위해 의료인으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다.

○ 이번 코로나 19 감염이 확산되는 국가 비상상황에서 공공병원은 그 어느 때보다 제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해외에서 k-방역이 국제적 기준이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다. WHO에서도 앞으로 제2의 제3의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의 발병 확률은 상당히 높다고 발표하였다. 이번 경험을 통해 공공의료분야는 당장 눈앞의 수익성을 따르는 경영논리의 접근을 경고하고 있다.

○ 앞으로 적십자병원과 같은 공공병원이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정부의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특히 코로나 19 재난시기를 거치면서 적십자병원을 국민에게 신뢰받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공공병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대안을 만드는 리더가 절실히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한적십자사는 새로운 리더쉽으로 거듭나야 한다.

○ 우리 앞에는 대외적으로도 중요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대한적십자사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에는 노사가 따로 없고 구성원 모두의 책무가 따른다. 대한적십자사는 포스트 코로나시대 예측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회장 혼자만의 지혜가 아닌 대한적십자사 구성원 모두와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제적 이해관계 속에서 갈등하고 멈춰버린 남북문제에 대해 대한적십자사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한반도의 평화프로세스를 구축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공존공생의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 본부지부는 요구한다. 차기 리더는 조직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헌신할 수 있어야 하며, 대한적십자사의 사업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적십자사의 사회적 책무를 바르고 소신 있게 이끌어 가고, 인도주의를 몸소 실천할 수 있는 지도자여야 할 것이다.

2020년 7월 28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대한적십자사본부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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