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언급에 대해

▲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덕수 국무총리가 취임 하자마자 언급했다.

경영계 요구사항부터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시행된 지 반 년도 되지 않은 법을 손보겠다는 뜻을 밝히기 전에, 산재사망 현황과 대책은 제대로 살펴봤는지 의문이다.

출입기자들과 나눈 간담회에서 “산업계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일종의 규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 부분도 한 번 좀 봐야 하지 않나 싶다. 산업 안전 재해를 줄여야 한다는 것에 다 동의하고 목적에 아무런 논쟁이 있을 수 없지만 그 방법론이 적절한지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나라 CEO와 외국 CEO가 책임이나 이런 면에서 너무 다른 것 아닌가 하는 것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관계 부처에 제출한 건의서의 핵심 논거와 궤와 같다. 경총은 건의서에서 회사에 안전보건담당이사를 선임한다면, 기업의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지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취지는, 경영책임자가 안전관리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인데 경영책임자를 처벌에서 빠져나가도록 하는 것은, 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다.

특히, 경총은 이런 사항을 법 개정도 아닌 시행령 조항 신설을 통해 편법으로 실현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 총리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 중 2021년 12월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법”이라 말했고, 지난 1월 경남 창원의 한 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국내 투자가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 11대 국정과제에도 ‘산업안전보건 관계 법령 정비’가 포함됐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지난 3월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산업 현장의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당선자 자격이었던 윤 대통령과 경제 6단체장과의 오찬 자리에서 경총 회장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수정을 요구한 직후 나온 조치였다.

윤 대통령은 MB 시절이었던 2008년 개통됐던 기업인과의 직통전화를 다시 열겠다고 할 정도로 친기업적 행보다.

총리의 첫 정책 행보가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라면, 한 총리 임명은 정확하게 코드가 일치하고 있다.

법이 올해 초 시행된 만큼 초기에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조사와 수사가 매우 중요하다.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걱정스러운 점은, 대통령과 총리가 밝힌 의지에 맞게 노동부나 수사당국이 ‘알아서’ 산업재해 조사나 수사를 소극적으로 하는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