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반면교사(反面敎師)는,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부정적 측면에서 가르침을 얻는다는 뜻이다.

권력의 부정부패나 족벌정치의 가장 큰 폐해는 공적 권력의 사유화다.

그런 면에서 보면 비선은 위험하다.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주의와 공화국 정신으로 다스리라는 뜻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멸시킨 것은 비선 조직이었다.

2017년 10월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자신을 파멸로 이끈 ‘40년 지기’ 최순실 씨에 대한 배신감을 거듭 토로했었다.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심경을 밝히면서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되돌아 왔고, 이로 인해 저는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고 했다.

최 씨가 구속된 직후인 2016년 11월 4일 제2차 대국민 담화에서도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최 씨를 원망했던 그다.

박 전 대통령은 최 씨의 일탈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 주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라 했다.

그의 불행한 개인사에 비춰 나름 이해가 가는 해명이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 박근혜는 그랬다 쳐도 대통령 박근혜 주변에는 이중 삼중으로 감시견들이 배치돼 있었다.

민정수석실, 특별감찰관, 국정원, 경찰의 정보 수집 기능도 있었다. 이 감시견들이 조금만 짖어댔어도 박근혜는 구치소와 법정이 아니라, 현직 대통령으로서 청와대를 지켰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이로운 쓴 약이 되었을 그런 감시견들이 침묵을 지킨 주요 배경 하나가 드러났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그 핵심에 국정원 국내정보 수집 부서를 담당했던 추명호 전 국장이 있었다.

그는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기 한참 전인 2014년 초부터 ‘최순실 전담팀’을 운영하며 최 씨와 관련된 비리 정황들을 수집했다.

하지만, 추가 첩보 수집을 지시하거나 국정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관련 정보 수집에 열심인 직원들을 지방으로 좌천시켰다고 한다.

더욱 수상한 건, 추 전 국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밀착 관계다. 당시 추 전 국장이 공식 계통을 멀리하고, 우 전 수석에게 비선 보고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우 전 수석이 그를 국내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 2차장으로 추천했다가 이병기 비서실장의 반대로 좌절됐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두 사람이 손잡고 최 씨 비리 덮기에 급급했던 게, 결정적으로 박근혜를 파멸시킨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당시 권력자였던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이 제일 크고, 자신과 최순실 고리를 외면하고 비호한 인사들부터 제거 했다면, 제대로된 정치가 됐을 것이다.

권력자 주변은 감시하지 않으면 썩게 마련이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도 부패정치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국 역사에서 부패했던 인물은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와 6대 대통령인 그의 장남 존 퀸시 애덤스다. 둘 다 역대 최악 대통령으로 불린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자신의 동생인 로버트를 법무장관에 임명한 것도 비슷하다.

미국 상원의원 100명 중 가족이나 친척이 공직 경험이 있는 사람이 3분의 1이다.

지금도 클린턴 가문, 부시 가문 등 엘리트 정치가문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정권 인수위원회에 자신의 딸과 아들, 사위 등을 중용하면서 ‘신 네포티즘’ 논란이 일었었다.

남아공 만델라 대통령을 망친 것은, 타락한 만델라의 동지들이었다.

남아공 민주정부 초대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의 동지이자 후계자들의 부정부패를 보자.

대통령 소유 농장에 5인조 도둑이 침입해 400만 달러(51억여 원) 현금 다발을 훔쳐갔다. 이 나라는 범죄를 신고하지 않으면 불법이지만, 대통령은 피해 사실을 감췄다.

대신 전·현직 경찰관을 풀어 범인들을 잡아들인 뒤, 이번 일을 절대 발설하지 말라며 돈을 줬다. 사건 발생 2년여 만에 폭로돼 남아공 정계를 달구고 있는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의 '팜(농장) 게이트' 의혹이다.

라마포사는 도둑맞은 돈이 농장 수익이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당국에 자금 출처 조사를 요구했다.

전임 대통령 제이콥 주마는 '굽타 게이트'로 4년 전 중도 사퇴했다. 인도계 재벌인 굽타 일가 삼형제가 비선실세 노릇을 하며, 이권을 독점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원전 사업 추진에 방해가 되자, 재무 장관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주마는 비리 백화점이었다. 2009년 대통령이 됐을 때 검찰이 기소를 무마해준 사건만 공갈·사기·돈세탁 등 18건이다. 취임 전엔 강간 혐의로도 기소됐다.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고 피해자는 망명을 신청했다.

두 스캔들은 전·현직 대통령의 비방전 양상을 띤다.

이달 초 팜 게이트를 폭로하며 라마포사를 고발한 인사는, 주마 최측근인 전직 국가안보국장이다. 며칠 뒤 라마포사 정부는, 굽타 삼형제 중 둘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두 달 전엔 "주마가 굽타 가문에 나라를 통째로 팔아넘겼다"는 조사보고서도 발표했다.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라마포사와 주마 지지자로 갈려 연말 당대표 경선을 두고 경쟁 중이다.

남아공은 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하고, 의회는 국민 80%인 흑인을 대변하는 ANC가 장악한지라 당대표가 되면, 내후년 대선은 따 놓은 당상이다.

주마는, 열일곱에 ANC에 가입해 이 나라 인종분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철폐에 투신했고, 만델라가 27년간 정치범으로 수감됐을 때 함께 복역하기도 했다.

라마포사는 만델라가 석방 후 ANC 의장을 맡아 백인 정부와 민주헌법 제정 협상을 할 때, 사무총장으로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이들의 노추가 흑인 해방에 헌신한 그들 자신과 만델라의 얼굴을 먹칠하고 있다.

한국도 역대정부마다 대통령과 권력을 둘러싼 비리가 있었다.

대통령이나 그 가족들이 불행을 겪은 이유는 부정부패다.

이승만의 하야, 박정희의 비극적 종말,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들의 구속도 그렇다.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대통령의 자식들이나 측근 구속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대통령 주변에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여러 기구들을 두었다.

문재인 정부도 감시견인 특별감찰관을 5년 동안 임명하지 않았다. 의심 가는 대목이다.

현 윤석열 정부도, 대통령에 임명되자마자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함에도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

비선(秘線), 네포티즘(nepotismㆍ족벌주의)이 나오는 이유다.

비선(秘線). 공식 체계에서 벗어난, ‘보이지 않는 선’을 말한다.

계선(系線)의 반대말이다.

네포티즘(nepotismㆍ족벌주의)은 조카(nephew)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순결서약으로 합법적 자식을 가질 수 없었던 가톨릭 교황이나 대주교가 자신의 조카에게 고위직을 나눠 주는 관행에서 나온 말이다.

대표적 인물이 교황 칼릭투스 3세다.

그는 조카 둘을 추기경으로 임명해 교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두 조카 중 하나가 이를 발판으로 후에 교황 자리까지 오른 알렉산더 6세다.

‘가장 부패한 교황’이라는 혹평을 받는 알렉산더 6세는, 자신이 그랬듯이 정부(情婦)의 남자형제를 추기경에 임명하는 등 권력놀음에 급급했다.

지도자는 국가의 거울이다.

지도자가 마음이 바르지 못하게 나갈 때, 나라에 망조가 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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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jwd32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