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무 노동당 정책위원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환경경제학에서 환경문제를 다루는 방법은, 주로 외부효과를 내부화시키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생산량과 가격이 정해지는데, 이때 생산량은 q이고 가격은 p입니다. 그런데 거래 당사자들이 고려하지 않은 생산에 의한 부정적인 외부효과가 있어서 실제의 공급곡선은 S가 아니라 S'이라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 구성되는 사회는 abed만큼의 면적으로 표시되는 손실을 입게 됩니다.

그래서 거래로 인한 당사자들의 이익을 표시하는 면적이라 할 수 있는 Deb의 삼각형에서 acfb만큼이 떨어져 나가고 Dca만큼만 사회 전체적으로 이익으로 남게 되며 게다가 cde만큼의 추가적인 손실이 남게 됩니다.

이를 방치해 두지 않고 공공당국이 개입하면 S'과 S간의 수직 거리만큼의 단위조세를 부과하게 되고, 그러면 생산량은 q'이고 가격은 p'에서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그리고 조세는 acfb의 면적만큼 징수되어 이로써 발생된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제거하는 데 사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거래로 인한 당사자들 전체의 이익은 Dca의 면적만큼이 되므로, 이런 당국의 조치가 없이 방치되었을 때에 비하여 cde의 면적만큼의 손실이 사회에는 절약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공급비용에 추가되는 조세액 자체가 초래되는 환경오염 복구에 충분하게 책정된다는 것, 공공당국이 거두어들인 조세를 청렴하게 오염을 복구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이 부정적 외부효과는 환경의 파괴, 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의 노동능력의 상실, 제3자에게 미치는 여러 가지 건강, 안전상의 피해들을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의 가치이론에서는, 생산비용은 물적 요소에 대한 비용을 의미하는 불변자본과 인적 요소에 대한 비용인 가변자본으로 나누어집니다. 생산물의 가치는 (불변자본+가변자본)으로 계산되는 비용에 잉여가치를 더한 액수로 이루어집니다.

생산요소에 대하여 지불하는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크기는 고정자본과 원재료 등으로 이루어지는 물적 생산요소와 인적 생산요소를 유지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거래 당사자인 고정자본이나 원재료 소유자와 노동능력의 소유자가 받는 대가는 정말로 그런 생산요소들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데 충분한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정자본과 원재료는 자연환경에서 채취되고 분리되어 가공된 물적 재화들이며 이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자연환경이 어느 정도 파괴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정부가 물적 생산요소의 생산자들에게 이에 대한 복구비용을 조세로 부담시키게 되면, 불변자본은 이런 것들이 반영되게 됩니다.

노동자들에게 지불되는 임금에 산업재해나 직업병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 주도록 하는 보험료가 포함된다면, 가변자본에는 이런 것들이 반영되어 노동력을 재생산해 주는 수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노동자의 노동이란 생산요소는 노동능력이라는 것에서 흘러나오며 이 노동능력은 물적 생산요소처럼 자연환경에서 분리될 수 없습니다. 노동능력이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자연환경 안에서 양분을 공급받고 물과 공기를 공급받고, 자연환경으로 노폐물을 배출합니다.

인간 노동력과 자연환경은 순환하는 일체를 이룬다는 점이 물적 생산요소의 경우와는 다른 점입니다.

이렇게 일체가 된 인간 노동력과 자연환경은 노동을 통해 유익한 가치를 창출하고 생명체에 도움이 되는 물질들을 생성시키면서도 일정한 휴식시간과 양분과 에너지를 공급받는다는 조건에서는 기력을 회복한다는 특성을 가집니다.

그러나, 이는 노동력과 자연환경이 적당한 수준에서 이용되어야 가능한 것이지 과도하게 이용되면, 이를 착취라고 하는데 기력을 회복하지 못할 수준으로 망가지게 됩니다.

이를 복구하는 데는 장시간이 필요하거나 복구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환경이 파괴될 경우에 이는 노동력의 건강악화로 연결되고 노동력의 재생산 자체가 지장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자연환경과 노동력을 순환하는 일체라고 볼 필요성이 더욱 강하게 대두됩니다.

가변자본은 이런 노동력과 자연환경의 통일체를 유지시키는 데 지불되어야 하는 가치라고 해야 맞을 것입니다.

농작물을 산출하는 땅 자체가 자신을 재생산하는 데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더 많은 가치물을 내놓아서 잉여를 생산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노동능력과 유사한 측면을 가진다고 보입니다.

노동자에게 아무리 충분한 임금을 지급하더라도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자연환경을 심하게 파괴하고 이를 복구하는 비용을 지출하지 않는다면, 이는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수준의 가변자본을 투하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즉, 잉여가치를 최대로 생산하기 위하여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수준 이하로 가변자본을 낮추어서 노동력을 저열화시키고 점차 노동력의 재생산을 어렵게 만드는 쪽으로 가게 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급속한 도시화, 대도시권의 팽창, 농어촌의 황폐화와 환경의 악화에서 그 사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핵에너지의 개발과 사용은 인간이 살아가는 주거환경 자체를 영구적으로 축소시키며, 원료 채취 및 가공, 발전소 가동, 핵폐기물의 처리 등 전과정에서 피폭되는 사람들에게서 노동능력을 빼앗을 뿐 아니라 유전을 통해서 그 피해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된다는 특성을 가집니다.

웬만한 환경파괴는 길건 짧건 시간이 경과하면서 자연의 힘으로 복구되는 성질을 띤다면 핵발전에 의한 위해(危害)는 영구적으로 지속되며, 인간과 자연환경으로 이루어지는 순환적 일체의 유지 자체를 지속적으로 저해하며, 핵발전이 지속되면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자연환경의 영토인 생태용량(bio-capacity) 자체가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는 1950년대부터 시작된 핵 발전이 가지는 특성이며, 위에서 설명한 환경 경제학의 그래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가져온 출발점은 화석연료의 대량 사용으로 인한 기후재앙의 위기와 관련이 없지 않지만, 결정적으로는 핵에너지의 사용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핵에너지의 사용을 기반으로 전력의 무분별한 사용이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고 전기전자 기술에 의한 생산공정의 자동화로 노동자들이 자본에 의해 더 종속적인 위치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등 지금의 산업문명의 병폐의 출발점은 2차세계 대전 후 시작된 핵에너지의 산업적 이용이 아닌가 하는 것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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