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무 노동당 정책위원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k-pop과 같은 말의 k-는 한국을 나타내며, ‘한류’에 열광하는 세계인들이 보라고 자랑스럽게 붙이는 접두사가 되었습니다.

환경분야에서도 k-순환경제, k-택소노미 같은 문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환경부에서는 유럽에서 녹색산업 분류체계인 그린 택소노미를 내놓으니, 한국형 택소노미를 내놓는다고 k-taxonomy guideline라는 영문 이름을 붙여서 작년에 내놓았고, 최근에 다시 한국형 택소노미를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작년에 내놓은 k-taxonomy guideline에는 원자력 발전이 들어가 있지 않은데, 금년 9월에 내놓은 한국형 택소노미에는 원자력 발전이 버젓이 들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변경은 유럽의 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이 금년 초에 유럽 의회의 가결을 통해 들어가게 되면서 이를 따라서 한 변화라고 설명이 될 수 있습니다.

k-라는 말을 좋아하던 문재인 정부에 이어, 계속해서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어도 이렇게 유럽에서 하는 것을 금방 따라서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유럽의 그린 택소노미는, 원자력에 대한 전과정평가 기반의 기술적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에 대해 몇 개 전문가 집단의 심의와 검토를 거쳐 초안이 나온 것인데, 한국에서는 이런 과정 자체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전혀 밝혀지지 않고, 동일인인 담당 공무원이 공무원 특유의 개조식 문서로 달라진 택소노미를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내놓는 것으로 되었다는 식입니다.

유럽의 그린 택소노미에의 원자력 발전 포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기술적 검토 보고서는 여러 선행 연구 자료를 인용하고 있는데, 원자력 발전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연구결과들을 시간에 쫓겨 인용하느라 오타도 많이 있고 논란이 많이 되는 문서입니다.

전문가 위원회들이 이를 검토하면서 많은 문제 제기가 되었으며, 결정적으로 연료광석 채취 및 분쇄 단계가 빠진 원자력 발전을 포함하는 그린 택소노미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전 과정 평가’를 했다는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고, 유럽의 기술검토 보고서를 전문 기관에서 검토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기술검토 자료를 내놓았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분류 결과물만 덩그러니 나와 있다는 것은, 그냥 따라서 했다는 것을 말해 준다고 생각됩니다.

유럽은 그동안에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재앙의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왔고, 그런 정책 방향에 따라서 1회용 플라스틱을 완전히 퇴출시키는 쪽으로 과감한 입법들을 시도하여 다른 나라들의 환경 운동가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어 왔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린 택소노미의 문제에서부터 불신을 받을 일을 하고 핀란드의 녹색당은 원전을 인용(認容)하는 태도를 취하고 러시아에서 에너지 수입이 끊긴다고 해서 독일은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식으로 지금까지 해 왔던 노력을 깎아먹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여러 가지 사정이 달라진 것으로 설명이 가능한데, 크게 보자면 유럽 자체가 미국과는 다른, 친환경적 문화적 인권 애호적 제스처로 세계 여론을 장악하여 이익을 취하는 고차원적인 제국주의 패권 전략을 그동안 취해온 것뿐이 아닌가도 생각이 됩니다.

한국은 원전 수출, 항공기, 탱크, 장갑차, 자주포 등 무기 수출 분야에서 계속 k-원전, k-방산을 내세우고 k-타령을 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군사무기나 원자력 발전소를 직접 수입하는 데 거부감이 큰 동유럽이나 중앙아시아 등지의 나라들의 구매자들에게 원산지 세탁을 해 주는 것입니다.

아랍 에메레이트의 아부다비 원전 수출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정치적인 부담이 큰 중동 지역에 자신들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한국을 앞세워 추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구매자들도 이를 모르지 않으면서 정치적 부담감을 벗고 구매를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문화와 식생활 분야에서 시작된 한류의 실체는 대체로 이런 데서 파악이 가능합니다.

한국의 최종제품 생산의 2차 산업, 3차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활동의 위상은 이처럼 서방 제국주의 세력에 종속되어 세계시장에서 패권적인 제국주의 국가의 제품에 대한 반감을 우회하도록 포장을 하는 데 방점이 있고, 문화산업도 이런 목적에 부응하는 데 중점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군사무기나 원자력 발전소의 수출은 비윤리적이고 제국주의적 침략 수단에 해당하는 것인데, 한국이 그런 이미지를 은폐하고 완화하는 역할을 해 주는 것으로 먹고 사는 신세를 자처합니다.

그렇더라도 환경분야의 k-택소노미는 너무 심한 짝퉁이고, 한국의 이런 환경산업정책 수준과 상태를 잘 아는 해외 구매자라면 한국의 환경산업의 서비스와 제품에 대해서 불신감을 가지거나 잘 해야 저가형 실속 대체품으로 생각할 것이 분명합니다.

일본말에서 ‘가라’는 텅 빈 것, 진품을 대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가라오케가 오케스트라를 흉내 낸 것이라는 뜻인 것처럼)

그러나, 원래 ‘가라’는 전통적으로 한국(가라노쿠니)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고, 중국의 당(唐)을 뜻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을 통해 들어오는 대륙의 선진문물에 ‘가라’라는 이름을 붙여서 귀하게 취급했었다고 합니다.

'k-'라는 여러 가지를 작명해 내는 한국의 산업, 환경정책 당국자들은 한류 열풍에 편승하여 세계에서 대접 받는 수식어로 통할 것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르지만, 틀림없는 것은 ‘짝퉁’이 아니면, 흉측한 제국의 침략을 숨겨주는 포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문화와 학문과 산업 활동으로, 이 땅의 삶과 문화도 풍성해지고 세상에도 이로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생겨나려면, 제국 패권세력에 따르면서 이득을 취하는 경제에서, 이 땅의 순환 경제를 잘 살리고 이용하는 쪽으로 경제생활이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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