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대변인을 역임했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윤 대통령을 암시하는 듯한 비판 글을 올려 화제다.

이 전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 진나라 말 '항우'를 인용한 짧은 글을 올렸다.

"自矜功伐(자긍공벌) : 스스로 공을 자랑하고", "奮其私智而不師古(분기사지이불사고) : 그 자신의 지혜만 믿었지 옛 것을 본받지 않았다. 항우가 왜 실패했나? 사마천의 간단명료한 진단이 가슴을 때린다. 나 때문에 이긴 거야. 나는 하늘이 낸 사람이야. 1시간 이면 혼자서 59분을 얘기합니다. 깨알지식을 자랑합니다. 다른 사람 조언 듣지 않습니다. 원로들 말에도 '나를 가르치려 드냐'며 화부터 냅니다. 옛일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찌 됐습니까? 五年卒亡其國(오년졸망기국) 5년만에 쫄딱 망했습니다. 우연찮은 5라는 숫자가 한번 더 가슴을 때립니다. 누군가의 얼굴이 바로 떠오릅니다. 큰 일입니다ㅠㅠ"라고 썼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이 윤 대통령을 암시한다고 해석하면서, 이 전 대변인이 항우를 예로 들어 윤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라 평했다.

이 전 대변인의 글에 이어진 댓글도 뼈아프다.

이어진 댓글에서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윤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쓴소리를 내며 난파선에서 탈출하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왔다.

항우는 중국 진나라 말기 당시 중국을 재패하면서 초나라 군주에 올랐으나 재임 기간은 겨우 5년에 지나지 않았다.

이 전 대변인이 항우가 5년 만에 쫄딱 망했다며 5라는 숫자가 한 번 더 가슴을 때린다고 한 후, '누군가의 얼굴이 바로 떠오른다'고 한 것은 아마도 우리 대통령의 임기가 5년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윤 대통령을 암시한 듯한 발언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인들 조직은 대부분 대화의 독점이다.

고대 유대의 최고 정책의결기관 ‘산헤드린’(Sanhedrin)은 입법과 사법을 총괄했다.

종교의 각 계파를 대표하는 원로들이 참여해 심리를 하고 판결했다.

특이한 점은, 사건 심리 때 발언 순서가 정해져 있었다.

젊은 판관(법관)부터 순서대로 발언 했다. 원로일수록 발언 순서가 뒤로 밀렸다.

한국의 제도로 봐서는 이런 규칙이 생소하다.

한국은 공적 사적 어느 모임을 가나, 윗대가리부터 말을 한다. 그리고 말이 많다. 말할 순서를 안주거나 순서에 밀리면 화를 내고 별 난리를 다친다.

골치 아픈 의전을 따진다.

젊은 판관들은 새롭고 창의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파고든다. 하지만 원로 판관이 먼저 의견을 피력하면 창의적 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

실체적 진실을 밝힐 기회를 잃을 수 있다.

활발한 토의를 통해 억울한 결과가 없도록 유도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원로와 상급자는 귀를 열어 직급이 낮고 젊은 판관의 새로운 견해를 유심히 들으라는 뜻이 포함돼 있다.

대통령의 대화 독점욕과 배타성을 강하게 제기한 글은, 정말 대통령이 그렇다면 뼈저리게 생각하고 고쳐야 한다.

물론 비리에 연루돼 불과 10일 만에 대변인을 사퇴한 그의 말이 과장되고 왜곡됐을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달변과 다변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통령실 주변의 시행착오가 개선되지 않고 되풀이되는 이유는, 대통령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귀를 닫고 대화를 독점하며 소통을 소홀히 하는 현실이 현재 정국이다.

율곡 이이는 “공론이 조정에 있으면 나라가 다스려지고, 공론이 거리에 있으면 나라가 어지럽게 된다”고 했다.

위정자는, 공론이 거리로 나가지 않도록 귀를 열어 붙잡아야 한다.

선조들은, 견제와 비판 장치를 여럿 두어 자신을 관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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