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한국 사회는 병들었다.

경쟁자 없이 하나로 천하통일된 국가나 사회, 회사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사례가 드러났다.

3년간 1,220억 들인 정부의 복지시스템은 근 두 달째 ‘먹통 대란’이다.

재벌 LG CNS 대표가 지난달 9월 개통 후 대규모 오류 사태를 발생시킨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대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 사과했다.

복지서비스 관련 정보가 망라된 정부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개통 6주가 넘게 '먹통' 논란을 빚고 있다.

지자체와 사회복지시설, 미지급 수급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개통 전후 한 달 넘게 시스템 구축 업무를 맡은 업체와 대면회의를 1번도 갖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이 한국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9월 셋째 주까지 보건복지부와 시스템 운영주체인 사회보장정보원, LG CNS 등 컨소시엄 사업단 간 회의는 총 7번 열렸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복지부가 노후화된 기존 정보시스템을 개편하기 위해 개통한 국민 사회보장급여 및 서비스 이용을 위한 시스템이다.

앞서 LG CNS는 한국정보기술, VTW 등 2개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1,200억원이 투입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LG CNS가 사업 지분율 50%를 확보했으며, 한국정보기술과 VTW가 각각 30%와 20%를 차지했다.

그러나 개통 첫날 시스템이 열리자마자 행복이음, 희망이음 사이트 등에서 연달아 오류가 발생하면서 각종 복지급여 지급 업무가 두달째 마비됐다.

이에 지자체와 사회복지시설, 미지급 수급자들이 불편을 겪으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LG CNS와 한국정보기술, VTW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수주했다. 첫 개통은 지난해 9월 이뤄졌으며 당초 올해 1월 2차 개통을 할 예정이었으나 3차례 연기돼 8개월 뒤인 지난달 6일 개통했다.

기대와 달리 개통 첫날부터 시작된 먹통 현상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개발자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신기술·신사업 공공사업의 경우 중소기업을 무조건 포함해야 하는데 기업 간 협업이 잘 안 되면서 개발자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남은 인력이 일을 떠맡을 처지였지만, 요즘 개발자가 대우를 잘 받다 보니 남은 인력들도 줄 퇴사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사실 개발자들이 있다면 분량 자체는 일시에 풀 수 있는 양이지만, 인력난이 너무 심하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개발자가 들어온다고 해도 빠르면 2~3주, 늦으면 두 달 정도의 학습 과정이 필요해 애를 먹고 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사업단은 343명의 인력을 투입했으나 307명이 퇴사했다.

9월 말 이후도 현재까지 61명의 개발자가 이탈했다. 컨소시엄 내ㆍ외부에서 개발 인력을 구해서 충원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많은 기능이 작동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또 거대 IT 플랫폼 재벌인 카카오의 불통은 10월에만 두 번째였다.

국내 최대 플랫폼 IT 기업인 카카오가 멈추자 세상은 둘로 나뉘어 졌다.

조용해 좋다는 자조 기쁨 족과 전쟁처럼 혼란을 걱정하는 두 쪽이었다.

역대 최장 시간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국내 최대 플랫폼 IT 기업 카카오는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 했다.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카카오커머스 등 모든 관련 서비스가 멈췄다.

영업에 차질 소상공인, 메신저 불통으로 발 묶인 시민, 카카오 공인인증서 하나만 가지고 일을 보려던 시민의 낭패 등까지, “일상이 멈췄다”는 비명이 곳곳에서 터졌다.

시민 대다수가 일상생활에서 카카오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절감했다.

‘카카오 의존 사회’의 위험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다.

울리히 벡이 말했던 '위험사회 (Risk Society)'다.

인류의 새로운 위협인 공해는 계급을 따지지 않는다.

계급은 물론, 국경도 대륙도 의미가 없다.

그저 공평하게 모두에게 보편적이고 잠재적 위험을 나눠준다. 울리히 벡이 거론한 위험은 물론 공해뿐이 아니다. 근대화 과정에서 양산된 새로운 위험 모두를 의미한다.

초고속으로 하늘을 나는 대형 항공기는 사고가 일어날 경우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비행기 탑승객뿐만 아니라 비행기가 추락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까지 치명적이다. 이 위험은 빈부나 계급과도 상관이 없다.

울리히 벡은 급속한 근대화 과정을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새로운 위협이 등장한 과정"이라 말했다.

문제는 위협의 원인은 분명하지만, 해결책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위험은 성공한 근대가 초래한 딜레마다.

산업사회가 발전할수록, 인류가 풍요로워질수록 위험 요소도 따라서 증가한다.

위험의 크기는 고도화된 사회에서 오히려 더 커진다.

선진화된 사회일수록 대형 사고와 대형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울리히 벡은 인류가 지금까지 진행해온 근대화와는 다른 '새로운 근대화', 즉 '성찰적 근대화'를 향해 나아갈 것을 주문한다.

과학과 산업의 위험을 감소시키고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제2 근대'를 열어야 한다.

벡은 “생산력은 근대화 과정에서 그 순결을 잃었다"고 말한다.

부(富)를 위해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생산력이었는데, 근대화 과정에서 생산력은 그 자체가 위험이 되고 있다.

각자 자신의 생산력 향상을 위해 거리에 내뿜은 자동차 매연이 결국 전 인류를 위험에 빠지게 하는 딜레마를 지적하고 있다.

울리히 벡, 그는 '위험사회'라는 규정 하나만으로 인류에게 가장 근본적 숙제를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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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jwd32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