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제국주의

▲ 이승무

노동당 정책위원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서방의 선진국들과 이를 추종하는 일본, 한국 같은 나라들은 미국,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자본주의 시스템이 가진 제국주의적 속성을 전혀 배제하거나 문제 삼지 않은 채로 기후위기를 자신들의 패권을 새롭게 유지, 강화할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기후 재앙의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상당 부분 산업화된 선진자본주의 나라들에 있는 데도 자신들이 일으킨 기후 변동의 피해를 입고 있는 제3세계 나라들에 대한 보상을 외면하면서, 중국, 인도 같은 아시아의 신흥 발전도상국들이 온실가스를 무분별하게 배출하는 것처럼 언론을 통해 이미지 조작을 하고,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합세해서 자신들이 마치 지구와 인류를 구하는 일에 앞장서는 것처럼 위선적인 쇼를 벌이면서 새로운 환경과 이에 대응하는 기술과 사업에서 이득을 독차지하려고 전략적인 계산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선 IPCC 보고서에서 나라별 온실가스 배출량 추세를 공개하면서 순전히 실제 배출량을 기준으로 삼고, 최종 소비제품을 다른 나라로부터 들여오는 나라의 배출량에 그 소비제품의 생산과정에서의 배출량을 포함시키는 것을 조사는 이루어졌는데도 고의로 누락했었다고 합니다.

최종 소비를 기준으로 일인당 배출량의 나라별 수준을 계산하면 다음 그래프와 같다고 합니다.

▲ Source : Global Carbon Project; Global Carbon Atlas; Statista; OECD Data

그리고,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각 나라 안에서 부와 소득상의 계층별로 일인당 온실가스 배출수준이 크게 차이가 납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하위 50% 인구는 지난 30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1인당 15~20% 줄였지만, 상위 1%의 인구는 이 와중에도 꾸준히 일인당 배출량을 높여 왔다고 합니다.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지구상의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 Source : World Inequality Report 2021 and Lucas Chancel, Climate Change and the Global Inequality of Carbon Emissions 1990–2020 (Paris: World Inequality Lab, 2021)

그리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2차전지의 원료인 리튬은 주로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의 남아메리카 원주민 거주 지역인데, 이 지역의 무분별한 리튬 광물 채취와 정제과정에서의 많은 물의 이용으로 이들 지역의 환경 파괴가 심각합니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의 채취에 주어지는 직간접적인 국가의 보조금이 2020년 기준으로 5조9천억 달러에 달하는 반면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공공과 민간의 재정 투자는 6천400억 달러에 머물고 있습니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처할 신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 장치들이 WTO 체제 하에서 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에 의해 마련됨으로 서방 선진국들은 기후 재앙 위기를 큰 돈벌이의 기회로 삼아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이 저개발국에서 기후로 인한 피해를 막고 대처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금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 재앙에서 제약사 대자본들(big pharma)이 백신으로 돈벌이를 한 것을 본다면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와중에 스웨덴의 10대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원전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툰베리는, 12일(현지시간) 방송 예정인 독일 공영방송 ARD 토크쇼에서 “개인적으로는 가동 중인 원전이 있는데 석탄에 집중하는 건 매우 나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가 11일 보도했다.

이어 진행자가 ‘기후변화를 고려할 때 당분간은 원전이 더 나은 대안이라는 건가’라고 묻자, 툰베리는 “경우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이미 (원전을) 가동 중이라면 원전을 폐쇄하고 석탄에 집중하는 건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경향신문 2022. 10. 12.)

그는 미래세대를 대표하여 기후재앙에 대한 책임에 소극적인 유엔에서 기성체제의 대표자들을 질타한 것까지는 훌륭했지만, 핵-에너지라는 더 심각한 위험요인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고서, 저런 발언을 한 것인지 많이 아쉽고 섭섭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이는 원전(原電) 진흥론자들에 의해 얼마나 좋은 수단으로 이용되겠습니까?

그가 더 깊은 공부와 사색을 통해 확고한 미래세대의 대표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원전(原電)은 기후 제국주의 세력이 자신들의 패권을 확장하는 직접적인 수단이고, 인간의 삶의 터전을 복구 불가능하게 황폐화시키는 현재 진행형의 폐단입니다.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다고, 기후재앙을 없애겠다고 원전을 더 가동해야 한다는 것은, 수단이 인간의 건강한 삶의 터전이라는 목적 자체를 파괴하는 본말이 전도된 대책입니다.

우리나라의 기후행동을 이끌어 가는 시민단체 구성원들도 순수한 목적에서 지구와 생명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라면, 기후 재앙을 막겠다고 원전이라는 거대한 폐단을 끌어들일 생각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서양의 발달된 시민운동을 모범으로 삼는다고 그들 시민사회의 기후행동이 가진 위선적인 내면까지 따라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론협동조합 개미뉴스와 함께하는 방법 4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