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무 노동당 정책위원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헨리크 그로스만이 자본주의 체제의 붕괴를 예증하기 위해서 사용한 오토 바우어의 재생산 도식에서는 인구증가율이 5%, 가변자본 증가율이 5%, 불변자본 증가율이 10%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재생산 도식에서 총생산의 증가율은 불변자본이 애초에 가변자본 크기의 두 배로 설정되어 있어서 같은 1이란 잉여가치율(=착취율)의 가정에서 7.5%에서 시작하여 점차 높아지게 됩니다.

인구증가율은 5%인데, GDP에 해당하는 것은 7.5%에서 점차 높아져 갑니다.

그러면 1인당 GDP 성장률은 2.38%에서 시작해서 점차 커져 가게 됩니다. 이러한 GDP성장률은 대략 중국과 같은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나라의 성장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재생산 도식에서 불변자본의 성장률이 인구증가율과 같이 5%라면, 경제규모가 계속 확대되면서도 체제의 붕괴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에는 인구증가율과 GDP증가율이 같고, 결과적으로 1인당 GDP는 변함이 없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인구증가율이 5%라는 설정은 과도한 가정이므로 불변자본, 가변자본, 인구의 증가율을 모두 현실의 인구증가율에 맞게 해도 상관이 없겠습니다.

이 도식에서 마이너스 성장이란 것은 무엇을 말하는지를 생각해 봅시다.

그것은 인구증가율이 5%일 때, 불변자본이 -5% 아래로 규모가 축소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구증가가 0이라고 가정할 때는 불변자본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죠.

그것은 생산에서 원재료와 생산수단 전체적으로 물적 요소가 인적 요소에 비하여 작아지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인구가 감소한다면, 그 감소율에 맞게 불변자본 규모도 감소하여야 자본주의 체제가 붕괴하지 않고 유지가 되지 원재료와 생산수단에 투하되는 자금인 불변자본의 규모는 그대로이면서 인구만 감소하여, 가변자본 투하 수준이 줄어들어서 불변자본과 가변자본 간에 변화율에 격차가 생기게 되면,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체제는 유지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인구가 감소하면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을 많이 거느리고 로봇들에게 일을 시키면 전과 다름없이, 아니 오히려 더 풍족하게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는 원재료를 산업적으로 이용 가능하게 채굴, 선별, 가공하는 데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는 것을 간과하고서 생각할 때만 가능합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비인간적인 자본주의 체제에 염증을 가지게 되었고, 자본주의 체제가 무분별한 물질적 팽창으로 기후 재앙을 불러온다는 것을 알게 되어 빨리 다른 체제로 전환되기를 바라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지금과 같이 일인당 GDP가 계속 올라가고 1인당 물질사용량이 계속 늘어나는 시스템이 계속 된다면 희망이 성취될 가능성이 마침내 생겨난다고 보아도 좋겠습니다.

그것은 체제가 붕괴하여 대혼란과 격동의 시대가 찾아온다는 것이지, 그냥 평화로운 새로운 시대로 넘어간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시스템이든 뭣이든 큰 혼란 없이 평화로운 생활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1인당 GDP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유지할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그럴 경우에는 그들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앞으로 인구가 증가하는 방향으로부터 감소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때에는 물질이나 물적 요소의 투입은 이에 맞추어 줄어들어야만 체제의 붕괴 없이 경제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인구는 중요한 관찰 대상이 되며, 생산요소 중에 원재료와 생산수단 등 물적 요소에 지출되는 자금인 불변자본의 규모도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입니다. 체제의 유지냐 전환이냐를 생각할 때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도시화와 산업화가 극에 도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구 규모가 작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전체 GDP규모는 이에 맞추어 줄어들어야 하는데, 금융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은 자본주의 경제는 채무의 원금을 갚고 이자를 지불할 수 있으려면 조금씩이라도 성장을 해야만 합니다.

이런 것이 사람들이 물적 풍요를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하지 못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가지는 모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지구 차원의 자본주의 체제는 붕괴의 위기를 감지하면서 이를 돌이켜 다시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 희생양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전쟁의 위기가 전체 지구촌에 닥쳐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대립의 격화, 한반도 위기 같은 것은 자유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독재 체제의 대결 문제가 아니라, 물적인 팽창을 계속해 온 자본주의 체제의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순환적인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새로운 체제에 대한 상상을 더욱 구체화시켜서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대 이후를 대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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