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kleptocracy는 도둑 정치다.

세상은 도둑이 끌고 간다.

도둑들이 무리를 지어 시끄럽게 한다. 의리도 따지고 든다.

장자의 거협(胠篋·상자를 열다)편에 도둑 이야기가 나온다.

노나라의 수천 명 도둑의 수괴 도척에게 한 부하가 물었다.

“도둑질에도 도가 있습니까.”

도척은 “방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탁월함, 먼저 들어가는 용기, 마지막에 나오는 의리, 성공할지 실패할지 미리 아는 지혜, 골고루 나눠 갖는 어짐. 이 다섯 가지 도를 갖춰야 큰 도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유명한 ‘도척의 도’다.

도둑에게도 끝까지 동료를 위해 헌신하는 의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혈연관계가 아니지만 의리로 맺은 형제를 ‘의형제’라 한다.

의형제라고 하면 단연 나관중의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 관우 장비가 맺은 의기투합하는 ‘도원결의’다.

불구동년동원동일생(不求同年同月同日生)단원동년동월동일사(但願同年同月同日死)

한 날 한시에 태어나기를 바랄 수는 없었지만,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죽기를 원한다는 유명한 문장이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이 대선자금 수수 의혹으로 비화하는데 결정적 증언을 하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산국지 전편의 근간이 되는 ‘의리’와 도원결의 ‘장비’를 들먹이며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개 한 마리를 훔치면 불인(不仁)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한 나라를 훔치고 이를 의(義)라고 한다.” 고 묵자는 아예 도둑이 될 바엔 나라를 훔치는 큰 도둑이 되라고 한다.

사람들은 작은 도둑은 경계하지만 사실 큰 도둑에 약하다.

권력자가 막대한 부를 독점하는 정치 체제는 없어져야 한다. 정치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권력 사용으로 불법적이며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끝장내야 한다.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보고 짖는 말세다.

달아맨 돼지가 그슬린 돼지 타령한다.

我歌査唱(아가사창)내가 부를 노래를 사돈이 부른다는 속담(俗談)의 한역으로, 책망(責望)을 들을 사람이 도리어 큰소리를 침을 이르는 말이다.

賊反荷杖(적반하장)이다.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 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境遇)를 이르는 말

釜底笑鼎底(부저소정저)가마솥 바닥이 노구솥 보고 검다고 웃는다.

열사람이 한 도둑을 지킬 수 없다고 도둑을 봐줄 수는 없다.

도적질의 나라. 도둑놈의 나라

십인수지불능찰일적(十人 守 之不能察一賊)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 드는 나라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를 나무라는 나라

겨도둑은 잡히고 쌀도둑은 잘사는 나라

좁쌀 도둑은 잡히고 세금 도둑은 잘사는 나라

민나 도로보데스 みんな どろぼう(泥棒)です

'모두가 도둑놈들이다'

예전에 ‘민나 도로보데스’(모두가 도둑놈이다)라는 일본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요즘 범람하는 정치보복론은 바로 ‘권력은 모두 도둑놈들’이라는 말이다.

그런 프레임으로 모든 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리고, 권력에 대한 혐오감과 정치적 허무주의를 조장한다. ‘민나 도로보데스’를 외치는 사람들이 오히려 ‘도로보’는 아닐까.

못된 신하를 둘 바엔 아예 도둑놈을 두라.

대학 (大學)은 가렴주구 (苛斂誅求)에 통렬한 비판을 한다.

‘말을 기르는 대부 집안에서는 닭과 돼지를 생각하지 않고, 여름에 얼음을 사용하는 경대부 집안에서는 소나 양을 기르지 않고, 백승의 제후국에서는 가렴주구의 신하를 두지 않는다. 가렴주구의 신하를 둘 바에는, 차라리 도둑질하는 신하를 두는 편이 낫다’-맹헌자(孟獻子)

즉, 국가는 재물을 이득으로 여기지 않고, 의리(義)를 이득으로 여겨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은 도둑정치(Kleptocracy)의 시기다. 대학은 가렴주구에 대한 비판을 강하게 한다.

명명덕(明明德), 친민(親民), 지어지선(止於至善)의 삼강령을 비롯하여 격물치지 등 상당히 심오한 철학적 주제를 논한 『대학』이 최종적으로 치국평천하를 논한 대목에서 가렴주구의 신하를 경계하는 대목에서 끝을 맺는 이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겉으로는 백성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등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움직이는 정치권이지만, 정권의 말로는 항상 부정부패였다.

은밀히 남몰래 기업으로부터 수백억의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한 일단의 정치 집단을 비판한, “너흰 나라를 걱정할 자격 없어, 채권에 사과상자에 이제는 아예 트럭 채 차떼기로 갈취하는 조폭들, 그래서 너흰 아니야, 제발 너흰 나라 걱정 좀 하지마, 너희만 삥 안 뜯어도 경제는 살아날거야”라는 노래가 크게 유행했었다. 이 노래 가사가 바로 저 『대학』의 결론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정치인 너희들만 나라 걱정하는 게 아니야.

너희들 정상배는 아예 걱정을 하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면 좋겠다.

도척은 장자가 쓴 책에 나오는 큰 도둑 이야기다. 장자(莊子) 외편 거협(상자를 연다) 얘기다.

법을 어기며 남의 물건을 빼앗은 것은 작은 도둑이지만, 법과 제도로 백성을 수탈하는 것은 큰 도둑이다. 물건을 훔친 자는 범죄자에 그치지만, 나라를 훔치면 왕이 되는 법이다.

급수가 공자급이다.

큰 도둑의 도(道)를 실천했다고 한다.

도척은 도둑의 도를 마련했다.

첫째, 큰 도둑은 털려는 집에 어떤 물품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성(聖),

둘째, 털러 갔을 때 성공 가능성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지(智),

셋째, 침입할 때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동료보다 먼저 진입하는 용(勇),

넷째, 범행 실행 후 제일 나중에 나오는 의(義),

다섯째 털어온 물품을 공평하게 나누는 인(仁)이다.

장자는 유가(儒家)의 허위의식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만물은 본성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도와 덕으로 공존할 수 있는 걸, 번거롭게 인의예악으로 질서를 세워 왜 쓸데없이 분란을 만드느냐는 비판이다.

장자 잡편에서 공자가 큰 도둑 도척과 무명의 어부에게 망신당하는 장면은 유가 비판의 결정판이다.

공자가 잔인무도한 도척을 교화하겠다고 큰 소리쳤다.

공자는 도척에게 성인의 풍모를 가지고 도둑이라 불리니 애석하다며, 그가 마음만 고쳐먹으면 존경받는 제후가 되도록 도와주겠다고 제안한다.

도척의 답변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너야말로 거짓말과 위선으로 세상의 군주들을 홀리며 부귀를 구하니 너 보다 큰 도둑이 없다. 세상 사람들이 너를 도둑이라 부르지 않고, 나를 도둑이라 부르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공자는 사색이 된 채 허둥지둥 물러났다.

공자는 길에서 만난 어부가 현자임을 대번에 알아 본 뒤 "천하의 안정을 위해 각국을 돌면서 유세했지만 여기저기서 박대 받았는데 이유를 모르겠다"고 이유를 묻는다.

어부는 공자를 “그림자를 떨쳐 버리려 죽을 때 까지 전력질주한 사람에 비유했다. 그늘에서 쉬면 될 걸 어지러운 발자국만 남겼다"고 애석해 하며, 명성과 업적은 다른 사람에게 주고 제 한 몸 돌보는 것이 좋을 거라 충고한다.

유가의 비조인 공자가 큰 도둑과 평범한 어부에게 망신당하고 가르침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실제가 아니라 지어낸 허구다.

춘추 시대의 공자를 전국 시대의 장자가 도둑과 어부를 앞세워 비판했으니, 공자 자신이 반박할 수 없었던 점도 아쉽다.

다만 천하경영에 나선 치자(治者)의 처세를 경계하는 우화로는 효용이 높다.

태산 기슭에서 사람의 간을 회로 썰어 먹었다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대도 도척(盜蹠)이다.

이러니 공자와 비견됐을 정도다.

도척은 현인(賢人) 유하혜의 아우로 무리 9,000여 명을 거느리고 전국을 휩쓸었으며, 때로는 공자를 위선자라고 비판했다.

장자가 공자와 같은 유가 계통의 인물을 조롱하는 경향이 있어 역사적 사실인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도척처럼 역사적으로 큰 도둑들은 세상 사람들의 관심거리다.

1911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있던 1조3000억 원 가치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가 도난돼 발칵 뒤집혔다. 프랑스는 사건 당시 국경까지 봉쇄했지만 2년 뒤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미술관에서 거래 직전 회수해 프랑스로 되돌아 왔다.

2004년에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국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뭉크의 대표작 ‘절규’가 도난됐다. 무장한 4명의 도둑은 수십 명의 관람객들이 북적대는 대낮에 미술관에 침입해 그림을 가지고 유유히 사라졌다.

경찰이 3개월 만에 작품을 되찾았지만, 회수 과정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절규’는 1994년에도 도난됐다가 별 탈 없이 호텔 구석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2019년 11월 25일에는 독일 드레스덴 그뤼네게뵐베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10억 유로(1조3000억 원) 상당의 진귀한 보석류와 보물을 도난당했다.

도난 물품은,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던 작센 왕국의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1세가 수집한 다이아몬드 컬렉션 등 보석류 100여 점이다. ‘녹색 금고(Green Vault)’라는 뜻의 ‘그뤼네게뵐베 박물관’은 각종 귀중품과 예술품을 모아 꾸민 ‘보물의 방’이다.

도난 사건 시간에 도심 화재가 발생해 경보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하나의 큰 도둑의 역사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도둑놈들 이야기로 매일 시끄럽다.

국민들만 불쌍하다. 눈뜨고 매번 당한다.

상자를 여는 도둑이 걱정돼 끈으로 묶거나 자물쇠를 채워두는 것을 세상은 '지혜'라 한다. 그러나, 큰 도둑이 들게 되면 상자 통째로 들고 달아나는데 오직 끈이나 자물쇠가 튼튼하지 못할까만 걱정하니 지혜란 오히려 큰 도둑을 위해 재물을 모아 두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허리띠 고리를 훔친 사람은 사형을 당하지만, 나라를 훔친 사람은 제후가 된다. 세상을 바로잡겠다고 만든 법과 정의까지 훔쳐버리는 셈이다.

약속 파기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다.

누군가를 알려면, 그 사람의 입을 보지 말고 걸어온 발자국을 봐야 한다.

얼치기 지식인과 사이비 성인들이 세상을 훔치는 큰 도둑을 위해 상자를 단단히 묶는 일을 하고 있는지 살피는 게 중요한 시기다.

 

 

<언론협동조합 개미뉴스와 함께하는 방법 4가지>

 

1. 기사 공유하기 ; 기사에 공감하시면 공유해 주세요!~

2. 개미뉴스 페이스북 '좋아요'를 눌러 주세요!~

https://www.facebook.com/gaeminews/?pnref=lhc

3. 개미뉴스에 후원금 보내기 ; (농협 351-0793-0344-83 언론협동조합 개미뉴스)

4. 개미뉴스 조합원으로 가입하기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jIWEPBC4xKuTU2CbVTb3J_wOSdRQcVT40iawE4kzx84nmLg

김흥순  jwd32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