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정치적 동물이다.

그런 점에서 혼자 살수 없기에 여러 공동체를 만든다.

개인만 공동체를 만드는 게 아니다.

국가도 공동체지만 국가끼리도 공동체를 형성한다.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어떤 기준같은 게 있다. 공동선, 시민의식이다.

이번 이태원 사건에도 공동선, 시민의식이 보였다. 하지만 나쁜 인간들도 존재했다.

시민 다수는 절체절명 순간에 서로를 도왔다.

자발적으로 손을 뻗고, 팔을 걷어붙여 인명 구조에 나섰다. 구조대가 오기 전부터 길에 떠밀려가던 사람들의 손을 잡아 난간 위로 끌어올리고, 가게 안으로 들여 대피시킨 상인들이 많았다.

정신 잃은 사람이 보이면 인공호흡이나 심폐소생술을 하러 나서는 사람도 많았다.

반면, 소수지만 몰지각한 인간들도 눈에 띄었다고 한다.

사고 현장이 내려다보이는 건물 테라스에서 웃으며 사진·영상을 찍는 자들이 목격됐고, 참사 직후 현장을 수습하는 경찰의 귀가·해산 요청에 항의하며 음주·파티를 계속한 취객도 상당수였다고 한다.

심지어, 출동한 구급차 부근에 몰려들어 손에 휴대전화를 든 채 클럽 음악에 맞춰 ‘떼창’을 하고 춤을 춘 이들도 있었다.

이들을 찍은 영상은 다수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난이 쇄도했다.

최악 사례는, 소셜미디어에 참사 현장을 여과 없이 생중계하거나 사상자들의 사진·영상을 무차별적으로 퍼뜨린 이들이다.

시민정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행태다.

독일 사회학자 퇴니스(F. Tonnies)는, 공동체를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와 게젤샤프트(Gesellschaft)로 분류했다.

가족․친족․민족․마을과 같이 혈연(血緣)․지연(地緣)․정신적 결합 등 애정을 기초로 하여 이루어진 초타산(超打算)의 사회 집단을 공동사회 즉, 게마인샤프트라고 하였다.

회사․조합․정당․도시․국가 등과 같이 계약․정관․협정 등에 의하여 인위적․타산적 관계로 결합된 사회 집단을 이익사회 즉, 게젤샤프트라고 하였다.

공동사회는 감정에 깊이 뿌리박고 있으며, 보다 자발적이고, 구성원들은 총체적 인격의 기반 위에서 관계를 맺고 있다. 1차 집단에서처럼 여기에서도 가족은 가장 좋은 예가 된다.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와 게젤샤프트(Gesellschaft)는, 어떻게 보면 형법의 장소적 적용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의 원칙에 대한 입장을 말하는 속지주의(屬地主義)와 속인주의(屬人主義)로 연결될 수도 있다.

종교도 공동체라 ‘속지주의’와 ‘속인주의’ 영향을 받는다.

사는 지역에 따라 자신이 속한 구역, 소공동체에 참여하는 ‘속지주의’와 관심사, 나이, 직업 등 비슷한 사람들끼리 소공동체를 꾸리는 ‘속인주의’의 가치를 두는 조직이 공동체를 이룬다.

구역, 반 소공동체에 참여하는 이들의 수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존의 ‘삶의 자리(가정) 중심의 소공동체 원리를 과감히 벗어나는 게 필요한지, 연령대, 관심사, 역할 등 비교적 친교 공동체를 이루기 쉬운 이들을 묶어 말씀터를 구성하는 게 필요한지가 발전을 위한 두 줄기다.

공동체의 뜻을 가장 잘 구현한 의미로 ‘공동체 의식'이 있다.

공동체 의식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으면 유지되기 힘들다.

특히, 국가라는 공동체를 이끌어 갈 분야는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는 가족과 가문, 학연, 지연, 정당의 구성원 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워낙 강해 상대방에 대한 배려·존중을 찾기 어렵다.

그로 인한 국민 피로도 또한 상당히 높다.

현 국내 정치 상황이 과거 조선시대 ‘당파 싸움'과 같다는 시각도 있다.

동인 서인 남인 북인 시파 벽파 노론 소론…... 등

모두 나라를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운 정치적 공동체였지만, 권력 쟁취에만 집중하면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외침을 허용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역사적 사실이다.

우리는 정치인들과 함께 뭉쳐 과거 국민을 가장 힘들게 했던 당쟁을 재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스스로 물어봐야 할 때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긴급성명을 내고, 사고 당시 현장 사진·영상을 유포하는 일과 온라인상 혐오표현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자 명예훼손과 2차·3차 피해를 방지하고, 국민 다수의 심리적 트라우마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누구든 참사 현장 촬영물을 퍼뜨리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지금은 모두가 차분히 힘을 합쳐 슬픔을 헤쳐나아가야 할 때이다.

다음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긴급성명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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