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세월호 참사사건부터 최근 이태원 참사까지 전염병과 겹쳐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재난의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재난 중의 재난은 전염병의 연속이다. 현대사회에서 재난은 인명을 해치는 차원이 아니다.

산업과 경제에 주는 타격이 막대하기 때문에 무섭다.

재난에 대한 공포심만으로도 경제가 마비되고 문명이 붕괴될 정도다.

경제를 심리라고 할 때 재난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해마다 글로벌 리스크를 발표한다.

총 10개의 리스크 가운데 어느 순간 5개가 재난과 관련된 것이 다수를 차지한다.

세계경제포럼에서 선정한 2021년 글로벌 리스크에는 환경 관련 이슈가 다수 포함됐었다. 가장 높은 위험(리스크) 요인으로 기후변화와 기상이변 등을 꼽았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가시화된 이슈들도 등장했다. 실업자 발생과 취약 계층의 확대 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주체의 부채 증대 등의 리스크가 그것이다.

주요 국가 재정위기, 구조적 실업률, 수자원 위기,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한 대응능력, 극한 기상재난 등이다.

잘 들여다보면 경제, 사회 문제 못지않게 재난 관리가 각국의 중요한 의제임을 보여준다.

정부의 가장 우선 순위는 평상시는 고도의 리스크 관리 행위다.

한국의 리스크 관리는 어떤가.

어느 나라든 재난은 일어난다.

하지만, 한국은 후진국형 재난이 일어나고 재난 수습도 재난 수준이라는 점이다.

한국 재난 특징은 첫째, 대부분이 인재다.

100년에 한두 번 일어나는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순수한 자연재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설계를 잘못했거나, 부실하게 시공했거나, 돈을 빼먹었거나 법률을 늦게 만들었거나, 자금 집행을 안했거나 조작자가 실수를 했거나, 사람들이 하지 말라는 일을 해서 사고가 난다.

둘째, 재난 수습의 지나친 사회적 갈등이 나타난다.

때로는 재난 뒤 분란이 재난 그 자체보다 더 크다. 재난을 발생시킨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은, 재발 방지 차원에서 중요하다.

미국도 테러나 태풍 등과 같은 재난을 겪은 후, 그런 과정을 거쳐 시스템을 정비해 나갔다. 그러나 우리는 시스템을 고치기 위한 건강한 갈등과 토론이 아니라 전쟁을 방불케하는 싸움이다.

희생양을 찾는 ‘마녀사냥’이다. 진상규명을 진상규명할 정도로 엉터리가 매번 반복된다.

셋째, 사고를 빨리 잊는다.

어떻게 보면 건강한 사고방식이다. 트라우마에 잡혀 사회가 침체되는 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도 이전에 있었던 그 숱한 사고를 잊어버렸기에 발생했다.

이태원 참사도 마찬가지다.

책임질 사람 몇몇을 감옥에 넣으면 그걸로 끝이다.

박근혜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만들었지만, 예산과 인력 면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세월호로 들어섰던 문재인 정부는 진상규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끝났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이란 용어가 들어간 법안 발의가 128건이나 되었지만, 처리된 건 없다.

빨리 끓고 빨리 식는 냄비 속성은, 안전 사회로 가기 위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유산이다.

윤석열 정부도 지금 우왕좌왕이다.

다수 야당도 희생양 찾기에 돌입한 듯한 인상이다.

평생 재난을 연구해온 찰스 페로 예일대 교수에 따르면, 현대사회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정상’이다.

고도로 복잡한 과학기술 중심 사회에서는, 아무리 효율적 안전장치를 동원해도 피할 수 없는 사고가 있다는 의미다.

현대사회에서 위험은 일상화돼 있고, 사고는 그것이 표출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현대는 위험이 일상화된 위험사회다.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는 세상에서 국민들은 재난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정치만이 아직 국민을 못 쫓아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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