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근대국가의 흥망성쇠는, 국회 특성에 따라 좌우된다.

국회 제도로 성공한 나라는 영국이고, 국회제도로 나라가 망했던 나라는 폴란드다.

지금 강대국이나 패망한 국가들은 모두 이유가 있다.

1688년 11월 5일 오늘은 영국에서 명예혁명(Glorious Revolution , 名譽革命)이 시작된 날이다.

그리고, 강대국 영국을 만든 국회가 1707년 10월 23일은 영국 의회(Parliament of Great Britain)가 첫 만남을 가진 날이다.

영국은 중세만 해도 양을 키워 양모를 수출하는 유럽의 변방 섬나라였다.

그랬던 나라가 근대 들어 일취월장 발전한 이유는, 무엇보다 효율적이고 공평한 방식으로 국력을 모을 수 있는 국가제도인 국회를 만들어 잘 운영했기 때문이다.

영국 발전 핵심은 의회제도다.

명예혁명(1688년)으로 공동 국왕에 추대된 윌리엄과 메리에게 의회는, 권리선언을 제시하고 비준을 요구했고, 국왕은 자신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데 서명 동의한다.

국가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매년 의회 의결을 준수하고, 군인 봉급을 연봉 방식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적어도 3년에 한 번은 반드시 의회를 열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국왕 독재를 방지하고, 한 번 열린 의회는 3년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규정을 통해 의회의 독재를 방지했다. 이처럼 국민의 자유는 거창한 원칙을 천명하기보다 현실적 장치를 마련해 보장했다.

그 결과 중 중요한 사례를 보면, 17세기 중반까지도 영국 해군은 네덜란드 해군의 적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100년이 지난 후 최초 세계대전이라 일컫는 7년전쟁(1756∼1763)에서 영국이 압승을 거두어 전 세계 식민지 패권을 차지했다.

해가 지지않는 대영제국의 건설이다.

근대 세계에서 전쟁은 결국 돈 문제다.

영국 정부는 17세기에 250만 파운드 정도 세금을 운용하는 데 그친 반면, 18세기에 2000만 파운드 조세 외에도 1억3000만 파운드의 국채를 운용했다.

정부가 이런 거액을 이용할 수 있게 된 배경은, 의회가 자금의 용처와 액수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매년 예산 사용을 감사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반면, 폴란드는 정반대의 사례다.

폴란드는 동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였다.

17∼18세기 국력이 크게 기울더니 급기야,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등 주변 강대국들에 유린당하다 못해 세 차례에 걸쳐 분할돼 아예 지도에서 지워졌다.

그 이유는 폴란드 국회 제도 의회(sejm)가 핵심이다.

1572년 폴란드 국왕 지그문트 2세 아우구스트가 후계자 없이 사망했다.

귀족들은 의회에서 자유선거로 국왕을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귀족이 왕을 추대하다보니, 귀족 위주로 제도를 만들었다.

국왕이 귀족들의 권한을 억압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한 것은 당연했다. 국왕은 자신의 행동과 권한을 제한하는 계약에 서명했다.

국왕의 수족을 묶은 다음 의회의 독재가 나타났다.

귀족 의원들은 의회에서 ‘거부권(liberum veto)’을 행사할 수 있었다. 어느 한 의원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건이 부결되었다.

폴란드 의회는 만장일치제도나 다름없었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안건만 부결되었는데, 갈수록 사태가 악화되어 급기야 한 번 거부권이 행사되면, 그때까지 가결되었던 모든 안건이 전부 자동 부결되는 제도를 만들었다.

결국 의회가 있으나 마나한 제도였다. 권력만 행사했지 책임지는 일은 없었다.

아무 일도 못했다. 주변 강대국들이 폴란드에 불리한 결정을 못하도록 만들려면 폴란드 의원 몇 명만 구워삶으면 간단했다.

1573년부터 1763년까지 약 150번 의회 회기 중 3분의 1 정도는, 단 한 건의 안건도 가결되지 않고 끝났다.

국왕도, 의회도 아무런 일을 못해도 그들 끼리 돈만 축내고 피해는 국민만 보았다.

국정 마비는 당연했다.

의회에서 국왕을 선출하고 각 지역 대표인 의원들의 의견을 철저히 보장해 준다고 하니 마치 ‘민주제도“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귀족들의 이기적 행태를 보장한 ‘봉건적’ 성격 제도에 불과했다.

역사가들은 선출왕제도와 거부권이 폴란드 망국의 중요 원인이라 본다.

말 많고 탈 많은 대한민국 국회도 비슷하다.

권력만 200개 가지고 매일 떠들고 혼란만 가중시킨다.

어떤 사건이 생겨 들여다보면,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입법을 안했거나 국회의원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후대 역사가들이 국회를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지만, 느낌으로는 최악의 제도가 국회다.

명예혁명으로 무능 왕을 처단했듯, 무능 국회도 처단해야 한다.

무보수 명예직화 해야 한다.

한국 국회가 나라를 발전시키는 제도인지, 나라를 망하게 할 제도인지는 위기 때 드러날 것이다.

폴란드처럼 외국에서 국회의원 몇 명 만 구워삶으면, 한국도 풍전등화거나 매국 사태에 놓일 수도 있다.

국회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특권과 돈을 위해 일하는 이상 아무런 발전도 없다.

국가의 재도약을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새로운 헌법을 만든다면 국회 권력 제한,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 국민들에게 국회의원 탄핵권을 쉽게 줘야 한다.

국회독재, 무능이 너무 심하다.

근대국가의 흥망성쇠는, 국회 성격에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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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jwd32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