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전)노동당 정책위원

한반도의 지도를 가만히 바라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반도는 분명 우리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우리말을 사용하는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살아온 땅입니다.

그러나 지도상으로는 상당히 낯선 곳입니다.

우선 한반도 안을 자유롭게 다닐 수가 없고, 한반도 전체에 대하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주권이나 힘을 가진 어떤 나라나 단체나 세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러시아도, 한국도 북한도 한반도를 어떻게 할 힘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 지는 벌써 70년이 되었습니다. 다만 중간의 휴전선 북쪽에는 이북사람들이 살고 남쪽에는 이남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북사람들과 이남사람들이 함께 한반도의 주인이 되겠지요.

어느 국가도, 어느 세력도, 미국도, 러시아도, 중국도, 일본도, 이남 사람들을 한반도에서 몰아낼 힘이 없고 이북 사람들을 한반도에서 몰아낼 힘이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한반도에 있는 두 국가, 그 안에 살고 있는 이북 사람들과 이남 사람들은 그 안에 살면서 밖으로 침략이나 정복을 하러 나갈 수도 없고, 또 밖으로부터 침략을 당하지도 않는 상태로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상에 있는 그런 땅에 태어나서 다 살고 나서 별일 없으면 그런 땅에서 지구를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전쟁과는 상관없는 조용한 상태로 주어진 담 안에서 조용히 살면, 비명에 죽을 염려는 별로 없으니 고마워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어정쩡해 보이기도 하고, 당당하게 주인행세를 한다고 하기도 우습습니다.

그러다 보니, 싸움을 잘 하거나 사람을 잘 죽이는 기술이나 무기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것은 이남이나 이북이나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공연히 넓은 땅에 대한 욕심을 불태우지만 않고 울타리 안에서 답답해 하지만 않는다면 어항 속의 금붕어이기는 하지만 누가 꺼내갈 수 없는 금붕어처럼 그냥 살아갈 수 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처한 환경이 이렇다 보니 별로 갑갑하게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지난 150년 정도의 역사에서 우리 조상들이 어리석어서 나라를 빼앗기고 지금도 분단이 되어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부자유스럽게 살고 있다고요?

우리 조상들은 할 만큼 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고민할 만큼 했고 앞날의 나라와 인민을 위해 그 동안 배운 대로 노력할 만큼 했습니다. 인간의 모습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불법 무도한 서양 문명 앞에 거의 맨몸으로 맞섰습니다. 인간을 얼굴을 하고서 일본 사람들처럼 그렇게 빨리 변신할 수는 없었던 것이죠.

물론, 그동안 수많은 조상들이 죄 지은 일도 없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금과 같은 한반도가 지구상의 무중력지대와 같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조상들을 원망해서 될 일인지 따져보아야 합니다. 힘도 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는 한반도가 지금과 같은 상태로 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조상들을 둔 우리들이 어디 가서 누구와 잘 싸운다는 것은 기대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공연히 남한 정부와 북한 정부가 핏대를 올리고 무기를 개발하고 거기다가 무기 장사까지 하려고 나서고 있지만 전쟁이나 싸움에 관해서 아무도 우리를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한반도 지도를 호랑이 모습으로 비유하려고 아무리 애써 봐야 토끼 같은 모습이 어디로 가지 않습니다.

이남과 이북이 길이 막혀서 오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일이고 답답한 일입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미 이남 사람들과 이북 사람들은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가 일본 정부, 미국 정부 당국자와 손잡고 북한을 위협하는 훈련을 아무리 추진해도 공연히 힘만 드는 일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가 한반도 전체를 생각할 능력도 없고 그럴 힘도 없고 아무런 수단, 근거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식하고 허세를 부리는 자가 지도자로 뽑히는 일이 일어나도 큰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시(戰時)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전시작전통제권은 소용이 없습니다. 그걸 가져도 안 가져도 아무 의미가 없는 곳이 한반도입니다.

싸움 연습을 한다든지 쓸데없는 만용을 부리지 말고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세계평화를 위해서, 미래의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노력하면 됩니다.

세상 사람들이 평화롭게 어울려 살 수 있도록 그런 정신을 담은 문화를 발전시키고 평화에 기여하는 과학과 예술을 융성하게 발달시키면 됩니다.

모두가 골고루 잘 살고 깨끗한 환경을 잘 보전하는 방법을 찾아서 실천하면 됩니다. 말하자면 이타적으로 평화롭지 못하게 사는 사람들을 걱정하면서 사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물질문명이나 싸움질 같은 형이하학적인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마음이 태평한 사람들이 되려고 애썼습니다. 그런 조상들을 원망해야 할까요? 우리에게 주어진 보물을 알아보지 못하고 한숨지을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노래를 부르고 애걸복걸해도 통일이 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세상이 평화로운 곳이 되면,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가 모두 사이가 좋고 평화로운 관계가 되면 우리 한반도는 평화롭게 통일이 됩니다.

그러기 전에는 한반도는 어떤 힘도 미치지 못하는 지금과 같은 무중력 상태로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말고 세상이 어떻게 하면 평화로워질 수 있는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하고 경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공부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미국 의회는, 지난 1월 말에 엉뚱하게도 모든 형태의 사회주의를 규탄한다는 결의를 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잘못된 길로 나가기로 작정한 것이고,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려는 노력에 재를 뿌리는 행동을 그 나라 국회의원들이 한 것입니다. 어둠의 세력이 발버둥을 치는 그만큼 평화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이제 입춘이고 또 삼일혁명 기념일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미독립선언서의 구절을 다시 읽어보고 움츠러든 마음을 펴야겠습니다.

“아아, 신천지가 안전(眼前)에 전개되도다. 위력의 시대가 거(去)하고 도의의 시대가 래(來)하도다. 과거 전세기에 연마장양(鍊磨長養)된 인도적 정신이 바야흐로 신문명의 서광을 인류의 역사에 투사하기 시(始)하도다. 신춘이 세계에 래(來)하야 만물의 회소(回蘇)를 최촉(催促)하는도다. 동빙한설(凍氷寒雪)에 호흡을 폐칩(閉蟄)한 것이 피일시(彼一時)의 세(勢)이라 하면 화풍난양(和風暖陽)에 기맥(氣脈)을 진서(振舒함은 차일시(此一時)의 세(勢)이니, 천지의 부운에 제(際)하고 세계의 변조를 승(乘)한 오인(吾人)은 아무 주저할 것 없으며 아무 기탄(忌憚)할 것 없도다. 아(我)의 고유한 자유권을 호전(護全)하야 생왕(生旺)의 낙(樂)을 포향(飽享)할 것이며, 아(我)의 자족한 독창력을 발휘하야 춘만한 대계(大界)에 민족적 정화(精華)를 결뉴(結紐)할 지로다.”

<언론협동조합 개미뉴스와 함께하는 방법 4가지>

1. 기사 공유하기 ; 기사에 공감하시면 공유해 주세요!~

2. 개미뉴스 페이스북 '좋아요'를 눌러 주세요!~

https://www.facebook.com/gaeminews/?pnref=lhc

3. 개미뉴스에 후원금 보내기 ; (농협 351-0793-0344-83 언론협동조합 개미뉴스)

4. 개미뉴스 조합원으로 가입하기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jIWEPBC4xKuTU2CbVTb3J_wOSdRQcVT40iawE4kzx84nmL

■ <개미뉴스>의 모든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개미뉴스>의 모든 기사는 「개미뉴스 편집가이드」를 따릅니다.
   ☞ 「개미뉴스 편집가이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