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전)노동당 정책위원

최근에 ChatGPT라는 대화형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고, 대통령을 포함하여 정치인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신기술에 대한 접근도에서 남들보다 앞선다는 것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많이 해야 하는 연설문 정도는 쉽게 작성해 준다고 하니 주로 글을 읽고 쓰는 일을 하는 인문계 출신자들이 경악할 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연립, 고차 방정식, 미적분 등 웬만한 수학문제를 풀어주는 프로그램은 이미 오래 전에 나와 있었습니다.

이런 기술발달 속도와 방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일자리에서 떠나서 새로운 일자리나 할 일을 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컴퓨터가 문서를 대신 작성해 준다면 글을 쓰느라고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작업공간도 종이도 필기도구도 별로 필요가 없어집니다. 컴퓨터가 쓴 글을 읽을 수 있는 조용한 장소와 시간만 있으면 됩니다.

지금 사람들의 정서 같으면 컴퓨터가 쓴 글이라고 알려진 것은 쓰레기통에 쳐 박아 넣을 것 같고, 인공지능은 이런 사람들의 거부감과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쳐 놓는 갖가지 진입장벽을 뚫지 못하고 말이나 글에 대한 인간의 독점권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겠지만, 특수한 경우에서는 이용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기술발전이 해 온 일들을 생각해 보면, 그것은 먼저 서유럽에서 농촌으로부터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의 장시간 노동과 동력장치를 활용한 대량생산으로 많은 제품들을 세계의 점점 더 많은 지역의 사람들에게 퍼뜨리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주어진 규율 하에서 일하는 임금노동자로 만드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그렇게 해서 마련된 농림수산업, 광업의 1차 산업의 산물이 원재료로서 2차 산업 지역으로 공급됩니다. 점점 더 여러 단계로 나누어지는 분업을 통해 생산시설은 거대화되고 최종제품 생산단계로 갈수록 일하는 노동자들은 줄어듭니다.

전체적으로 더 많은 물자가 생산에 투입되고 1차 산업에서 생산재 산업, 소비재 산업으로 가면서 사람의 노동력 투입은 줄어들고, 더욱 많은 재화가 생산이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원재료에 해당하는 물자가 산업폐기물로 낭비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거의 필연적입니다. 그렇게 대량으로 생산된 제품은 새로운 것이 아니면 점점 가격이 하락하게 되어 비용을 충당하는 수준으로 내려갑니다. 기술발전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주로 생산 측면의 능률을 높여주는 쪽에 활용되는 것이 기술발전입니다. 새로운 재화와 용역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람입니다. 전기에너지를 주입하여 인공지능에게 소설을 써 내고 시를 쓰고 하는 작업을 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아무리 훌륭한 짜임새 있는 글이라도 받아들이는 독자인 인간의 감정상 가치가 없는 글로 받아들여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최종 산물을 구상하기 위한 소재나 재료들을 모으는 일에서는 인공지능이 훌륭한 역할을 하고 최종 작품을 만드는 것은 인간이 담당하는 역할분담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인간을 길러내는 일은 자본주의 사회의 산업이 돈을 투자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인간다운 인간을 길러내는 사회와 수려한 자연환경 같은 것이 있어야 하며 이는 공적인 영역에 속하는 일입니다.

이 부분에 대하여 사회가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인공지능에게 많은 일을 맡긴 산업 사회는 물건들의 홍수 속에서 경쟁을 위한 맹목적인 산업투자의 계속으로 파국을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생태환경이 악화되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사회를 대표한다고 하는 나라에서는 절대로 덮어놓고 기술발전만 장려해서는 안 되고, 기술발전과 함께 창의적인 인재들을 키워내는 일, 이를 위해 문화와 예술을 장려하고, 그 바탕이 되는 생태경관의 보전에도 노력하여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안 됩니다.

뿐만 아니라, 발전된 기술이 사람을 죽이는 무기에 응용된다든지, 여러 가지 범죄에 응용된다든지 하는 것에 대해 잘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정치지도자들마저 눈부시게 앞서가는 기술에 대한 찬양일색입니다. 정치지도자들의 입지가 불안하다보니 마음이 급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을 끌어안다보니 그렇게 되었을 수 있습니다.

산업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대로라면 한 가지 방면, 뭔가를 만들어내는 방면이 비대하게 발달하는 것이고, 일하는 다수 노동자들을 관심 밖에 두면서 소외시키는 것이어서 사회 전체를 불행하게 만들 위험성이 큽니다.

인간 문명의 역사에서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군인들이 권력을 가지고 사회를 이끌어간 시간이 길었습니다. 이들은 국가의 권위를 높이고 조세를 잘 걷고 행정 능률을 높였지만 문화를 퇴보시켰고, 결국 군사 문화와 부패를 가져왔습니다.

지금의 사회에서는 자본가들과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의 영향력이 가장 큽니다. 이들 앞에 어떤 제도적 사회적 통제나 장애물도 거침없이 제거하는 것이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개혁을 부르짖는 정치인들의 역할이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에서 자본주의 체제는 균형을 상실하고 물적 성장의 방향으로 돌진하다가 몰락하게 될 것을 예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체제의 속성이 그러하다면 그 체제가 종결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후에 등장하는 어떤 사회이든 과학기술의 발달과 응용 방향에 대한 사회적인 통제는 그 체제의 지속 가능성과 전체 사회구성원들의 행복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핵분열에 관한 과학기술의 역사에서 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이 기술에서 생겨난 핵무기와 핵발전소는 국가와 산업이 결탁하여 사회 전체를 장악한 비민주적인 체제를 가져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지금과 같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기술발전의 추세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기술발전은 이제 순수한 민간 영역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며, 국가정책에 의해 국가의 지원을 받는 대학과 연구기관들의 역할분담으로 전략적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안보라는 대의명분이 어떠한 사회적인 간섭도 배제하는 데 사용되기에, 문제가 심각합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대학입시에서 인문계 학생들이 이공계 공부를 한 학생들에 비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문제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인문(人文)이란 지식분야에서도 이치를 파고드는 분석적인 분야가 아니고, 전체를 바라보는 종합과 직관을 발휘해야 하는 분야이고, 이런 일에 흥미를 느끼는 인재들이 인간사회가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데 절대로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전근대에는 이런 사람들이 오랫동안 사회를 이끌어 왔으나, 지금은 점점 더 설 자리가 없어져 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그리고 고등교육 분야에서의 균형 있는 통제는 노동자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사회 시스템의 건강한 안정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어디서도 들을 수가 없어서 이 글을 썼습니다.

이는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시스템 또는 국가 중심의 사회주의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보이고,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사회주의 사회에서 가능할 것이므로, 대안이 되는 미래 사회 모델의 방향을 정하는 데서도 중요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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