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위기 극복위한 장시간 노동 강요와 노동자 착취

▲ 허영구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AWC한국위원회 대표

노년알바노조(준) 위원장

3월 6일(월) 오전 8시, 윤석열 정권은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이어 오전 9시 이정식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장관은 별도 브리핑을 통해 그 내용을 발표했다.

노동부장관은 ‘근로자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 보장’을 위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근로시간 제도는 “근로시간이 곧 성과가 되는 공장제 생산방식을 상정하여 주 단위 상한 규제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고, 2018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주 52시간제를 도입하였으나, 획일적·경직적인 주 단위 상한 규제 방식은 바뀌지 않았고, 그 결과, 현재의 근로시간 제도는 근로자와 기업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제약하고 날로 다양화·고도화되는 노사의 수요를 담아내지 못하게 되어, 선택권과 건강권이 조화되는 글로벌스탠다드 와도 맞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산업 현장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3년 만에 급격히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결과, 많은 기업들이 위법과 적법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서 소위 포괄임금이라는 임금약정 방식을 오남용하여, 장시간 근로와 공짜야근을 야기하고 있고, 주 상한 규제에 집중된 제도 운영으로 근로자의 보편적인 건강권과 휴식권에 대한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고 한다.

작년 12월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5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은 ‘근로시간 개혁과제’를 권고하였고, 고용노동부는 연구회 논의부터 권고문 발표 이후까지 간담회, 토론회, 현장방문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과 권고문의 취지를 존중하여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마련하였는데, 제도 개편의 지향점은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의 보편적 보장이며, 70년간 유지되어온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근로시간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고 한다.

이번 개편은 “근로자의 삶의 질 제고와 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법·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크게 네 가지 원칙 하에서 추진되는데 “첫째,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둘째, 근로자 건강권 보호 강화, 셋째, 휴가 활성화를 통한 휴식권 보장, 넷째, 유연한 근무방식 확산”이라고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 노동부의 화려한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위기 극복을 위한 장시간 노동강요와 노동자 착취 의도는 결코 감춰질 수 없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상품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그 속에 인간노동이 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품가치는 일정한 크기의 집적된 노동시간으로 표현된다. 저임금 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자의반타의반으로 노동시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다.

이에 4가지 개편원칙에 대해 비판하고자 한다.

첫째, 노동시간 선택권 확대 문제다.

“현행 1주 외에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연장근로를 운영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선택지를 부여하겠다”고 하지만 대부분 그 선택이 자율적이고 자발적일 수 없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노사 간 힘의 관계에서 약자의 처지에 있기 때문에 가족의 생계나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장시간 노동에 대한 강요를 거부하기 어렵다.

특히,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노조가 없는 상태에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특히 저임금 상태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노동자 스스로 장시간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린다. “근로자들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근로자대표를 제도화”하겠다고 하지만 이 또한 비현실적이다.

둘째, 노동자 건강권을 강화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주당 노동시간은 40시간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1989년에 주당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200년대 초 민주노총의 주5일제 투쟁으로 2004년부터 주 40시간으로 단축되었다. 그러나 실 노동시간단축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는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또는 ‘1주 64시간’ 상한 준수,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산재인정 기준) 준수, 관리단위에 비례한 연장근로 총량 감축 의무화”를 노동자 건강권 강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1주 또는 한 달간 하루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감추기 위해 ‘11시간 연속휴식’, ‘연장근로 총량 감축’으로 포장하고 있다.

1세기가 넘도록 노동자들은 최소한 하루 24시간 중 8시간 일하고, 8시간 휴식하고, 8시간 잠자기를 원했다.

11시간 연속휴식에는 잠자는 시간 8시간을 빼면 3시간인데 이 또한 출퇴근 등에 시달리는 것을 감안하면, 진정한 의미의 휴식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루 14~16시간 장시간 노동에서 12시간으로 단축된 것도 1833~64년에 걸친 노동자들의 투쟁과 영국의 공장입법 하에서 가능했다. 이후 1세기가 넘도록 하루 8시간 노동시간 쟁취를 위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바치고 피를 뿌려야 했다.

노동자의 건강은 주, 월, 연 단위 총량보다는 일정기간 연속되는 장시간 노동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거기다 주야간 교대나 야간노동의 경우 노동자 건강에 타격을 입는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노동자 건강 훼손, 산재 증가 등을 도외시한 채 “포괄임금 오남용 발본색원(拔本塞源)”을 내세운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셋째, 휴가 활성화를 통한 휴식권 보장 문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보다 약 39일을 더 일하고 있어, 실근로시간 단축과 온전한 휴식권 보장을 위해 일하는 날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현행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로 확대·개편”하겠다고 한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쉬는 것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자본의 장시간 노동강요와 저임금 구조에서 생계를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IT 분야 등에서 하루 24시간 연속적으로 일하고 쉴 때는 장기간 휴가를 얻는 방식을 얘기한 바 있다. 이번에 노동부가 “기존의 연차휴가와 결합하면 안식월·한 달 살기 등 장기휴가도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은, 대통령의 생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장시간 연속노동을 한 노동자는 일반적인 휴가가 아니라, 병가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 설령 ‘노동시간 저축계좌’를 이용해 장기간 휴가를 즐길 수 있다고 치더라도 낮은 임금 구조 속에서는 다시 추가노동을 하거나 다른 일(투잡 등)을 해야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낮은 소득 상태에서는 안식월이나 한 달 살기 등이 가능하지 않다.

넷째, 유연한 근무방식 확산이다.

이번 노동시간 제도개편의 마지막 조항이 윤석열정권이 자본의 요구를 수용해 만든 결론이고 핵심이다. “선택근로제는 근로자의 시간 주권 강화”라며 노동자들이 마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자본이 노동을 자유롭게 사용(활용)할 수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 중, 노동시간 유연화가 핵심이다.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전 업종 1개월, 연구개발 3개월에서 각각 3개월, 6개월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자본으로서는 얼마나 환상적인 제도인가?

일이 있을 땐 노동자를 실컷 부려먹다가 일 없을 땐 쉬게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노동자의 생계수단인 임금이라는 비용을 줄이면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다.

윤석열 정권 노동부의 이번 노동시간 개편방안은, ‘시간주권’으로 포장된 채 노동자 ‘건강권’과 ‘생존권’을 박탈하거나 약화시킬 것이다.

그 외 구구절절한 모든 언사는 노동자 기만이다. 이제 장시간 노동강요에 맞서 투쟁에 나설 때다.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노동시간 단축 투쟁에 나서야 한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투쟁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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