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전)노동당 정책위원

맑스의 자본론 3권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식물성 및 동물성 원료는, 그 성장과 생산이 자연에 의해 규정되는 기간을 포함하여 일정한 유기적 법칙에 종속되어 있으므로, 사물의 성질로 보아 예컨대 기계와 기타의 고정자본, 석탄, 광석 등[이것들은 자연조건이 불변이라면 공업국에서는 매우 짧은 기간에 현저하게 증산될 수 있다]과 같은 정도로 급격하게 증가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불변자본 중 기계 등의 고정자본으로 구성되는 부분의 생산과 증가가 유기적 원료로 구성되는 부분보다도 훨씬 빨리 진전하며 이에 따라 유기적 원료에 대한 수요가 그 공급보다 더욱 급속히 증가하여 그 가격이 등귀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그리고 발달한 자본주의적 생산에서는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마르크스, 자본론 III상, 비봉출판사)

불변자본은 생산에 투입하는 요소 중에서 물적 요소를 충당하는데 들어가는 자본출자 부분으로 이는 생산시설, 기계장치와 같은 고정자본과 연료, 원재료와 같은 유동자본으로 나누어집니다.

자본주의적 생산 시스템에서는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을 계속해서 줄여 나가고 이를 기계장치 등으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고정자본에 대한 투자가 계속해서 늘어납니다. 이 고정자본을 만드는데는 주로 금속과 같은 무기질의 재료와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가 들어가게 됩니다.

이러한 생산수단을 가지고서 실제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게 되는데, 그 재료는 생활에 필요한 의식주 그밖의 물품들의 재료로 유기성 원료들이 많이 사용이 됩니다.

이런 제품 원료는 고정자본이 아니라 유동자본으로 분류됩니다.

역사적으로 생산에 투입되는 인적 요소에 비하여 물적 요소가 크게 증가해 가는 것은 상식에 속합니다.

위의 표를 보면 왼쪽 그림의 점선 그리고 오른쪽 그림의 위쪽 동그라미로 연결된 추세선이 인구 1인당 국내 물질 소비량(DMC)를 나타내는데 이는 꾸준히 상승해 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른쪽 그림의 아래쪽의 추세선은 인구 1인당 총1차에너지 공급량을 나타냅니다. 물질과 에너지 소비량은 20세기가 지나는 동안 인당 4~5배 정도가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물질량 단위의 물질 사용량 증가가 실제로 불변자본의 증가로 나타나는지는 불변자본의 물가수준을 알아보아야 답을 할 수 있습니다.

This data-file aggregates long-term historical prices of commodities going back to 1800, and running up until 1970, predominantly in the US, using academic records and census data.

Covered commodities include bricks, coal, copper, cotton, nails, rock oil, steel rails, sugar, turpentine, whale oil, wheat and wood.

A database of historical commodity prices and disruptions - Thunder Said Energy

위의 그래프는 1800년부터 측정한 원료상품의 가격을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그 추세는 20세기 초까지 완만하게 감소하다가 그 이후로 크게 증가해 가며 특히 1930년대 이후로 급격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와 대조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입니다.

<라틴아메리카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

이 그림은 라틴 아메리카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보여주는데 20세기가 지나는 동안 세 배 정도 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위의 두 표를 비교해 보면, 원료가격의 상승이 노동력 가격인 임금의 상승보다 좀더 급격한 추세를 보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처럼 노동력에 비하여 물적 요소들의 물가가 급격히 상승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중심 논리인 이윤 극대화에 저해요인이 됩니다. 이는 자본의 유기적 구성(불변자본/가변자본의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과 함께 잉여가치의 과소 생산에 의한 경제위기와 붕괴 가능성을 예견하게 합니다.

나탈리 모슈코프스카는 로자 룩셈부르크처럼 과소소비론 쪽으로 기울었던 폴란드 출신 경제학자로서 이런 위기이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반박합니다.

“이윤율은 기술진보시에 오직 자본구성만 올라가고, 노동생산성은 그렇지 않을 경우에만 하락한다. 그러나 상승하는 노동생산성이 물적 그리고 인적 생산수단의 가치를 낮춘다면, 이로써 사후적으로 자본구성(c/v+m)이 낮아지고, 잉여가치율(m/v)은 올라간다.

기술적 혁신, 노동자들의 값비싼 생산수단을 장비하는 것의 도입 직후에 과연 자본구성은 상승한다. 그러나 상승하는 노동생산성 덕택으로 생산수단이 저렴화됨에 따라 이는 다시 하락한다.

노동자들을 위한 소비수단의 저렴화에 따라 임금도 하락하므로, 즉 잉여가치율이 상승하므로 이윤율은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현대 위기이론 비판, 1935)

그런 생각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물적 생산수단의 가치가 노동생산성 향상에 따라서 낮아진다는 것인데, 노동생산성이 향상될 수는 있지만 지금의 지구촌 상황을 보자면 기후의 조건의 급격한 변화, 기후재앙의 가능성과 함께 유기물질로 된 재료들의 가격은 계속 상승해 갈 것입니다.

지하자원에 해당하는 무기 재료의 가격도 제3세계 1차 자원생산국들에서 그 채취에 의한 환경파괴에 대한 반발이 점점 커짐에 따라 상승해 간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에 따라 불변자본의 비율이 노동절약적 기술혁신에 의해 계속 높아짐과 동시에 불변자본의 가격이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 목표인 이윤 창출에는 위기가 닥치게 됩니다.

윤석열 정부의 뒤에는 한국의 산업 자본주의체제가 있고, 이 산업 자본주의 체제는 국제분업상 산업용 중간재 생산에 특화되어 있어서 저렴한 1차 원료와 화석 연료의 조달에 명운을 걸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렴한 산업용 원료의 조달을 위해 한미동맹의 강화에 모든 것을 걸고, 러시아, 중국과 긴장관계에 들어가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는 윤석열 정부나 윤석열 개인의 판단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 진화, 발달해 온 한국 자본주의 시스템의 수뇌부의 판단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주요 원재료 생산국들과 사우디아라비아, 아프리카 같은 화석연료, 그 밖의 자원부국들이 지금까지의 미국 중심의 자원 개발 경제 시스템에 점차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협력관계를 점차 확대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는 국제정치의 패권경쟁의 판도가 복잡해진 것이기도 하지만, 더 근원적으로는 서방 중심 문명에 의해 수탈당하고 고갈된 땅들의 반란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땅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자원을 채굴하도록 통제를 가하겠다는 토착민들의 입장이 강화되는 것이 미래의 추세이고 이것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자본주의 시스템을 뒷받침하고 있는 이코노미스트 집단이 미국 중심의 자원조달 질서에 모든 것을 걸 정도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 편향되어 있다는 것은 이들이 주로 미국 학계에 의존하여 습득해서 가지고 있는 경제학이라는 분석도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시사해 줍니다.

그 대안은 산업구조를 전환하는 것입니다. 저렴한 화석연료와 지하자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중간재 생산업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탈피하는 것, 군사 분야 협력을 통한 해외 자원조달을 하지 않는 것, 한미동맹을 중단하고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의 유라시아의 순환적 농경 문화를 계승한 나라들과 친선, 협력을 강화하는 것, GDP 성장에 매달리는 경제성장 기조를 중단하고 행복과 실질적인 삶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경제 정책을 펴는 것, 각지의 풍토와 문화에 맞는 순환경제 발전의 길로 나가는 것 등등입니다.

미국이 꼭두각시를 내세워 한반도에서 민폐를 끼치는 정치에서 손을 떼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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