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6월 민주항쟁 36주년을 맞이하며

▲ 허영구

(전)민주노총 부위원장

AWC한국위원회 대표

노년알바노조(준) 위원장

오늘은, 6.10 민주항쟁이 일어난 지 36주년 되는 날이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를 말하기는 너무나 멀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피 흘려 싸웠던 열사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럽다.

집회 때마다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는 노래만 불렀지 여전히 한 곳에 머물러 있거나 너무 느린 발걸음이다. 일부는 되돌아 반대의 길로 갔다.

36년 전 일어난 6월 항쟁은, 지금 시점에서 여전히 미완성이다. 미완성이라면 차라리 나을 지도 모른다. 6월 항쟁을 팔아 달콤한 권력을 누린 사람들이나 자신의 배신에 면죄부를 주는 데 이용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당시의 지배자들이었던 군사독재에 저항하며 투쟁했던 사람들이 자본독재에 복종하거나, 그 앞잡이가 된 것에 대해서는 시치미를 떼며 모른 체하고 있다.

1987년 6웛 항쟁에 이어 7,8,9 노동자 대투쟁이 전개됐다. 연인원 200여만 명이 참여하는 3,341건의 파업이 일어났다. 1946~47 전평 총파업, 1996~97년 민주노총 정리해고 반대 노동법 개정 투쟁(노개투)에 버금가는 ‘총파업’이 불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국 중앙조직의 지도하에 일어난 투쟁이 아니었기에 6월 항쟁과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에 가려진 측면이 있다.

7,8,9 노동자 대투쟁의 결과 1986년 2,658개 노조에 103만 6천명(조직률 15.5%)이었으나 1988년에는 6,142개 노조에 70만 7천명(조직률 22%)으로 늘어났다.

노조 수는 131%, 조합원 수는 64.7%가 증가했다. 그리하여 전체 노동자 중 15.5%에서 22%가 노조에 합류했다. 지금 조직률은 36년 대투쟁 당시보다 낮다.

6월 항쟁의 영향으로 7,8,9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났고 그 결과 오늘의 민주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노총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 ‘1987년’의 마지막 장면이 6월 항쟁인 것처럼 그 이후 노동자 투쟁이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으로 기억되거나 평가되지 못했다. 그저 생존권 투쟁이거나 노동3권 투쟁으로 국한되었다.

1987년 민주노조가 만들어 질 당시 많은 노조에서는 생존권과 함께 권위주의 철폐, 사회(직장)민주화를 슬로건을 내걸었다. 대통령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절차인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노동자 민중의 삶을 자본의 억압과 착취로부터 해방시키는 진정한 노동자 민중의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야 했다.

그러나, 노조 민주화로서 직선제 쟁취나 고용, 임금, 노동조건, 복지에 치중했다. 그리하여 전투적인 민주노조운동도 경제적 조합주의에 갇히고 말았다. 그렇게 체제 내화되어 왔다.

6월 항쟁이나 광화문 촛불항쟁 덕분으로 정권을 잡기도 했던 지금의 야당은 마치 윤석열 정권 1년이 6월 항쟁 이전으로 되돌아 간 것처럼 떠들고 있다.

자신들이 세 차례나 정권을 잡았던 시기에 그들 스스로 신진사대부가 되었고, 재벌대기업은 노동착취를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산재사망률, 자살률 등 세계 최악의 악성 지표들을 지닌 채 사회적 빈부격차는 확대되었다.

그 시기 노동자를 2천명 넘게 구속시킨 검찰은 어느 정권의 시녀였는가?

물론, 윤석열 정권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는 시도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보수정치세력 내의 정권교체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땅 모든 항쟁과 혁명이 그러하듯이 1987년 6월 민주항쟁 역시 특정 정치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다. 동시에 민주주의 말하려면 6월 항쟁의 정신을 이어받아 투쟁해야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투쟁했던 열사들 앞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자본주의 고도화가 진전되면서 공황 주기가 빨라지자 자본은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 구조조정, 신기술 도입 등으로 위기를 관리해 왔다. 노동자 민중들은 자본주의체제를 넘어서는 해방을 꿈꾸기도 했지만, 오히려 자본이 기후위기에 대응한 새로운 노동착취를 위해 산업체제를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자본의 의도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한때 부르주아 의회주의에 기대어 사회변화를 모색하기도 했지만, 현장은 물론 노동자 대중과 멀어진 정치로는 결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노동현장의 권력을 자본가에게 다 빼앗기고서, 민중의 삶터를 부르주아 자본가 정치세력에게 의탁하고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다.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담보할 수 없다.

여전히 민주주의의 길은 멀다.

길을 잘못 들었으면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잘못 든 길을 계속 가는 것은 파멸의 지름길이다.

그렇다고 그대로 머물러 있어서도 안 된다. 올바른 길을 찾아 다시 전진해야 한다.

자신이 속한 구성원들의 열정과 창의를 모아내야 한다. 체제전환을 위해 현장과 대중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투쟁해야 한다. 그것이 미완의 6월 항쟁 36주년을 맞이하는 다짐의 의미다.

* 이글은, 6월 10일 작성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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