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전)노동당 정책위원

모든 행동은 때와 장소가 맞고 기회를 잘 포착할 때 효과를 발휘할 수가 있습니다.

정부나 공공기관과 같이 공적인 사업을 하는 기관도, 어떤 사업을 기획하여 추진할 때는 정확한 상황 파악에 따라 해결하고자 하는 주된 문제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효과를 내고 환영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을 계획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이렇게 여러 가지 효과를 얻게 될 수 있다면 시의적절한 정책이 될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 못하고,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과도한 비용이 들어가고, 많은 당사자들과 가치들을 희생시키면서 겨우 그 목표 하나를 달성하는 사업은 틀림없이 어리석은 사업으로 평가 받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을 경우에는, 수많은 대안들과 가능성들을 놓고서 어떤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토론하고 이에 따라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힘자랑을 하듯이 강력한 힘과 경제력을 동원해서라도 초점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그 외의 것들에는 주목하지 않는 방식은 흔히 서양의학이 특정한 증상을 단기적으로 없애서 치료하는 능력은 탁월하지만, 보통 부작용을 일으키게 되는 문제점을 가지는 것과 비견됩니다.

애초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면, 그런 대증요법에 초점을 맞춘 처방이 당연히 우선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해결되어도 되는 문제라면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살펴서 그런 문제 자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건강한 전체의 체질을 만들어가는 것이 합리적인 접근방식이 될 것입니다.

강원도 홍천 화촌면 풍천리에 야간 시간에 남아도는 전기를 이용하여 물을 끌어올린 후, 전기가 모자랄 때 그 물로 수력발전을 하는 양수발전소를 세우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가 주야간별 전력수요의 변동에 따라 출력을 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특성을 지녀 전력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야간에도 주간과 같은 수준의 발전이 이루어지지만, 전력수요는 주간보다 적기 때문에 생산된 전기는 소비되지 않고 그냥 없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양수발전소는 야간에 남아도는 전기를 이용해서 전기펌프로 낮은 곳의 물을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 수력발전을 위한 물의 위치에너지를 축적해 두고, 이를 필요한 때에 활용하여 발전에 이용한다는 개념입니다.

당연히 들어가는 전기보다 생산되는 전기가 적습니다. 들어가는 전기에 비해 생산되는 전기는 70% 수준이라고 합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생산이 되고도 다 소비되지 않는 전기를 양수발전소에 판매할 수 있으므로 원자력발전소 자체의 경제성은 향상되고, 그 대신에 양수발전소가 그 좋아진 경제성의 크기 중 일부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됩니다.

양수발전소 설비용량 600MW급을 건설하는 데 들어가는 건설비용이 1조2천억 원이라고 합니다.

보통 설비 이용률은 이미 건설된 다른 양수발전소들의 경우 20% 정도입니다. 1051200MWh의 전기를 생산하는 것인데, 이만큼을 생산하려면 1501700MWh의 전기가 들어가게 되어 450500MWh의 전력만큼 적자를 보게 됩니다.

그러나, 1501700MWh는 판매가 안 되었을 생산된 전기를 의미하므로, (1501700-450500=1051200)MWh만큼은 한수원의 입장에서 이익이 발생한 것입니다.

1MWh를 10만원으로 계산하면, 1천51억2천만 원의 전기 판매 대금이 수익으로 발생합니다. 1조2천억 원을 들여서 매년 1천51억2천만 원을 벌어들인다면, 수지타산이 어떻게 될까요?

보통 수력발전소의 수명은 40년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40년의 가동기간 동안 1조 2천억 원의 건설비는 거칠게 말해서 매년300억 원씩 부담이 되는데, 생산되는 전기는 1,051억 원 수준이라면 이것은 이익으로 보입니다.

만약에 한수원이 남아도는 원전의 전기를 무료로 양수발전소에 공급해 준다면, 1조2천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서 양수발전소를 건설할 만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수원의 원자력 부문에 1500억 원을 가져다 주고 양수발전소 자체로는 450억 원 수준의 적자를 보게 됩니다.

1조2천억 원의 공사비는 사실상 원자력 발전소 사업부문에 돈을 벌어주는 것이지, 양수발전소 자체는 적자를 집니다.

원자력 발전회사에 돈을 벌어주는 시설을 홍천의 자연환경을 파괴해 가면서 건설한다는 것은, 한수원이라는 공기업의 회계상으로는 이익이 되지만, 홍천에는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기반이 되지 못하고 기존의 경제기반인 자연을 파괴하는 결과가 됩니다.

게다가, 인근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 기능도 없고, 기존의 임업과 농업 지대를 소멸시키고, 인근의 영향받는 지역의 임업과 농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런데, 지역 관계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건설비용은 1조2천억 원이 아니라 1조 5천억 원이 될 수 있다고 하며, 양수발전소의 발전시간을 기준으로 한 가동율은 10% 미만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용수명은 30년을 기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 한수원 전체로서도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됩니다.

건설비를 사용수명 기간에 분산시키면 연간 500억 원이 됩니다. 그리고 생산되는 전기는 526억원 미만이 됩니다.

여기에 경상적으로 들어갈 운영비용 등을 감안하면, 적자 운영이 될 것을 예상하고서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됩니다.

이것은 어떤 주체에게도 한수원에도 채산성이 없는 사업이고, 이런 상태에서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담당자들의 도덕적 해이나 부패, 배임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긴급한 피크 전력 수요를 충당하려는 목적이라는 것도, 설득력은 떨어집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장기간 10년 이상의 준비 및 건설 기간이 걸리는 발전 시설을 추진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입니다.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준비해도 되는 예비전력 장치라면, 10년의 기간 동안 발전원으로 화력, 원자력, 신재생 등을 망라하여 송배전 부문에서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하거나, 도시 지역의 에너지 효율 향상이나 에너지 절약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방식이 됩니다.

이렇게 경제성이 없는 양수발전소를 한수원이 짓겠다는 것은 완전히 경제 외적인 이유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첫째는, 원자력 발전소 자체의 경제성을 최대한 높게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이미 원자력손해배상법에 의해 위험에 대한 보험비용에서 큰 특혜를 안고 운영됩니다. 보험비용에서 특혜가 없으면 원자력 발전소는 운영될 수 없다는 것이 보험 전문가들의 평가에 의해 밝혀진 바 있습니다.

이런 특혜 속에서 운영되는데도, 아직 경제성의 우위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신재생에너지에 주어지는 가점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5년 이전에는 시설용량 10㎿이하를 소수력으로 규정하였으나, 신규 법(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 에서는 소수력을 포함한 수력 전체를 신재생에너지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양수발전소를 통해서 원자력 발전의 일부가 신재생에너지 생산으로 분식(粉飾)되는 결과가 됩니다.

셋째는, 토목사업을 통해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시멘트, 콘크리트, 중장비, 모터, 터빈 등 기계장치 생산 부문의 수요를 일정기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여, 한수원은 정책자금을 받을 수가 있는데 그 기대효과는 부풀려지고 국책사업과 유사한 성격을 지녀서 나가는 것이 정책자금으로서 은행권을 개입시키기는 하지만, 이는 사실상 눈먼 돈의 성격을 띱니다.

이러한 무리한 사업의 추진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이 너무 명백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지방자치단체는 그런 사업을 유치하지 않게 되고, 이를 유치하는 지역을 발굴하기 위해서 많은 물밑 작업과 홍보, 회유가 행해지고 이는 한마디로 부패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홍천의 양수발전소 건설 예정 부지를 오늘 방문하고, 현장에서 설명을 들으면서 수지를 따져보기도 전에 엉터리 사업이고, 국민의 세금을 놓고 부패한 공직자들이 이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조직의 힘을 키울 비자금을 마련하고, 재생에너지 확충으로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무리한 일을 한다는 것을 직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환경부는 그러지 않아도 산업계와 건설업계의 시녀로 나서서 판단력이 마비상태이고, 전기의 생산과 관련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은 국민을 바보로 보고 기초적인 계산에도 맞지 않는 일을 눈속임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행정부는 부패하고 무능하며, 이 땅의 넓이와 인구 수준에 맞지 않는 역부족의 조직체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남한이라는 범위에서도 이러한 무능과 부패를 버젓이 드러내는데, 한반도 전체에 대한 국토의 관리 능력을 가졌을 리가 없고, 통일이 되어도 한국의 행정부로는 도무지 감당이 안 될 것이라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역시 깨어 있는 지방민들의 역량과, 지역 간의 연대밖에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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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  sngmoo@cycleconomy.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