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문제와 현대 문명

▲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전)노동당 정책위원

일본은 지금까지 원전 오염수 방류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고, 이대로 나가면 곧 방류가 시작된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흙은 그렇지 않아도 공기와 물을 통해서 모든 사람, 모든 생명체가 연결된다고 보는 것은 20세기에 환경운동에서 모두가 오염시켜서는 안 될 환경에 공유지라는 비유가 사용되면서 상식이 되었습니다.

물 중에서도 특히 강물이 아닌 바닷물은 모든 생명체의 원천이고, 바닷물이 하나의 수체(水體)로서 이를 지구 전체가 공유합니다.

육지에 사는 대부분의 야생동물은, 바다에서 나는 동식물을 먹이로 섭취하지 않으나 인간만이 해산물을 식품으로 섭취하고 또한 사료로도 사용합니다. 특히 한국인들의 해산물 소비량은 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러는 가운데, 성일종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괴담 대응·어민 보호 대책 간담회'가 끝난 후 "민주당 의원들이 검증되지도 않은 외국 자료를 인용하며 5~7개월 후에 우리 바다로 방사능 물질이 유입될 거라 주장한다. 만약 방사능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선언을 하라"고 압박했다고 합니다.

위험의 우려에 따라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한다는 것은 분별력을 상실한 말일 뿐입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본래 그렇게 바보라기보다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일본과 완전히 공감하는 입장에 서고, 북한, 중국, 러시아와는 등을 돌리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행위까지 너그럽게 보아 주고 옹호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대통령이 지시를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이후 일본과 미국을 방문하여 국제문제에서 그리고 한일관계에서 그 나라들의 입장을 전적으로 두둔한 것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고 약간 올랐다는 것에 고무되어, 오염수 방류 문제에서도 같은 기조로 나가면 일본이 한국과의 통상관계에서 도움을 주고, 이에 따라 결국에는 국내여론이 지지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3월의 강제징용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으로 급락했던 지지율이 미국 방문 이후 올라갔다고 해서, 지지율의 문제는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에 과거사 문제나 미중갈등 문제의 사안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 이 문제를 전문가들의 다수결 원칙에 따라서 접근하는 것은 상식 밖입니다.

전문가들의 이견이 있으면, 이에 대한 검증을 해서 시비를 가려야 하는 것이고, 소수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현대아산병원 박현서 원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오염수에서 가장 인체에 위험한 물질은 세슘-137(Cesium, 영어 발음 ‘씨지엄’)이라는 방사성 동위원소이다. 반감기가 무려 37년, 매우 길다. 사람 몸에 100그램이 한번 들어가면 37년이 지나야 50그램이 남고, 거기서 37년이 지나야 25그램이 남고 거기서 또 37년이 지나도 그 절반인 12.5그램이 인체에 남아서 사람이 죽을 때까지 방사선(이 경우 전자선인 베타선)이 방출된다.

물론, 생물학적 반감기라는 게 있어서 배설과 생체 내 이동 등으로 실제 체내 머무는 시간이 사람마다 차이는 있다. 또한 세슘-137이 체내 들어가는 사고에는 즉시 프러시안 블루라는 해독제를 먹으면 최대 70%가량 피폭량을 줄일 수는 있다.

인체 내에서 한평생 방출되는 베타선은 그 사람의 몸 구석구석을 지속적으로 파괴한다. 특히 세포 내 DNA를 파괴하여 돌연변이, 세포파괴, 암을 일으킨다. 더욱 문제 되는 것은 어린이의 생식세포 내 DNA를 파괴하여 생식기능 저하, 그 후손의 기형을 발생시킬 수 있다.

우리 같이 60~70대 이상의 방사선 피폭은 인류라는 종의 멸종을 일으키진 않지만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 가임기 여성의 방사선 피폭은 생식세포 DNA를 파괴하기 때문에 기형, 불임 등 인류 멸종의 지름길이다.

특히 세포분열이 활발한 젊은 인류의 생식세포는, 세포분열이 거의 없다시피 한 50대 이상 인류의 체세포에 비해 같은 양의 방사선 피폭이 되어도 수십수만 배의 생식 세포손상을 일으킨다.

그런데 한국 원자력학회나 일부 물리학자, 공학자들은 해양 생태에 무지하거나, 인체에 대해 무지하거나 혹은 양심을 저버리거나 해서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닷물에 희석되므로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먹는 건 짠 바닷물이 아니라 생선 등 바다생물이 아니냐!

세슘-137, 아이오다인131 등 인체에 위험한 방사성물질은 대개 무거우므로 연안의 바닥에 가라앉는다. 거기에 사는 미세 해양생물은 새우 같은 작은 생물의 먹이가 되어 농축되고, 또 새우 등 작은 생물은 더 큰 생물의 먹이가 된다.

결국 정어리 연어 명태 문어 오징어 같은 비교적 큰 해양생물 체내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방사성 세슘 등이 그 생물이 죽을 때까지 평생 농축된다. 또 그걸 우리 아이들이 먹으면 백혈병, 갑상선암 등의 각종 암, 내분비질환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생식기능 저하가 오게 된다....“

(출처 : 굿모닝충청(http://www.goodmorningcc.com)

동양에서는 자연과 인간을 분리되지 않은 일체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왕양명의 대학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습니다.

"대인이란 천지만물을 하나의 몸이라 여기는 사람이다. 천하 보기를 한 집안처럼 여기고 중국을 한 사람처럼 여긴다. 몸뚱이를 나누고 너와 나를 분별하는 사람이라면 소인이다. 대인이 천지만물을 하나의 몸으로 여길 수 있는 것은 인위적인 생각이 아니라 마음의 인한 본체가 이와 같은 것으로 천지만물과 함께 하나가 된 것이다.

어찌 오직 대인만이 그렇겠는가? 비록 소인의 마음일지라도 또한 그렇지 않음이 없는데 저들은 스스로 돌이켜 하찮게 여길 뿐이다.”(大人者，以天地萬物爲一體者也。其視天下猶一家，中國猶一人焉。若夫閒形骸而分爾我者，小人矣。大人之能以天地萬物爲一體也，非意之也，其心之仁本若是，其與天地萬物而爲一也，豈惟大人，雖小人之心亦莫不然，彼顧自小之耳。)

그리고 소옹(邵雍)은 관물내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성인이 만물의 정情을 하나로 하는 것은 성인이 반관反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관反觀이라는 것은 나로서 물체를 살피는 것이 아니다. 나로써 물체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물체로써 물체를 살피는 것을 말한다. 이미 물체로써 물체를 살필 수 있다면 어찌 또 내가 그 사이에 있을 수 있겠는가? 이로써 나 또한 남이고 남 또한 나이며, 나와 남은 모두 물체임을 알겠다.”(聖人之所以能一萬物之情者，謂其聖人之能反觀也。所以謂之反觀者，不以我觀物也；不以我觀物者，以物觀物之謂也。旣能以物觀物，又安有我於其間哉？是知我亦人也，人亦我也，我與人皆物也，)

이러한 것들은, 인간중심주의를 뛰어넘는 사상을 표현한 것입니다. 나 바깥의 타인이나 만물을 대상으로 삼지 않고 함께 정(情)으로 소통해야 할 동반자로 여기는 것입니다.

이는 서양의 르네상스나 계몽주의 시대에 본격화된 휴머니즘이 협소한 울타리 내의 것이었음에 비하여, 오히려 휴머니즘의 윤리를 모든 생명세계로 확장하는 방향을 보여줍니다. 만물이 순환한다는 이치를 문화적으로 더 익숙하게 받아들인 결과인 듯합니다.

지금의 생태학적 상식에서는 인간들의 건강만을 챙기고 다른 동식물들의 건강은 상관치 않는 휴머니즘은, 무가치한 윤리입니다.

해산물을 섭취할 인간들의 건강이 위협을 받는다면, 바다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에게는 그 영향이 훨씬 더 직접적입니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은, 서양의 르네상스 시대 이후 과학문명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방사성 폐기물과 사고위험의 문제를 경시한 결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났고, 그 이후에도 피상적인 경제성의 논리에 따라 지구 생명의 원천인 바다에 방사능 물질을 배출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서양의 과학문명과 짝을 이루는 종교개혁 시대 이후의 휴머니즘이 가지는 치명적인 결함이 표출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반국가세력은, 다름 아니라 현대 서방국가의 행태에서 결함을 발견하고 이를 고발하는 사람들이고, 한국, 미국, 일본 등의 현대 서방국가의 형태는 서양의 과학기술과 정치철학과 경제사상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경제성을 우선시하는 공리주의와 과학기술의 논리에 대한 맹신이 국가관료와 인민의 간격을 메울 수 없게 벌려놓고, 국가관료는 타자에 대한 공감능력을 가지는 것은 그 자리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결격사유가 됩니다.

이렇게 국가에 종사하는 자들은 국가를 뛰어넘어 강한 유대의식을 가지고 국가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서로를 옹호해 줍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주의자도 민족주의자도 아닌 국가주의자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 국가주의는 국민의 건강을 염려하는 국가주의도 아니고, 더구나 생명과 생태계의 건강을 염려하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일본의 방사능오염수 방류 계획은, 이제 이러한 국가 논리를 탄생시킨 문명에 대한 의문을 본격적으로 불러일으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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