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본질은, 농민 아닌 자의 농지소유와 부동산 투기

▲ 허영구

(전)민주노총 부위원장

AWC한국위원회 대표

노년알바노조(준) 위원장

7월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 백지화 선언 후, 정치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여야 간 벌이고 있는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괴담 논란보다 더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양평군 일대에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와 가족들이 엄청나게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것도 윤석열 정권 들어서서, 기존계획과 달리 김건희 씨 일가 땅 쪽으로 노선변경이 이뤄지면서 특혜논란이 증폭됐다.

그런데, 갑자기 장관이 나서서 이를 괴담이라며 건설 자체를 백지화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토교통부가 윤석열 대통령 공약조차 파기하면서 직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양평군수에게 노선변경 요청안을 제출하게 하는 형식으로 대통령 부인 일가족이 보유한 땅이 있는 지역으로 노선변경을 하려다, 논란이 되자 국책사업을 일방적으로 백지화했다며 공격하고 있다.

그러자 국민의힘 측은, 기존 노선의 종점근처에 양평군 전 군수와 더불어민주당 전 총리 땅이 있다고 공격하면서 김건희 씨 일가 땅은 원래부터 소유해 온 선산이며 노선이 변경되더라도 특혜를 보는 것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평군은, 강원충청경북 내륙지역과 수도권을 잇는 주요 국도와 지방도가 연결되는 지역으로 오래 전부터 교통체증이 심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지만,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17년 국토교통부 고속도로건설 5개년 계획에 포함되면서 하남 강일동에서 광주를 거쳐 양평 양서면 사이의 교통량과 환경영향평가 등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5년 착공해 2031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이었고 1조7천억 원이 소요되는 국책사업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김건희 씨 일가의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종점을 옮기는 안이 제기되어 특혜논란이 벌어지자, 국토교통부장관이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여야 간 공방과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본질은 노선변경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국토개발의 미명하에 벌어진 수많은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건설과정에서 사적이익을 위한 노선변경이 얼마나 많이 이뤄졌겠는가?

그리고, 이런 불법적 노선변경에 공모한 정치인, 공무원, 토지소유자, 금융자본가들은 또 얼마나 많았겠는가?

이로 인한 불로소득 창출은, 어떤 이들에게는 피눈물의 고통과 죽음을 안겨주었을 테니, 폭력이자 살인행위 아니고 무엇인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논란의 본질은, 인간의 노동력이 포함되지 않은 자연물인 토지를 사적으로 소유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자연(神)이 창조한 토지가 공공적으로 소유되고 이용되고 있다면, 이런 논란이 벌어질 이유가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토지는 역사적으로 사적으로 소유, 상속, 거래되어 소유 그 자체만으로 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지대( (landed property and rent)는, 당연히 불로소득을 만드는 약탈행위이고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한다.

지금 양평군 일대의 땅(농지, 산지)을 보유하고 있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일가나 전•현직 공무원과 정치인은 임업을 포함해 직접 농사를 짓는 농민인가?

엄청난 땅값이 폭등하도록 토지의 형질을 변경해 택지나 공업•상업용지로 보유하고 있다면, 그 곳에 주거하는 집이 있거나 상업이나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부동산 투기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 자기 집을 보유한 가구가 절반에 불과하고, 농가당 평균경제 면적이 1헥타르(ha)에 불과하며, 귀농하려는 예비농민들은 땅값이 비싸서 논밭을 구입할 수 없는 처지인데 정치인, 공무원, 재벌과 도시부자들이 1950년 농지개혁 당시보다 더 많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될 것인가?

우리나라 <헌법> 제11조 ①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제23조 ①항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제121조 ①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상속으로 인한 일시적 농지보유나 원거리 농업 외에 농민 아닌 자의 농지보유가 늘어나고 있다.

그것도, 불법 농지취득자격증명발급을 통한 위장 농민, 가차명 소유 등 불법이 판을 치고 있다. 산지를 포함해 제2의 농지개혁이 필요할 때다.

최근 수도권에서 ‘빌라왕’ 전세사기로, 얼마 되지 않은 전 재산을 날린 청년들이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고 있다.

어떤 이는 수십, 수백 채의 집이나 축구장 몇 개, 몇 십 개 되는 땅을 가지고 불로소득을 챙기고 있는데, 다수는 땅 한 평, 집 한 채 가지지 못해 고통을 당하고 있는 데도 평등한 국민인가?

법률은, 헌법 정신대로 재산(토지나 주택)소유의 한계를 정하고 있는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공유물을 사유화 하면서 벌어지는 자연법의 위반이며, 헌법이 규정한 대로 재산권의 한계를 통한 평등실현의 위반이다.

당장 대통령, 여야 국회의원, 장관 가족부터 농지, 1주택 이상의 집, 주식 등 금융투기상품을 처분하고, 일정한 재산(국민 가구당 평균 재산 2배)을 넘는 부분을 국가에 헌납하라.

권력자가 부동산과 금융상품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불법 노선변경, 금융투기 등을 통한 불로소득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사명과 명예만으로 공직에 임할 것이며, 그것이 싫으면 공직을 떠나 돈 버는 사업을 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가족 문제로 이렇게 나라가 시끄러운데 모르쇠로 일관할 일이 아니다.

당장 불법 부당한 재산을 처분•헌납하고 국정에 임하라.

정부와 국회는 지체 없이 비농민, 가차명 등 불법 농지소유를 근절할 ‘제2 농지개혁법’을 만들고 시행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