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와 핵발전을 같이 반대해야 하는 이유

▲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전)노동당 정책위원

노동당 생태평화위원회 운영위원

2021년 2월에 핵무기금지조약이 발효되었습니다.

이 조약에 가입하는 나라는, 핵무기와 그 투발수단을 개발하거나 비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핵 무력에 의존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이 조약이 탄생하기까지 ICAN(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이라는 단체가 많은 노력을 했기에 이 단체는 2017년에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조약을 읽어보면, 전문에 “본 조약의 어느 것도 차별 없이 평화적 목적에서 핵 에너지의 연구, 생산 및 사용을 개발할 당사국들의 불가침의 권리에 저촉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됨을 강조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핵무기금지조약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추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입당사국 회의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참관인(observer)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조문 제3조에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역할이 명시적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핵무기비확산조약의 주요 골자는 1. 핵의 비확산 2. 핵무기 군비 축소 3. 핵 기술의 평화적 사용이라는 3대 축으로 이야기됩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불평등조약이며, 핵발전소의 설치, 이용을 긍정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조약이라는 문제를 가집니다.

핵무기 사용이 가져오는 야만적인 잔인한 결과에 대해 고발하고, 이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목적의 조약에 어째서 핵에너지 이용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이 명시되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왜 이 부분을 우려할까요?

아프리카 핵에너지 집행위원회(African Commission on Nuclear Energy)는 2020년 7월 15일에 아프리카 비핵지대 조약 11주년을 기념하면서 핵무기금지조약에 대한 찬성과 아프리카 각국의 조약 비준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핵에너지 산업 진흥을 추구하는 주체들이 핵무기금지조약의 한 축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IAEA를 앞세운 NPT 체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핵무기금지조약 당사국 회의에 참관단체로 참여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NPT체제의 중대한 역할을 담당하는 기구로서 최근에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용인해 주는 보고서를 작성하여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핵무기를 자신들의 권력수단으로 사용하여 확보한 판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로서 핵무기금지조약 당사국들은 그것이 핵무기와 관련된 일이 아니기에 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를 포함한 이런 NPT체제와 보완관계를 가진다는 자신들의 입장은 달리 말하면 침묵을 통해 이 문제에서 동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핵보유국들이 노리는 것은, 핵무기 자체가 가지는 비인도성을 희석시키기 위해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이름으로 핵발전소를 확산시키고 그러면서 권력수단으로서의 핵무기의 보유가치를 높이기 위해, 핵무기 비보유국들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시도를 차단하는 것임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핵무기를 반대하면서 핵발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는 것은, 이러한 핵보유국들의 작전에 말려드는 것입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탈핵, 즉 핵발전소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가지면서도 핵무기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고 이를 군사적 국제정치적 문제로 보아 관심을 갖기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핵발전소에 왜 반대하나요?

▲ 한국의 AWC(미일제국주의 반대 아시아공동행동) 한국위원회 등 24개 단체·정당과 일본 AWC(아시아평화단체)일본연락회의 등 17개 단체와 개인(18명)이 오늘(8/4) 오전 11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78주년 한·일 연속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핵발전소가 지금까지 일으킨 큰 사고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넓은 지역이 인간이 전혀 이용하지 못하는 곳으로 변하고 지금도 완전한 해결이 되지 않을 정도로 무서운 재앙이 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핵 원료인 우라늄의 채굴과정, 핵발전소의 건설과정, 핵발전소의 가동과정, 핵폐기물의 폐기과정에서 많은 방사능 오염이 발생하고, 이를 방지하는 데 드는 비용 때문에 핵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비경제적이고, 해당 유치 지역에서는 다른 활동들을 못하게 마비시키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국가가 주도하여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가동하는 비민주적인 에너지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핵무기가 투하될 경우에 전쟁에 대한 입장과 상관없이 수많은 민간인들을 무차별하게 살해하고 생존자와 그 후손들에게까지 병을 유전시키는 무기라는 사실에는 왜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까?

어쩌면 이는 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핵발전소는 당장에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고 위험 때문에 비싼 에너지라는 결과가 되므로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핵무기는 그런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국제정치무대에서 권력수단으로서 그 보유만으로 상당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 국가의 정치적 발언권이 강해지고, 이는 경제적 이권으로도 연결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수많은 전쟁과 무관한 민간인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무기가 좋은 무기는 없겠지만 핵무기는 특히 인륜에 반하는 무기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핵발전을 반대하면서 핵무기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은, 핵발전에 대해서도 경제적인 입장에서만 접근하는 것일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핵발전이 초래하는 지역의 생태계의 황폐화, 핵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방사능으로 인한 주민 피해, 사고가 날 경우에 수많은 사람이 자기 삶의 터전을 영구적으로 상실하고 난민이 된다는 점 등의 끔찍한 사태, 이 모든 것에 잠재해 있는 지역 간의 인간 차별과 같은 사회정치적, 인권적인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고, 이를 모두 추상적으로 화폐 가치화해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화폐가치로 따지는 경제성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핵발전은 철저한 국가 주도의 사업이고, 사업자들에게 모든 법적인 편의가 제공되며, 주민들은 철저히 소외당하기 때문에 상당히 폭력적입니다.

그 폭력성은 핵무기 개발, 사용에서부터 시작된 폭력성입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심적, 정신적, 생태환경적 피해가 산정이 안 된 채로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경제성은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에 미처 반영이 안 되거나 반영될 수 없는 비용들이 많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의문을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폭력성은, 핵무기의 영향권 아래 종속된 식민지적인 비민주 국가들에서의 폭력성에서 출발한 것인데도 이를 외면하는 것은, 역시 핵개발과 핵무기 보유국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핵발전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핵무기의 속성으로 인해 발생된 문제를 알아야 하며 그래서 핵발전에 대한 문제제기와 반대 운동은 핵무기에 대한 반대운동과 같이 가야만 제대로 된 핵발전소 반대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핵무기를 반대하는 운동은, 핵보유국들의 속셈을 간파하여야 제대로 된 운동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핵발전소가 평화로운 에너지 생산이 아니라는 것을 잘 인식하고 핵발전소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져야 제대로 된 핵무기 반대운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ICAN이나 핵무기금지조약 같은 것은 제대로 된 핵무기 반대운동은 못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핵무기 독점 국가들이 대주주로 있는 유엔이란 조직은 각국 외교관들이 가서 국가의 입장을 말하는 조폭조직이나 다름없고 핵무기나 핵발전소로 피해를 당하는 전 세계 인민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외면되는 곳입니다.

이런 유엔을 통해서 제정된 핵무기금지조약의 저의를 더욱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역에서부터 출발하여 전 세계 노동조합과 NGO들의 목소리가 결집된 조직이 만들어져서 핵 국가주의와 제국주의를 고발하고, 진정한 핵무기금지를 핵 독점국들에 압박해야 하며, 동시에 핵발전소 추방운동을 벌이는 것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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