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경제로서의 생태경제의 외연과 내면 함의

이승무l승인2023.09.08l수정2023.09.0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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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전)노동당 정책위원

노동당 생태평화위원회 운영위원

맑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은, 당시의 사회경제 구조인 자본제(‘자본주의’라는 말은 이념이나 사상으로서의 주의<主義>로는 성립하지 않으며 단지 현실적으로 성립하는 체제를 지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Kapitalismus를 자본제라고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판단하므로, 앞으로 이런 용어를 사용한다) 사회경제 구조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틀로서의 정치경제학을 비판하고 다른 인식의 틀을 제공하려는 시도였습니다.

말하자면 그의 학설은, 자본제의 역사와 한계를 드러내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자본제는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다수 노동하는 대중들에게 비참한 삶(misère)을 가져다주고, 자본축적을 위해 농촌 마을을 황폐화시키고 공장 노동자들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며 군사력을 동원하여 식민지를 개척하여 노동력과 자원을 수탈하는 과정들로 되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행동방식을 계속하는 자본제는 어느 시점에 가서는 망할 수밖에 없고 더 인간적인 사회로 대체된다는 예언을 노동가치론이라는 전제에서부터 출발하여 논리적으로 도출했습니다.

그가 전개한 학설에는 자본제 사회 이후의 미래 사회의 경제질서가 어떤 모습을 띨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안이나 설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그는 자본제의 한계를 큰 틀에서 이야기하고, 그 틀 안의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학설에서 사람들이 가치 있는 것으로 실감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자본제 사회가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적 예측을 하는 부분이 아니고 자본제 사회가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떻게 그렇게 자본을 축적하여 성장해 왔으며, 그 안에서 노동자들이 어떻게 소모품처럼 취급을 받고 자본가들은 이윤축적에 매달리는지를 역사적인 데이터와 논리적인 인과관계에 따라 앞뒤가 잘 들어맞게 설명해 내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것이 실제로 이론대로 실현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고 기본적으로 노동가치론이라는 전제 자체가 그 예측을 뒷받침해 주는 것인데 그것이 틀렸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사람들에게 큰 설득력을 가지기가 어렵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맑스의 경제사상은, 가난한 노동자 계급에 대한 인도주의적 관심에서 출발했다는 사상적인 지향 부분과 현실의 사회경제 구조에 대한 과정적인 인과론적 설명의 탁월성 부분에서 (《자본》 제1권에 해당되는 부분) 높은 평가를 받지만 자본제 사회의 암울한 미래를 예상하는 논리적 추론의 부분에서는 (《자본》의 제3권에 해당되는 부분) 다소 흥미를 유발하기는 했어도 정치적으로 많은 사회주의 세력들을 결집하게 만드는 중심이 되었다고는 해도, 아직은 검증이 된 것도 아니고 설득력이 충분치는 못한 실정입니다.

오늘날에는 생태계 위기와 기후위기의 시대에 생태주의적인 경제학의 흐름이 점차 관심을 모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을 많은 사람들은 생태 경제학(ecological economics)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이는 맑스의 정치경제학 비판과 같이 특정 인물이 창시해 낸 것이 아니고 시대적인 도전에 응답하는 여러 나라의 여러 사람들의 학문적 모색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거기에서도 현재의 자본제 사회의 물질과 에너지 사용 관행과 물적인 성장이 물리적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예측하는 과학적, 물리적 부분이 있는데 이는 1970년대 초에 나온 “성장의 한계”라는 저작이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범주에 드는 것은 또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물리적인 한계를 중시하고 이를 전제로 하여, 지금의 사회경제 체제가 어떻게 지금과 같은 물질사용량의 팽창을 계속해 가는 경제로 진화해 왔는지를 설명하고 분석하고, 규범적으로 앞으로는 어떤 대안적인 경제생활의 질서를 수립해야만 하는지를 탐구하는 부분도 있어야 하는데, 아직 이렇다 할 경제 이론이나 담론이 완성된 것은 아닌 듯합니다.

주로 맑스가 그랬던 것처럼 인도주의적 관심에서 출발한 아나키스트 성향의 사상가나 학자들이 지구의 물리적 한계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이 없이도 대안적인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을 조금씩 제안해 왔습니다.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같은 대중적인 경제서적이 그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영국 산업혁명 이후의 고전적인 자본제 시대에서부터 맬서스는 자본제 사회경제의 물리적 한계를 그의 인구론을 통해 제시했고, 이렇게 제시된 물리적 한계라는 생각에 동의하거나 반대하는 많은 사회개혁가들과 사회주의자들이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계속 생각들을 내놓고 실제 실험도 해 왔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한계를 지적한 맬서스는 경제학을 우울한 과학으로 만든 사람으로서 별로 인기가 없고,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가혹한 이야기를 한 사람으로서, 이후의 모든 복지 축소와 산아제한이란 해결책을 선호한 보수파들의 원조로서 비판을 받게 됩니다.

물리적인 한계이든 이론적인 한계이든 그 한계를 염두에 두고 이를 잘 알려고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을 강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온실가스 농도 증가로 인한 지구 대기의 기후 조절 능력의 한계에 관해서도 이것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더 인간적이면서도 생태적인 전환을 위한 계기를 마련해 준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에 대해 기술적 공학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거나 또는 이를 국가안보의 문제로 해석해서 기후문제로 인한 세계정세의 불안에 군사력으로 대응할 계획을 세우는 식으로 나간다면, 세계는 더 비인간적인 곳으로 되어 가고 그래서 문제가 더 악화되어 갈 수도 있습니다.

사회주의이든 생태주의이든 유토피아의 망상에서 벗어나 정확한 방향과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해 나가려면 자연의 변화와 한계에 대한 과학적인 인식에 힘을 쏟으면서 이를 전제로 사회 시스템의 변혁을 향해 가야만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실패한 과거의 사회주의 유토피아 공상가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생태적인 지향의 경제학이 역할을 해야 한다면 이런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기후문제에서나 자원문제에서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인구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도 과학적으로 일치되어 있지 못합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직관 속에 이미 큰 방향의 예측은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회경제가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더 생태적이고 더 인간적인 방향으로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방향도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의 삶의 조건에 대한 과학적인 인식 그리고 사회의 개혁이든 변혁이든 변화 방향에 대한 공감과 노력은 미래의 어떤 상태를 확실한 것으로 강조하려는 노력보다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경제학이나 경제사상은 우리가 지금 어떤 상태에 처해 있는지를 설명해 주고 일정한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예상을 하게 해 주는 것이지 확실한 선을 긋는 예언을 하여 사람들에게 강압적으로 이를 받아들이도록 요구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시대를 위해 늑대와 양치기 소년의 우화는 중요한 함축 내용을 말해 줍니다. 양치기 소년은 무료함을 벗어나기 위한 장난이 아니라 어떤 동기에서도 신뢰성을 상실하면 자기 역할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맑스의 경제사상이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시사점과 영감을 주는 것은 논리적인 추론에 따른 예측 때문이 아니라 그 출발점의 인도주의적 동기, 현실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틀 그리고 이야기를 엮어 가는 변증법이라는 스토리텔링의 힘 때문일 것입니다.

세상의 자연과학적인 기초에 대한 관심과 역사적인 관심이라는 두 원천을 잃지 않을 때 생태적 지향의 경제학이 제 역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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