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에 드리는 공개질의서>

○ 의사인력 부족으로 우리나라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가 붕괴 위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의사인력이 부족해 의료현장에서는 파행진료와 불법의료가 만연해 있습니다. 의사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환자들은 부실진료와 안전위협으로 극심한 고통과 피해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의사인력 부족은 심각한 의료재난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의사인력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민의 절박한 요구이고, 반드시 풀어야 할 국가 최우선 과제가 되었습니다.

○ 의대 정원 확대는 의사인력 확충을 위한 핵심 정책수단입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의사인력 확충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붕괴 위기를 방치하는 것이며, 환자와 국민들의 극심한 피해와 고통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의대 정원 확대를 결사코 반대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살리고, 우리나라 의료를 정상화하기 위해 의료인의 양심에 입각하여 사회적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하면서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공개질의합니다.

○ 12월 29일(금) 오후 6시까지 성실하게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의협은 정말 의사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

○ 전공의 모집 인원이 3500명인데 현재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묶여 있습니다. 환자 대비 의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의대 정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전공의 부족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는데 의협은 계속 의사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시겠습니까?

○ 의료현장에서는 의사인력이 부족해 의사업무를 의사가 아닌 간호사 등 다양한 직종들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2023년 12월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의료현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101개 의료기관 중 대리처방 72곳(71.28%), 대리 동의서 서명 64곳(63.35%), 대리 처치·시술 54곳(53.46%), 대리수술 7곳(6.93%) 등 의사인력으로 인한 불법의료가 만연해 있습니다.

의사 업무를 일부 대리하는 PA인력(진료지원인력)만도 전국에 약 2만명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의사인력이 충분하다는 의협의 주장은 의료현장의 의사인력 부족문제를 외면하는 것 아닙니까?

○ 의협은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가 연간 14.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국토 면적당 의사 수가 많아서 의료접근성이 높은 만큼 의사 정원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가 많은 것은 의사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행위별 수가제도 하에서 의료기관의 수익을 최대한 늘리기 위한 과잉경쟁의 결과 아닙니까?

그리고 의사수가 기준은 국민 대비 의사수, 환자 대비 의사수를 기준으로 해야지 국토 면적당 의사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과학적입니까?

○ 의사수가 부족한지 충분한지는 의협의 주관적 판단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을 기준으로 따져야 합니다.

보건의료노조가 올해 12월 101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의사인력이 부족해 진료 대기시간이 30분 이상 길다고 응답한 곳은 71곳(70.29%)이었고, 의사인력이 부족해 환자 대면 진료시간이 3분 이내로 짧다고 응답한 곳은 65곳(64.35%)이었습니다. 의사인력이 부족해 환자·보호자들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다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73곳(72.27%)이었고, 의사인력이 부족해 진료·치료·처방이 연기·취소·불가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응답한 곳은 64곳(3.36%), 의사인력이 부족해 환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응답한 곳은 80곳(79.20%)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의사인력이 부족해 환자안전사고 위험이 높다고 응답한 곳은 78곳(77.22%)이나 됐고, 의사인력이 부족해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고 응답한 곳도 64곳(63.36%), 의사인력이 부족해 실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곳도 37곳(36.63%)이나 됐습니다.

이처럼 의료현장에서는 의사인력 부족이 실제 의료서비스 질을 떨어뜨리고 환자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사수가 충분한지 부족한지는 의협의 입장이 아니라 환자와 국민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데 대해 의협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의사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의사수를 늘리는 데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율배반 아닙니까?

○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은 장시간노동과 과도한 업무량, 당직근무, 휴일근무로 번아웃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올해 11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발표한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주일 실제근무시간이 77.7시간이었고, 52%가 4주간 평균 80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했습니다. 57.1%는 휴가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고, 75.6%가 몸이 아플 때 병가를 쓰지 못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수련을 중도 포기하고 싶다는 전공의가 절반을 넘는 51%였습니다.

○ 의사들이 부족해 근무여건이 나빠지고, 열악한 근무여건 때문에 전문의 자격증을 포기하는 일반의가 늘고, 그래서 필수진료가 의사가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게 의료현장의 현실입니다.

○ 따라서 의사수를 늘리는 것은 의사들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필수요건입니다. 그런데도 의협은 이러한 의료현장의 현실을 애써 무시한 채 의사들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의사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계속 반대하시겠습니까?

3. 의사수를 늘리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 필수의료과 공백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지역·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의협은 “의사수를 늘리는 것이 정답이 아니다.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한 낙수효과는 없다. 필수의료과 공백을 해소하지 않은 채 의대 정원만 늘린다면 새로 배출되는 의사 대다수가 피부·미용으로 빠질 것이다. 인기과 쏠림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고 지역·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진다.”고 주장합니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의사들이 필수의료·지역의료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협의 주장에 백번 동의합니다.

○ 그런데, 의사들이 필수의료·지역의료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 바로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입니다.

의대 정원 일부를 별도 전형으로 선발해 장학금을 주고 졸업 후 일정기간 동안 특정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와 의대 교육비 전액을 정부가 부담하되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에 정부가 필요로 하는 공공의료기관 진료과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공공의대 설립은 비필수 인기과 쏠림현상과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해결하고 필수의료·지역의료를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정책수단입니다.

○ 필수진료과 기피현상과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을 우려하는 의협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의협은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이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은 양성된 의사인력이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분야에 확충될 수 있도록 하는 패키지정책으로서 의사의 수도권 집중, 비필수 인기과 쏠림, 지역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입니다.

국회 입법조사처조차도 ‘지역의사제의 위헌성 여부 및 법률적 타당성 검토’에 대한 질의에 대해 “10년 의무복무 제도 자체가 위헌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사료된다.” “일정 기간 지역 근무 의무를 부여한 것은 이동권 제한이 아닌 지역간 의료 인력의 불균형 해소와 필수 의료 공급이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이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런데도 의협은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하시겠습니까?

4.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은 의협과 합의하지 않으면 추진할 수 없는 의협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는 의협과 합의하여 추진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9.4 의정합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의협의 주장은 억지에 불과합니다.

○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9월 4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한다.이 경우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의 정책협약에 따라 구성되는 국회 내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존중한다. 또한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고 합의한 바 있습니다.

○ 이 합의에 따라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은 코로나19 안정화 이후로 미뤄졌습니다.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일상시기로 전환하면서 2023년 1월 26일 보건복지부와 의협이 의료현안협의체를 재개했고, 12월 27일 23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앞두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안정화 이전에는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료 신설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졌고,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한다는 약속도 지켜졌습니다.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합의도 지켜지고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22차례나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합의문대로라면 9.4 의정합의 위반이 아닌데, 의협은 계속 의정합의 위반이라 주장하시겠습니까?

○ 정부가 문제가 아니라 9.4 의정합의를 아전인수식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는 의협이 문제입니다. 합의문을 보면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한다고 했지 양자간 합의로 결정한다고 한 내용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은 의협과 합의해서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며, 의협과 합의 없이 추진하면 9.4 의정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왜곡이고 억지주장입니다. 의협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은 의협과 합의 없이 추진할 수 없는 의협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의협 주장대로라면, 의협이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에 반대하면 정부는 의대 정원도 확대할 수 없고, 공공의대도 신설할 수 없게 됩니다.

의협이 반대한다면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손놓고 있어야 합니까? 이런 억지가 어디 있습니까?

9.4 의정합의문 어디에도 의협과 합의 없이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추진할 수 없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의협과 합의없이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강행하는 것은 9.4 의정합의 위반이라며 집단진료거부 운운하는 것은 월권행위이자 국민협박행위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9.4 의정합의에 따라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에 대해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하지 않았고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제 이 협의를 바탕으로 <붕괴위기로 치닫는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적 필요성>과 <의사인력 부족으로 고통받고 피해 입는 환자와 국민들의 절박한 요구>에 따라 정부가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계획을 최종 결정하여 추진하면 됩니다.

의협과 사전 합의를 거칠 필요도 없고, 의협의 재가를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의협과 합의 없이 의대 정원 규모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강경투쟁에 나서겠다는 의협의 엄포는 명분없는 몽니 부리기일 뿐입니다.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과 규모에 대해서는 지난 11개월 동안 의협과 충분히 협의했으니 더 이상 늦추지 말고 이제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 올려 결말을 지어야 합니다. 의협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절대다수의 국민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결정권이 의협에 있다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지난 12월 보건의료노조가 여론조사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 의대정원 확대의 결정권이 의협에 있다는 응답은 10.5%에 불과했고, 일반국민(51.5%)과 보건복지부(35.8%)라고 응답한 비율이 87.3%였습니다.

이런데도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의협과 합의 없이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고집하시겠습니까?

5. 1000명 이상의 대폭적인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국책기관과 전문 연구자들의 통계와 연구 결과를 모조리 부정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수많은 통계와 연구 결과가 대폭적인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인구 1천명당 활동의사수(2.6명, 한의사 제외하면 2.1명)가 OECD 국가 평균(3.7명)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의대 졸업생수

또한 인구 10만명 7.2명으로 OECD 평균(13.2명)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의협은 의사수가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과잉을 우려하고 있지만 연구결과는 다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5년 5516명, 2035년 2만 7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2050년을 기준으로 한국개발연구원은 2만 2000명, 홍윤철 서울대의대 교수는 2만 6570명,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교수는 2만 5746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이러한 전망에 따라 국책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 규모를 1000명 이상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4000명 증원,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매년 1000명씩 3회에 걸쳐 3000명 증원, 경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는 1000명~1500명 증원,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7년간 단계적으로 1245명까지 증원,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1000명~1200명 증원,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1000명 증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현재 정원보다 2000명을 늘려 5000명 수준으로 확보해야 의사 수요공급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 올해 223곳 공공의료기관의 정원 1만 4341명을 채우지 못하는 부족인원만 해도 2427명이었고, 의사인력이 부족해 불법의료에 내몰린 PA인력(진료지원인력)만도 2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 의대 정원의 대폭 확대 없이는 의사인력 부족으로 발생하는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붕괴, 의료현장의 불법의료와 과소진료,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족과 환자안전 위협, 번아웃 상태로 내몰리는 의사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같은 의료현장의 심각한 인력부족 실태를 감안할 때 의대 정원은 최소한 1000명 이상의 대폭 증원해야 하는데, 의협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협은 지금까지 의대 정원 확대를 줄곧 반대해왔는데 입장을 전환할 의향은 없으십니까?

2023년 12월 26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