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서 주장이 다르다고 테러나 암살은 안 된다.

▲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문학평론가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의 산문집 <타인의 자유>에는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1871~1919)의 저서 <러시아혁명에 대하여>에 나오는 구절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유”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그렇다. 자유는 방종이 아니고 다르게 생각하는 자유다.

독일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로자 룩셈부르크(Rosa Luxemburg)만큼, 자유에 대해 근원적으로 사유한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녀는 "정부의 지지자만을 위한 자유, 혹은 당원만을 위한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자유는 항상 다르게 생각하는 이들의 자유이다"라고 갈파했다.

그녀는 당시 독일의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활동을 하면서도 생각의 들러리가 되기를 거부하고 진정한 자유와 더 많은 자유를 추구했다.

"더 많은 자유란, 더 많은 자유를 얻기 위해 세상의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유이다. 당원만을 위한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자유'가 어떤 특권이 된다면 자유의 효용성은 없어지고 만다"

이렇게 사유하는 로자의 내면은 부드러운 문학적 향기로 가득하다.

"난 항상 담을 따라 걸어, 나와 친한 새 한 마리는 내 걸음과 나란히 걸으면서 이 덤블에서 저 덤블로 뛰어넘어, 귀엽지 않니?“

각박한 것 같지만 이런 낭만을 가져야 정치도 낭만이 있다.

한국은 명분의 유교를 받아들여 뭐든 비장하다. 다른 생각, 다른 진영을 없애야 속이 풀린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나 정치를 할 필요가 없다.

학살하면 된다.

한국 정치사에서 테러가 가장 난무한 때는, 좌우가 이념으로 극한으로 대립을 할 때다.

첫 번째가 ‘해방 공간’이었다.

1945년 12월 동아일보 사장을 지낸 우파 정치인 고하 송진우 자택 암살 사건, 1947년 4월 중도좌파 근로인민당 당수 몽양 여운형의 12번째 이루어진 혜화동로터리 암살 사건, 1947년 12월 한국민주당 핵심 설산 장덕수 암살 사건, 1949년 6월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암살 사건 등 굵직한 사건만도 여러 개다.

두 번째가 깡패동원 폭력이다. 

독재정권 시절 정치 깡패를 동원하거나, 정보기관이 개입한 야당 정치인 테러 사건이 심심찮게 있었다. 정치 깡패들이 전국구를 형성하고, 권력을 잡고, 기업을 만들고 별 짓을 다했다.

자유당 정권 때인 1957년 이정재, 유지광 등 정치 깡패들이 범야권 장충단 시국 강연회에서 폭력을 행사해 집회를 파탄 냈다.

1969년 6월에는 김영삼 신민당 원내총무 승용차 초산 테러 사건, 1973년 8월에는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 주도로 김대중 납치 사건이 일어났다.

전두환 정권 때인 1987년 4월엔 안기부가 배후 조종한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테러인 ‘용팔이 사건’이 있었다.

세 번째가 진영대결이다.

김영삼 정부 이후 잠잠하던 정치인 테러가 다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2006년 5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커터칼 피습사건이었다.

우측 뺨에 11㎝의 자창을 입은 박 대표가 봉합수술 후 깨어나 “대전은요?”라고 했던 것이 이때다.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 토론회 폭행 사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폭행 사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쇠망치 테러 사건 등이 잇따랐다.

2024년 새해벽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산 테러까지 벌어졌다.

1월 2일 부산에서 흉기로 목 부위를 찔리는 테러를 당했다. 국내 정치인 중 팬덤이 가장 두터운 이 대표는 그만큼 적도 많다. 그래서인지 종종 봉변을 겪었다.

2022년 5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유세 중 치킨 뼈다귀 그릇 투척 사건, 2023년 8월엔 살해 협박 편지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