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하로바의 공연 모습 @출처 : Sputnik Evgeny Odinokov

국내 거의 모든 언론매체들의 기사 제목이 똑같다.

“'푸틴의 발레리나' 자하로바 출연 '모댄스', 공연 취소 결정!”

러시아와 관련된 국내 언론매체들의 천편일률적인 보도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기사 제목 뿐 아니라 내용도 천편일률적이다. 다른 목소리를 찾을 수 없다.

기사의 내용 자체는, 러시아의 스타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내한 공연이 결국 취소됐다는 것이다. 자하로바는 4월 17일, 19∼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공연 '모댄스'에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주역 무용수들과 출연할 예정이었다.

예술의전당은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관객과 아티스트의 안전을 고려해 취소됐다”고 밝혔지만, 3월 4일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의 항의가 발단이 되었다.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은 “침략 국가의 공연자들을 보여주는 것은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경시하는 것과 같다”며 문화 협력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이후 공연이 취소되기까지 문화일보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문화일보는 우크라이나 대사관의 성명이 발표되던 날, 사설을 통해서 우크라이나 대사관의 입장을 적극 옹호하며 공연취소를 촉구한 바 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는 사설에서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데 이어 북한과 핵·미사일 협력으로 한국 안보를 위협하는 ‘준(準)적국’이다. 푸틴 측근의 공연을 허용하는 것은 침략자를 거들고, 반푸틴 국제 연대를 흔드는 결과도 초래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비틀어서 러소포비아(러시아 혐오)를 퍼뜨리고, 집단서방의 대러시아 전쟁에 동참할 것을 강변하는 위험천만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문화일보 뿐 아니라 국내의 거의 모든 언론매체들은 조선일보에서 한겨레신문까지 좌우를 막론하고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해서 비이성적 보도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그동안 집단서방의 주류 언론매체들 역시 가짜뉴스와 선전선동으로 사실을 은폐하고 전쟁을 부추기는 행태로 일관해왔다.

이번 자하로바의 공연 취소를 보도하는 국내 언론매체들의 천편일률적인 행태 역시 집단 서방의 주류매체의 태도와 다를 바 없다. 국내의 언론매체들은 사실상 집단서방의 선전선동을 무비판적으로 국내에서 퍼뜨리는 도구에 불과한 처지다.

▲ 한국의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을 보도한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 내용 @출처 : 'RT' 2023. 5. 26. 화면 갈무리

러시아가 대한민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원인제공은 윤석열 정부의 아마추어적 외교 때문에 빚어진 일이지 러시아 탓이 아니다.

그 계기가 된 것은 한국의 우크라이나 포탄지원 때문이다. 한국은 2023년 3월경부터 미국에 포탄 10만 발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간접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는 “미국을 최종 사용자로 한다는 전제하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우크라이나에 각종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던 미국의 무기고가 비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포탄의 사용처는 뻔하지 않겠는가. 이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유럽 국가들이 지원한 포단보다 훨씬 더 많은 포탄을 지원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쟁을 치르고 있는 당사자 일방에 대한 무기 지원은, 곧 전쟁에서 한쪽을 편드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며, 이는 전쟁의 당사자가 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할 경우 “양국관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또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할 경우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할 수도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교류의 확대는 곧바로 남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거래는 기존의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것을 넘어 이를 무력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며, 결국 한반도 비핵화 및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한, 러시아에 살고 있는 우리 교민은 물론, 유학생과 기업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행동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대해 혹자는 러시아를 규탄하고, 혹자는 집단서방이 원인제공을 했다며 두둔하는 등 개인들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태도는 신중해야 한다.

평화애호의 입장에서 분쟁이 하루빨리 종결될 수 있는 방향으로 태도를 취하면 된다. 어느 한쪽의 입장에 경사되어 함부로 무기를 제공하거나, 제재에 동참하거나 하는 일은 스스로 전쟁의 당사자가 되는 어리석은 짓이다.

유럽 국가를 제외하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국가는 한국과 일본, 호주뿐이다. 인도는 물론 미국의 전통적인 맹방인 사우디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우리와 같은 처지인 일본은 겉으로는 러시아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 같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오히려 러시아와의 교역이 늘었고, 사할린 가스협력도 중단하지 않았다. 저마다의 이익을 좇는 형국이다.

대한민국으로서는 동맹인 미국이 전쟁의 한쪽 당사자인 만큼 성의를 보여야 하는 처지이기는 하다. 그러나 동맹은 자신의 안보상 필요에 의해서 맺는 관계인 만큼, 자신의 안보까지 해쳐가면서 동맹의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러시아에 대한 적대정책은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이래로 맺어온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를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러시아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동북아의 안보지형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북방정책 이후다. 신냉전이 해체되고 노태우 정부가 북방정책을 추진하면서 한러수교, 한중수교가 성사되고, 냉전 시기에 유지되던 북중러의 삼각동맹이 무너지면서 북한은 고립감은 물론 안보위협을 느끼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90년대 초부터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남북 간 경제력 격차도 더욱 벌어지면서 재래식 전력에서 열세에 처하자 북한은 체제위협을 벗어나기 위해서 비대칭전략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 것이다.

이와 같이 러시아는 동북아 힘의 균형에 있어서 미묘하면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이다. 만약 러시아와 적대시하게 된다면, 과거 냉전시절의 북중러의 북방삼각과 한미일의 남방삼각이 대립하는 신냉전이 또 다시 동북아에 형성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중대립이 격화되면서 대만이 또 다른 우크라이나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적대시하는 정책을 계속 유지하면, 대한민국은 대만사태를 맞이해서 미국의 참전요구 등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중국과의 적대관계를 넘어서서 전쟁 상황을 의미한다. 동맹이 오히려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이라면, 동맹의 의미를 곱씹어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일부 신중하지 못한 사람들이 폴란드에 무기 수출을 한 것을 두고 수출대박이라느니, 잭팟이라느니 환호하고 있지만 위험천만한 행위이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지원을 미국 다음으로 가장 열심히 하는 국가인 만큼, 그 무기가 우크라이나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더군다나 한국이 자랑하는 첨단무기의 개발에 러시아의 도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른바 ‘불곰사업’에 따라 러시아가 차관으로 빚진 현금 대신 러시아제 무기 및 무기 제조기술을 넘겨준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 2023. 7. 15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여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출처 : 대통령실

냉정하게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으로서는 국가의 명운이 걸리지도 않은 제3자의 전쟁일 뿐이다. 엉뚱한 전쟁에 끼어들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힐 하등의 이유가 없는 전쟁인데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와 국내 주류매체는 집단서방의 선전선동에 부화뇌동하며 국익을 해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가 확정적이라는 사실을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우크라이나의 붕괴는 러시아의 시기 선택만 남았다는 평가다.

그동안 러시아의 전황에 대해서 가짜뉴스를 유포하면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고 혼신의 힘을 쏟던 집단서방의 주류매체들도 이제는 우크라이나가 패배를 목전에 두고 있음을 인정하기 시작하고 있다.

러시아가 무기가 부족해서 삽으로 인해전술을 펼친다, 반도체가 없어서 냉장고 부품을 뜯어서 미사일을 생산한다, 러시아가 민간인을 학살한다는 등의 가짜뉴스를 더 이상 생산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국내 언론매체들의 행태도 요지부동이다.

다행히 그동안 대러 강경입장을 주도했던 신원식 국방장관이 악화된 한-러 관계의 수습에 나선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강경해지기만 했던 러시아에 대한 강경입장이 변화되는 최초의 조짐이다.

신원식 국방장관은 지난 18일 서울 한국언론회관에서 개최된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제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면 지원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번역이고, 앞 뒤 문맥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단어같다”고 말했다.

신장관은 또한 “제가 말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지원이 아니라 좀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그마저도 제가 국회의원 당시 했던 주장이었”다고 덧붙였다.

신 장관은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집단서방의 매체들이 주장한 소위 ‘부차 학살’에 대해서도, 아직 명백하게 사실로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22년 3월말 부차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자국 민간인을 학살하고 퇴각했다고 주장했고,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당시 대통령실은 “러시아 군대의 잔혹 행위 상징”이라는 입장이었다. 당시 언론의 분위기도 소위 ‘부차학살’의 진상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을 왕따를 자초하는 것으로서, 꿈도 꾸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리고 4월 중순에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공연이 또 기다리고 있다.

4월 16일부터 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볼쇼이 발레단 갈라 콘서트 2024 인 서울’이 열린다.

자하로바의 ‘모댄스’ 취소에 이어서 러시아 발레단의 후속 공연도 취소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언론매체들의 입장 변화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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